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떠나면
크리스털 하나 김 지음, 허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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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시대의 비극에 묻힌

한 여성의 이야기 "



크리스털 하나 김
의 <네가 나를 떠나면> 을 읽고


"나는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향해 

기울고 있음을 깨달았다."


- 전미를 뒤흔든 K-디아스포라 화제작-

 



이름도, 삶도 상실한 비극에 묻힌 한 여성의 이야기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했다. 홀어머니와 아픈 남동생을 이끌고 열 여섯 살 어린 소녀는 부산으로 가는 피난길에 오른다.  

그 피난길과 난민촌의 모습에 대해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묘사한다.


"우리 고향의 어머니들, 딸들, 노인들과 아이들은 우르르 남쪽으로 몰려갔다. 기차에 몸을 싣기도 했고 허우적거리며 산을 오르기도 했으며 논을 헤쳐 가고 강을 건너기도 했다. (중략) 피난민들은 마치 바짝 붙어 있고 동해 옆에 있으면 보호받기라도 한다는 듯 콩나물시루 안의 콩나물처럼 바닷가에 빽빽이 모여 살았다. "

-p. 13



이 책 『네가 나를 떠나면』 은 1951년 6.25 전쟁 발발 후 부산으로 피난을 간 사람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전쟁의 참상과 비극보다는 그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외할머니의 한국전쟁 피난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난하고 굶주리며 매일의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간 우리 시대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들의 삶과 사랑, 그 25년 간의 잊혀졌던 역사와 비극의 시간들이 펼쳐진다.


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사랑은 꽃 폈고, 그들은 가족을 이루고 살아갔다. 역사의 시대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으며 그 속에서도 그들은 끈질기게 삶을 이어갔다.  그들은 굶주림과 전쟁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 라는 생존에 대한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그 시대를 살아왔다. 그렇게 그들이 억척스럽게, 끈질기게, 필사적으로,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인 해미, 경환, 지수 속에서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홀어머니와 아픈 남동생을 챙기며 피난길에 오른 열 여섯 살 해미, 해미의 소꿉친구이자 해미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사랑이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애달픈 사랑의 주인공 경환, 경환의 부유한 형이자 해미에게 청혼하여 결혼한 남자 그러나 전쟁 후 장애를 얻어 끝내 가족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남자 지수, 이들의 얽히고 설킨 사랑과 삶의 소용돌이가 역사와 시대의 비극과 함께 얽혀서 돌아간다. 


특히 이름도, 사랑도, 삶도 상실한 한 여인의 비극적 삶의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곤궁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 아픈 남동생을 치료하기 위해 소꿉친구 경환의 부유한 형인 지수를 선택해야 했다. 더군다나 곧 입대를 앞두고 있어 생사까지 확신할 수 없는 남자를 미래의 남편으로 받아 들여만 했던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해미는 아무런 선택지도 없었다.오직 가족과 아픈 남동생을 위해서, 그녀의 사랑도, 꿈도, 그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학교를 다니며 배우고 싶었어도, 일을 하며 꿈을 찾고 싶었어도 해미는 자신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의심은 그가 떠난 후에야 시작되었다. 전시에 결혼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깨달았을 때, 뉴스가 나처럼 이름 없고 하찮은 시민에게까지는 절대 닿지 않을 때 의심이 발동했다. 지수와 그의 부모님과 여동생, 엄마와 현기와 경환, 그리고 나. 

우리 중에 누가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까?"


오직 생존을 위한 전쟁 중과 전쟁 이후의 삶 그리고 격동의 1960년대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정치적 혼란과 수많은 시위 등을 대한민국의 격동의 역사가 펼쳐진다. 1세대인 해미 어머니의 삶, 2세대인 해미의 삶, 그리고 3세대인 소리의 삶을 봤을 때, 그녀들의 삶은 '고생과 희생' 으로 점철된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난 좋은 엄마는 아니지만 노력하고 있어. 다른 엄마들은 왜 그렇게 쉬울까? 자기 몸에서 나온 자식들을 돌보고 그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거 말이야. 마치 우리 여자들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3부」중에서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서의 삶 속에서는 여성 본인의 삶은 없었다. 아들을 낳기 위해 끊임없이 출산 기계처럼 아이를 낳아야 했던 그 당시의 우리 어머니들의 삶, 그것조차 선택할 수 없었다. 그 속에는 자신의 이름은 없었고, 이미 그녀들의 존재는 누구누구의 아내,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존재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 순 없어. 우리는 당신이 만든 세상에 사는 게 아니야.”
“아, 그럼 당신이 만든 세상에서 살고 있나요?”
“우리가 아이를 몇이나 낳을지는 당신이 선택할 수 없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에요.”
-「3부」중에서


 그런 여성으로 삶이 해미의 삶을 통해 펼쳐진다. 그 당시를 살아갔던 우리 할머니들, 어머니들의 삶의 모습을 해미의 삶을 통해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삶의 끝은 결국 죽음인 것일까. 이름도, 사랑도, 남동생도 잃은 해미의 고통과 상실의 아픔, 강요되고 벗어날 수 없던 삶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밖에 없었던 것일까.

해미의 자살을 통해 그녀의 삶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를, 왜 그녀가 그 극한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깨닫게 된다.

죽어서라도 그 모든 굴레를 벗어나서 해방되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을 말이다.



하지만, 해미 혼자 역사와 비극의 희생자는 아니다. 전쟁으로 인해 장애를 얻어 평생 불구로 살아가고 사랑조차 얻지 못한 지수, 소꿉친구에서 시작된 사랑이지만 평생 가슴에 담아두고 비극적이고 애달픈 사랑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경환, 어렸을 때부터 폐병을 앓아 누나 해미의 보살핌으로 겨우 건강을 찾아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했으나 정치적 희생으로 인한 부상으로 병이 악화해 죽게 된 현기,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장녀로서 역할을 해야 했던 해미의 딸 소리 등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역사와 시대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삶을 끈질기게 이어온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역사가 바뀌고 20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들의 삶의 이야기들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그들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흘렀어도 해미는 여전히 '이해미' 로 존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은 자신의 이름도 잃은 채 살아왔다. 작가는 그 여성들의 이야기를 지금 현재로 소환하면서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존재하는지, 

"인간은 절망 속에서도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지, 그 과정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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