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세상에서의 발견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어느날 갑자기 바이러스 감염처럼 하나둘씩 사람들이 눈이 멀기 시작한다.

의지할 것은 눈을 제외한 모든 감각기관 뿐이다. 나머지 원초적인 감각기관들에

의존하면서 그들은 눈이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유일한 세계임을 다시 한 번 인식한다.

이 책을 사기 전에 주제 사라마구의 '눈 뜬 자들의 도시'를 선물 받았다. '눈 뜬 자들의 도시'

를 읽으려는 찰나 가까운 지인으로 부터 '눈 먼자들의 도시'가 먼저 나온 것이며

단순에 읽힐 정도로 대단한(나름개인차가 있게지만) 책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두 소설이

연작관계는 아니지만 우선 먼저 나온 소설을 읽어 보기로 했다.

책을 읽고나니 큰 수확을 이워낸 기분이 들었다. 세계의 전환은 새로운 세계의 시작의 아니라

기존 세계의 순환이라는 점이다. 태초 세계의 형성도 그러했으리라..

눈먼자들은 나약해서 눈뜬 자들에게 의존해야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름 그 안에서

세계를 구축하며 힘이 센자가 새로운 권력을 가지고 휘두르며 순환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

간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소설 안에서 잠언이 가지고 있는 큰 힘이다.

스토리는 재빠르게 전개되어 속도감 있게 읽히며 그 안에서 문학적인 묘미도 찾아낼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잠언으로 채크 스티거를 다닥다닥 붙여야 될 정도로 샐 수 없이 많았다.

보통 소설에서 잠언이 많으면 스토리 흐름에 거추장스럽고 방해가 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순간 적절한 말은 누구의 행동이 아니라 잠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역할이 크다.

오랜만에 나에게 책을 찬차히 읽을 수 있는 기쁨을 줘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눈먼자들의 도시'가 재미 있다고 '눈뜬자들의 도시'도

재미 있을거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역시 영화든 책이든, 그게 또 책의 비슷한 제목이었든

전작을 능가하는 시리즈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사랑스런 마리사!!!!

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난 단편을 싫어하는 편이다.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의 것은 꼬박꼬박 정독하는 편인데

괜찮은 수작들을 발견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최근  눈과 마음이 즐거웠던 것은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  이다. 그전에는 드문드문 더 있었겠지만....

천명관의 소설은 그의 장편 '고래'가 주었던 신뢰때문에 구입하게 되었다. 그정도의

이야기꾼이면 짧은 단편을 써도 어느정도이 완성도는 나오겠다 싶어서 이다.

순식간에 다읽었다. 불편한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는것은 그만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재미있다!!!!!!!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되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인터넷 검색 페이지에서

그의 책과 관련된 글들을 찾아 읽어보는 것이다.

사람들도 나처럼 이해해주길, 또다른 재미를 줄 해석을 내놓아 주진 않을지...

어떤 사람은 표제인 '유쾌한 하녀 마리사'가 제일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완성도이건 재미인건 미흡한 결론이었던 것 간에 난 나름 깔끔하고 유쾌하고 통쾌한

반전이 있는 정말 마리사가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었던 소설이었다.

갑자기 또 한풍이 몰아친다. 늦추위가 더 따금거린다.

따뜻한 방바닥에 배대고 누워 심심해하지 말라.

이 책 한권이면 그 지루한 시간을 후딱 잡아먹을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조금이라도 책이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설레인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히려면 책을 금지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게

명쾌한 경구인 이 시대. 하지만 금지되기 전에 악착 같이 찾아내는 나같은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가 되며 공감을 느끼는 책이다.

제 1장 기다리는 사람들 편이 제일 재미 있었다.

스토리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나도 언젠간 스무개나 되는 방은 필요없지만

엄청난 행운으로 돈을 벌게 되면 꼭 해보고 싶은 행위!

책을 두 줄로 길게 쌓아 놓고 다 읽은 책들을 빈 방에 하나씩 던져 놓는 것이다.

비어 있는 줄은 다시 새책으로 계속 채워넣고 빈방은 내가 읽은 책들로 계속 채워 질 것이다.

나중에 그 빈방(나중에는 책들이 채워진 방)을 둘러보면서 내가 읽은 내 독서사를 둘러보며

많이 흥분 되겠지^^ 내 아이 들에게 그 방의 책들을 섭렵하라는 충고도 하면 어떨까?

이번 설에는 미리사둔 열권이 넘는 책들을 읽어야겠다. 그 중 더디게 읽힐 몇 철학서들도

있겠지만.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한 날들이다.

너를 위해 철저할 수 있다면....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중국여행을 가면서 <용의자 X의 헌신>을 가지고 갔다.

추리소설이면 바쁜 일정 중에서도 읽힐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난다는 책 관련 리뷰를 읽었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읽어 나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흔들리는 차속에서 모든 것과 차단되고 글자만 눈속에 각인되는

묘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헌신'의 의미를 뒤 늦게 알게 되면서 참을 수 없는 먹먹함이 밀려왔다.

내가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울다니... 그런적은 한 번도 없는데...

그러나 이 책이 순수문학 장르처럼 전체적인 완성도가 있는 거은 아니다.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잡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작가의 책을 4권정도 읽었는데  용의자~

만큼 매력적이거나 흥미롭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쾌, 통쾌, 발랄!!!

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 건 '공중 그네' 였다. 실망했다.

가볍고 짧고 주제의식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이 '남쪽으로 튀어'에 열광할 때도

꿋꿋하게 읽지 않았다. 모험을 하기엔 세상에는 유쾌하며 진지한 소설들이

넘쳐난다. 난 아마 그 엄청난 스토리들을 죽을 때까지 다 읽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그런 내가 한밤중의 행진을 읽게 된것은 어이 없게도 표지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였다.

 내려다 보는 우위의 것들을 향해 지켜뜨는 캐릭터의 저 오만함, 자신감, 무모함.

이 안에는 양아치, 야쿠자. 무기력한 명문대졸업생, 아버지를 증오하는 팔등신 미녀가 나온다.

진짜 돈과 가짜 돈이 여러사람의 손을 거치며 속임수와 질주가 반복된다. 어느순간은 최후의

돈의 주인의 누구일까하는 궁금증으로 속도감 있게 읽힌다.

그래서 이 소설은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소설이 가질 수 잇는 미덕을 충실히 보여준다.

말미 또한 얼마나 유쾌한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진부한 소설들의 결말을

충실히 따랐다고 실망하지 마라.

결혼은 사랑의 해피엔딩이 아니다. 불행의 시작일수도 있고 초기에만 잠깐 행복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소설 안의 주인공들이 현실과 이상을 적절히 조합해서 50%의 자기만족을

얻었다고 해서 실망할 일이 아니다.

당신 가슴과 머리가 지금 그나마 다행이라고 조용히 웃고 있지 않은가.

당장이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립이 찍힌 엽서를 보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