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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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을 언제부터 접었는지 모르겠다. 학을 멋지게 만드는 건 꼬리와 입 부분을 완성하는 섬세함이다. 종이의 뽀족한 각에 집중해서 양 면을 나란히 접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날렵한 학을 접어 날개를 펼칠 수 있다. 

어느새 종이를 잡으면 기억을 짜낼 필요없이 학을 접어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학을 접어 모으면 소원이 이뤄진다 전해졌다. 믿거나 말거나 했지만 나 역시 천개의 종이학을 고이 접어 커다란 유리병에 모았더랬다. 누군가의 추억속에든 접은 이와 받아든 이가 있다. 수십년이 지나도 남은 기억의 흔적은 색종이를 아무 생각없이, 나도 모를 염원을 담아 접어낸다. 


[도서부 종이접기클럽]도 그렇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기 좋은 성장 판타지 소설. 

시대를 건너가며 그시절의 너를 지금의 나를, 우리를 위해 기도하게 만든다. 


도서부원이자 종이접기가 좋아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원인 세 소녀 소라, 모모, 세연이 있다. 도서관이 가진 특유의 공기 속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와 함께 종이가 접혔다 펼쳐지는 소리가 사각거린다. 그러던 어느날 세연은 종이접기를 하다 창밖 나무 아래 서있는 소녀를 보게 된다. 그리고 의문의 한복 저고리에 치마를 입은 한 사람도 마주하고 부탁을 받는다.

"종이학 하나 접어 줄래요?"


나는 종이접기를 어려워한다. 고비를 넘기지 않고 쉽사리 포기하고 밀쳐내며 구겨지는 마음이 싫어 애초에 시도하지 않는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그 만큼 모양이 잡히는 것도 종이접기의 묘미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그만큼 내공이 생겨나는 생이라는 걸 종이의 접힌 옅은 자국과 빗대니 새삼 얼굴에 잡힌 주름이 떠오른다. 

나는 그 고비들을 넘겼던가.

한 귀퉁이만 접어두고 대충 도망쳐 나오지 않았나.

나는 그 고비들을 넘겼던가...

한 귀퉁이만 접어두고 대충 도망쳐 나오지 않았나...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면 그렇게 접어두고 도망쳐온 어느 시절을 만난다. 주인공들이 중학생이니 나는 읽는 동안 중학교 시절을 불러들였다. 각기 다른 성향의 세 소녀가 서로 손을 잡고 어려운 단계의 종이접기를 익힌다. 결코 상대의 종이를 접어주지 않는다.

곁에서 천천히 접으며 익히도록 한다. 그 기다림에 응하려 포기하지 않는다. 기다림 밧줄에 고비를 넘겨낸 소녀들은 그만큼의 우정을 쌓는다. 


의문의 소녀와 저고리 입은 사람의 등장은 학교 내 전해지는 종이학 귀신과 관련되어 있다. 소녀 중 세연이 종이학 귀신을 만난거다. \

세 소녀는 무섭지만 한걸음 다가선다. 왜 자신에게 보인것인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두려움을 넘어서 진실에 귀 기울인다. 서로를 믿기에 용기를 내는 우정.


학교 종이학 괴담안에는 시대를 지나서도 지켜야 하는 약속이 있었다. 그 간절함이 종이학과 맞닿아있다. 시대와 시대의 약속이 한 모서리를 향해 정교하게 접혀진다. 비로소 종이학이 접히고 잊힌 줄 알았던 기다림이 이어져 끝내 전해진다. 



"우린 한 팀이잖아. 무모한 일이든 용감한 일이든 다 같이 하자."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우린 한 팀이잖아. 무모한 일이든 용감한 일이든 다 같이 하자."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그 만큼 모양이 잡히는 것도 종이접기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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