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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ㅣ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07/pimg_7526911563333275.jpg)
「러브 플랜트」는 세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인 윤치규 작가는 이 소설들 속에 연애, 결혼, 이혼 세가지 장면을 그 자신만의 관점으로 새롭게 제시하였다.
그 중에서 첫 번째 이야기인 「일인칭 컷」을 읽었다. 이 소설은 비혼식을 선언한 여자친구인 '희주' 와 함께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온 남자친구인 '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와 나의 여자친구 희주는 사내커플이지만, 희주는 갑자기 비혼식을 하겠다고 선포한다.
희주는 대수롭지 않은 듯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어쨌든 그가 왜 이러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알 수 없다는 것은 때때로 내게 두려움을 주었다.
희주가 비혼식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처음 느꼈던 감정도 두려움이었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비혼식을 하겠다니.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무섭고 끔찍하기까지 했다.
-p.11 「일인칭 컷」 중에서
왜 희주는 남자친구도 있는데 비혼식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냥 비혼이라고 남자친구에게 말하면 되지, 왜 굳이 사람들 앞에서 비혼식을 하려는 것일까. 요즘 비혼이 많다고 하는데, 비혼식이라는 것도 있구나. 마치 결혼식처럼 사람들 앞에서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비혼식은 사람들 앞에서 앞으로 절대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인가.
이야기는 남자친구인 '나'의 관점으로 제시가 되기 때문에 희주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비혼식을 선언하려는 것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그녀가 회사에서 성희롱 사건 후 겪었을 심경의 변화를 통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희주가 일인칭 컷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 속에서 희주의 고독과 슬픔이 느껴진다. 일인칭 컷은 희주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 구도의 명칭인데 희주는 자신의 뒷모습이 서서히 흐려지고 뒤쪽 배경이 점점 선명해지는 구도를 좋아한다.
마치 언뜻 보면 아웃 포커싱 구도와 대조적으로 보인다. 아웃 포커싱은 뒷 배경은 흐려지고 인물은 선명해지는 구도이니깐. 왜 희주는 일인칭 컷 사진을 좋아할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으면 자신이 중심이 되는 구도의 사진을 더 좋아할텐데 말이다.
남차친구인 나의 관점으로 바라보기에 희주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알 수 없다. 그저 희주의 행동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남자친구조차 희주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연인이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녀의 마음, 그녀가 '나'에게 건넨 질문이 희주의 풀리지 않은 상처받은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난 그 사람을 용서한 적이 없는데 왜 네가 그 사람을 용서해준 거야?"
-p.29-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07/pimg_7526911563333276.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