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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가 발생했습니다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32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2월
평점 :
"나른하면서도 속도감을 잃지 않는 오류 미스터리 "
이산화의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읽고
"오류, 오류, 오류, 인간의 오류"
-이산화 작가의 사이버펑크 장편소설-
과학의 발달로 인간과 사이보그가 결합된 오토마톤이 개발되는 미래도 오지 않을까? 그래서 인간의 신체 조직이 기계로 대체되는 세상, 인간과 기계가 결합된 인간 또한 존재하는 그런 세상을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인간과 오토마톤, 의체가 공존하는 가까운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이버펑크 소설은 총 다섯 편의 오류 미스터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번역상의 오류, 설계상의 오류, 계산상의 오류, 동작상의 오류, 인간의 오류 등 오류로 가득한 도시인 블랙 포레스트와 지상 낙원인 레드 벨벳을 배경으로 하여 오류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수수께끼의 룸메이트 할루할로와 쁘띠-4 의 조사관인 도나우벨레는 과연 오류투성이를 바로잡고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을까? 이야기의 시작은 오류를 바로잡고, 오류를 일으킨 범인을 잡는 등과 같은 가벼운 수사물 같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이버펑크 소설 속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인간과 기계에 대한 공존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문제의식도 깔려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현실감 넘치는 문장과 다양한 살아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치밀한 세계관은 사이버펑크 특유의 특징을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인 할루할로와 도나우벨레의 로맨스는 긴장감과 긴박함 넘치는 전개 속에서 나른한 매력을 선사하기도 한다.
“자, 자, 여러분. 흥분할 필요 없어요. 쟤는 그냥 오작동하는 거니까.”
처음에 내 목소리는 거의 묻혀 버렸다. 하지만 불청객의 등장을 알아챈 몇 사람이 소리치는 걸 멈추고서 고개를 돌리자, 그만큼 함성의 음량이 줄어들며 내게 다음 기회를 주었다. 다시 목소리를 내니 몇 사람 더, 그리고 또 몇 사람 더. 방을 가득 채운 분노가 조금씩 의문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오작동하는 거라고? 누가? 설마 저 디비니티가?
“누구나 오작동은 하잖아요. 인간도 그렇고, 오토마톤도. 화낸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 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