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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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정치적 이해관계  인간군상들의 비극"

엘리스 피터스의< 시체 한 구 더 있다 읽고




"세대와 언어를 뛰어넘은 영원한 고전"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원작 완간 3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통해 앞으로 사건을 재치있고 현명하게 풀어갈 매력적인 캐릭터인 캐드펠 수사를 만나게 되었다. 전혀 범인을 짐작할 수 없는 살인 사건에서 살인자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청년의 삶을 되돌려 주면서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였다. 

이렇게 멋지게 탐정으로서 명석한 판단력과 날카로운 추리력을 보여준 캐드펠 수사는 이어지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두 번째 책인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를 통해서도 캐드펠 수사의 매력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살인자를 밝혀냄으로써 정의를 실현해내고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보여주어서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번 책에서는 수도원이 배경이 아닌 전쟁과 정치 이해관계 속에서 움트는 인간의 이기심과 인간군상의 비극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왕권 분쟁으로 내전이 발생하고, 평화로웠던 슈루즈베리와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도 전운이 감돌며 피비린내와 매캐한 연기가 내려앉는다. 전쟁과 내전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남장 소녀가 수도원의 문을 두드리며 캐드펠 수사를 찾아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캐드펠 수사는 왕의 반대파인 모드 황후 측 인사인 애더니의 외동딸 고디스를 왕의 위협으로부터 잘 보살펴야 했다. 그렇게 남장한 소녀 고디스와 수도원 허브밭을 가꾸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왕에 반대하여 처형 당한 시신들을 수습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한꺼번에 처형 당한 아흔네 명의 모드 황후 측 포로들의 시신을 수습하던 중 캐드펠 수사는 처형 당한 시신들과 다르게 살해된 수수께끼의 시신을 한 구 더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정확한 셈을 요구하실 것입니다. 장관님은 헤스딘의 아눌프를 포함해 아흔네 명을 처형하라는 지시를 받으셨지요. 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명령은 떨어졌고, 장관님은 그 명령에 찬동하셨으며, 그 일은 문서에 기록되었고, 납득된 사항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대한 셈은 훗날 다른 법정에서 치러지겠지요. 그런데 그 아흔다섯 번째 시신은 애초의 셈법에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왕도 그를 이승에서 추방하라 명하지 않았고, 그 어떤 중신도 그를 처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없으며, 그는 모반이나 반역죄를 포함한 그 어떤 죄로도 고발당하거나 기소된 적이 없는 사람이므로 그를 죽인 자는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
-p.76



처형 당한 시신들 중에 끼여 있던 정체 모를 시신 한 구의 둘러싼 살인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또다시 한번 늙은 수사의 잿빛 눈이 반짝이게 된다.  정체 모를 시신 한 구는 과연 누구이며, 이 사람을 살해한 살인자는 누구인지, 왜 그는 어떤 연유로 이렇게 죽임을 당해 이 처형 당한 시신들 사이에 놓이게 되었는지 밝혀내는 과정 속에서 다시 한번 캐드펠 수사의 활약과 추리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캐드펠 수사는 비극적으로 죽임을 당한 아흔 다섯번째 시신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을 통해 뛰어난 추리력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여준다.
 남장을 하고 수도원으로 피신해 있는 고드니를 안전하게 돌보고 싶은 책임감을 느끼고,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부상을 당해 다친 황후 측 사람인 토럴드를 정성껏 치료해준다. 그는 수사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그들의 안전까지도 책임지고 그들의 탈출을 도와준다. 그래서 이야기 전개의 대부분이 그들이 무사히 왕으로부터 탈출하게 되기까지 과정을 보여줘서 처음에는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살인자를 밝혀내야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가? 그 살인사건보다는 고드니와 토럴드의 탈출이 더 중요한 것인가. 


하지만, 그들의 탈출 이후 이어지는 휴 베링어와의 우정과 그에 대한 진심 그리고 살인자의 정체 폭로 등의 과정을 보고 나니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휴 베링어였다. 물론 캐드펠 수사의 놀라운 추리력과 자애로움도 여전히 인상적이었지만, 악인인 줄 알았는데 진정한 정의의 사도인 휴 베링어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살인자가 휴 베링어가 아닐까. 그가 고드니를 잡아서 자신의 권력과 부를 얻는 데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금은보화에 눈이 어두워져서 고드니와 토럴드의 탈출을 막는 것은 아닐까 등 여러가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캐드펠 수사와 끝까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뛰어난 두뇌 대결을 벌이고, 마지막에 범인까지 밝혀내고 사랑까지 쟁취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캐드펠 수사조차도 휴 베링어의 정의롭고 인간적인 모습에 애정을 표현했을 정도로 그는 진정 멋지고 매력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캐드펠 수사의 추리력에 완전한 믿음을 가지고, 살인자에게 결투를 신청한 휴 베링어의 결정은 그가 캐드펠 수사를 얼마나 진정으로 믿고 의지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내전에 휩싸인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 시작된 전쟁의 비극, 내전의 상처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체 모를 시신 한 구를 둘러싼 살인 사건과 함께 보여진다. 이런 점으로 보아 이 책이 역사와 추리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역사추리소설의 걸작으로 평가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더 좋았다. 이어지는 다음 책에서는 캐드펠 수사의 어떤 매력을 발견하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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