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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소담 클래식 3
제인 오스틴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5월
평점 :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로맨스 고전의 정석"
제인 오스틴의<오만과 편견> 을 읽고

"남의 눈을 가리는 오만
내 눈을 가리는 편견"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 기념 출간
간결하고 정확한 번역의 소담클래식으로 보는 <오만과 편견>-
"누구나 사랑은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지.
아주 조그만 감정만으로도 충분한 거야"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수 없게 만든다."한 사람에 대한 편견과 남에게 보이는 오만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그 편견이 자신의 눈을 가리고, 내가 남에게 보이는 오만이 남의 눈을 가리는지
아마 이 책 『오만과 편견』처럼 잘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한 사람에 대한 편견과 한 사람이 보이는 오만한 모습이 사랑조차 방해하고 진실된 마음과 사랑을 왜곡 시키는지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된다. 특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잘못된 판단을 이끄는지 일상에서 많이 목격하게 된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의 명작이고 현대까지 이어지는 로맨스 고전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 이 책은 나에게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었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를 다룬 다른 로맨스 소설과는 달리 사랑보다는 편견과 오만이 얼마나 한 사람에 대한 인식과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 주었다. 작가는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들을 다루면서 그들의 심리와 생각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상당한 재력을 갖춘 미혼의 남자라면 틀림없이 결혼을 원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다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라고 말하며 이 책은 시작한다. 이 첫 문장을 통해 작가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방향과 사회적 인식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로맨스 소설과 달리 이 책의 중심 주제는 사랑이 아닌 결혼이다. 그 당시 결혼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 결혼하기 위해, 결혼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과정이 필요했는지 등 그 당시 사회적, 역사적 상황과 맞물려 다루고 있다."결혼은 교양은 있지만 재산은 없는 젊은 여성에게는 품위를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유명한 생계준비고 그 행복은 장담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상의 대비책이었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사랑의 결말이 과연 결혼인 것일까? 지금은 연애 결혼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그 당시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그 당시에는 결혼에 대한 인식은 어땠을까? 이 책은 리전시 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조지 3세 말년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조지 4세가 섭정을 하던 시기, 미국에서는 독립전쟁이 일어나고 프랑스에는 나폴레옹이 등장해 영국에 선전포고를 하던 혼란했던 시기에 영국 교외에 거주하는 베넷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베넷가는 상류층은 아닌 젠트리 계급이어서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 여유롭게 생활하며 넉넉한 재산을 지닌 가문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없는 관계로 베넷 씨가 사망하면 모든 재산은 가까운 남자 친척인 사촌 콜린스에게 넘어가게 되고 딸들은 살 곳을 잃게 된다. 그렇기에 베넷 부인은 다섯 명의 딸들의 불투명한 미래를 보장 받기 위해 결혼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딸은 각기 다양한 성격과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맏딸인 다정하고 착하고 온화한 성품을 가진 제인, 둘째인 총명하지만 다소 솔직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엘리자베스, 게으르고 허영심이 강한 리디아, 아무 생각없이 리디아 행동만 따라하고 리디아와 나쁜 행동을 배우는 키티, 사교 생활보다 책을 읽으며 혼자 사색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는 메리 , 이 다섯 명의 딸 중에서 나에게 가장 돋보이고 인상적인 인물은 둘째인 엘리자베스였다. 처음에는 너무 솔직해서 돌직구를 날리고 깐깐한 엘리자베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고 비호감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오만하고 거만한 모습에 편견을 가져서 그를 잘못 판단한 것처럼, 나 역시 예민하고 도도한 엘리자베스의 모습에 편견을 가지고 그녀를 잘못 판단했었던 것이다.하지만, 언니인 제인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녀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진정한 매력과 다정다감한 그녀의 진심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아시에 대한 첫 인상 또한 엘리자베스의 시각에 따라 정해져서 나 또한 다아시를 무뚝뚝하고 냉정하고 오만한 남자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야기의 화자가 주로 엘리자베스였기에 그녀의 시선과 생각에 좌우되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오만이 다른 사람의 눈을 가리고, 편견이 내 눈을 가리는지를 작가는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다아시의 사랑에 대한 거부와 진심을 오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상 사람들은 그의 재력과 지위에 눈이 멀었거나 아니면 그의 도도하고 고압적인 태도에 압도되어,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그를 평가할 뿐이니까요."
-p. 121
재력과 지위에 눈이 멀고 도도하고 오만한 모습에 압도되면, 우리는 편견을 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실은 사랑과 결혼에 있어서도 통하는 진리인 것이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과 결혼을 통해 우리는 사랑 또한 오만에 의해, 편견에 의해 사랑을 왜곡 시키고 변질 시키며 사랑하는 마음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편지를 받고 그 편지 속에 담긴 다아시의 진심을 보고 깨닫게 된다. 자신이 다아시를 편견에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음을, 그 편견에 의해 다아시를 오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말이다. 또한 다아시도 엘리자베스의 거절에 오만했으며 자신의 재력과 신분이 그런 오만을 부추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만한 남자, 그 남자를 보며 편견에 사로잡힌 여자가 그 모든 장애물이 없어지자. 드디어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서로의 단점이자 약점이 사라진 후, 그들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행복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오만과 편견에서 존중과 사랑에 이르기까지 그 긴 과정이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속에서 펼쳐진다. 비록 분량이 많긴 하지만,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사건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또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빙리와 제인이 결혼하게 될 지 등 다양한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쉴새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남녀의 심리를 잘 파악했는지, 어떻게 이런 섬세한 심리묘사가 가능했는지. 대화와 편지들을 통해 전해지는 인물들의 감정과 그 변화도 너무 인상적이다.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소담클래식 『오만과 편견』이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로맨스 고전이라고 명명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다시금 제인 오스틴과 그 명작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다시 읽고 그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 뜻 깊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