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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ㅣ 소담 클래식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100년 전 한 여인의 하루에서 찾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버지니아 울프의<댈러웨이 부인> 을 읽고

"한 개인의 하루는 얼마나 많은 감정과 기억
그리고 사유를 품고 있는가"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댈러웨이 부인> 100주년 기념 출간
"세기를 관통한 문학적 걸작,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출간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한번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한 개인의 평범한 일상의 하루가 얼마나 많은 감정과 생각을 품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너무나 반복적이고 특별할 것 없어 보여 어제와 오늘이 똑같은 평범한 하루라고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똑같지도, 전혀 평범하지도 않다. 하루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말이다.
한 사람의 평범했던 하루가 얼마나 특별할 수 있는지, 얼마나 인생을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하루가 될 수 있는지...
그 하루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그 하루가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되는지 말이다.
이 책 『댈러웨이 부인』처럼 그 하루를 잘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버지니아 울프는 한 여인의 하루를 소환한다. 그 하루가얼마나 많은 감정과, 생각과, 기억과, 사유를 품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한 여성의 하루를 통해 작가는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 기억과 시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탐색하고 있다. 마치 그 하루가 삶의 희노애락이 담긴 인생의 축소판 같이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 한 여성이 파티에 쓸 꽃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선다. '댈러웨이 부인은 직접 꽃을 사야겠다고 말했다.' (p. 9)라고 시작하는 첫 문장은 단순히 꽃을 산다는 의미보다 더 심오하고 깊은 의미가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 직접 꽃을 사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고, 그것은 그녀의 하루를 여는 하나의 중요한 행위이자, 이 행위로 인해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않고 댈러웨이 부인이 직접 꽃을 사는 행위는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것이며, 자신의 선택과 자유 의지에 따라 살고자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꽃을 사러 가면서 그녀는 휴 휘트브레드,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 부부, 과거의 연인 피터 월셔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들을 만나는 과정은 필연적이 아니라, 우연적인 것이다. 의도하지 않고, 예상도 하지 않은 채 그녀는 그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우리의 일상이, 삶의 하루 하루가 그렇게 필연적이 아닌 우연적인 만남에서 시작하거나, 원인과 결과가 있는 사실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연적이나 관련 없는 사실들이 모여 필연적이거나 중요한 사실이 됨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인 서술 방식에서 탈피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우리의 하루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다소 이 내용, 저 내용이 산발적으로 나와서 내용을 하나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실제로 그런 일상을 살고 있다. 길을 걷다가, 학교에 가다가, 직장에 출근하다가 온갖 잡다한 생각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스쳐 지나간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 또한 일관적이지 않고 항상 변하거나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점을 생각해볼 때, 작가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서 그 하루를 서술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댈러웨이 부인이 꽃을 사러 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인물들의 시점으로 전개된 이아기를 통해 우리는 그 인물들의 삶을 알게 된다. 각각 따로 떨어져 있는 그들의 삶과 인연이 댈러웨이 부인이 개최한 그날의 파티에서 이어진다. 파티를 통해 그듫은 한 장소에 모이게 된다. 파티를 통해 그들은 그녀의 파티 초대를 통해 그녀와 친분이나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의 인간 관계를 보면 그렇게 긴밀하거나 깊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그들은 서로 형식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데면데면한 사이처럼 보인다.
특히 휴 휘트브레드를 통해 전해진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의 죽음에 대한 소식에 대해 사람들은 진심으로 슬퍼하거나 애도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뉴스에서 듣게 되는 비극적인 사건처럼 그렇게 취급되며 사람들은 왜 그가 죽음을 선택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등에 궁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그의 죽음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기에...그의 가족이 아니면 그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않기에...
또는 어떤 사람은 그의 죽음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기도 한다. 죽음은 분명 비극적이고 슬프지만, 어쩌면 그것은 인생의 억압과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의 길이요. 자유를 찾는 길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이 그 청년-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그 일을 했다는 것이, 사람들은 계속 살아가고 있는데 혼자 삶을 포기했다는 것이 그녀는 반가웠다. 시계가 치고 있었다. 소리가 그리는 원이 대기 중에 녹아내렸다.
그 청년은 그녀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
-p. 331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 청년은 자신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비록 그 끝이 죽음일지라도 말이다. 더군다나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고통스럽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 청년에게 죽음은 그 모든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작가는 셉티머스를 통해 전쟁의 트라우마와 상흔 이로 인한 인간성 상실을 보여주며 결국 그 끝이 죽음일 수 밖에 없음을..전쟁이라는 국가와 사회의 억압과 폭력이 인간의 존엄성과 본질을 잃게 할 수 있는지 셉티머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때론 살다 보면 인생에서 죽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죽음을 생각하는 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죽지 못해 산다는 말처럼'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한다. 댈러웨이 부인이 파티에 돌아가고 사람들을 다시 모으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작가는 댈러웨이 부인의 하루를 보여주었지만, 단순히 그 하루만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 하루 속에 담긴 그 시대를 살았던 여성의 삶과 사유를, 개인이 사회 속에서 맺는 인간 관계,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 등을 보여주어서 깊은 감동을 주고 냉정한 성찰을 하게 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100년 전 한 여인의 하루에서 찾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그렇기에 100주년 출간 기념으로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온 소담출판사의 『댈러웨이 부인』이 더욱 더 반갑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