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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Blu (리커버) ㅣ 냉정과 열정 사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2월
평점 :
"24년 후, 다시 만난 냉정과 열정 사이 "
츠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Blu> 을 읽고

"나만이 기억하고 있는 약속."
- 출간 24주년 기념 냉정과 열정 사이 특별 리커버-
어린 시절, 사랑에 울고 웃던 나에게 이 책 『냉정과 열정 사이』는 사랑이 무엇인지, 이별이 무엇인지, 그리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연애 소설의 고전과도 같았다. 이 책 속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이별을 보면서 함께 울고 웃고 했었다.
특히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 작가가 2년여 간 연애하듯이 써 내려간 릴레이 러브 스토리라서 더욱더 인상적이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듯이 써 내려간 두 작가의 글들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전하지 못하는 편지처럼 느껴졌다.
그 사랑의 편지가 24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나에게 다시 찾아 왔다. 40대에 이른 나이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며 그 때의 사랑의 기쁨과 감동, 이별의 슬픔 등을 느낄 줄 몰랐는데 이번에 24주년 출간 기념으로 특별 리커버판으로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사랑에 울고 웃던 나는 어느 새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더이상 사랑에 설레이지도, 이별에 아파하지도 않지만, 24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쥰세이와 아오이의 사랑은 마음이 아프다.
어렸을 때는 서로가 너무나 사랑하는데 왜 그들이 헤어져야만 하는지, 왜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평생을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사랑하면 다시 만나면 되지, 왜 그들은 서로 그리워만 한 채, 만나지 못할까. 그런 그들의 모습이 겁쟁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을 하고,결혼을 하고 살아보니, 이제는 알겠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서로 그리워만 한 채, 각자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그런 사랑이야말로 더 아름답고 소중한 사랑이 아닐까.
『냉정과 열정 사이』는 알다시피,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 두 작가에 의해서 쓰여졌다. 츠지 히토나리는 남자 주인공의 쥰세이의 시선으로, 에쿠니 가오리는 여자 주인공인 아오이의 시선으로 쓰서 한 회씩 번갈아 2년간 잡지에 연재했다고 한다. 그것을 책으로 묶은 것이 바로 이 책 『냉정과 열정 사이』시리즈이다.
대학 때 만나서 서로 연인이 된 쥰세이와 아오이는 오해로 인해 헤어지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쥰세이와 아오이의 이별 후의 각자의 삶을 사는 남녀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 『냉정과 열정 사이 Blu』는 8년 전, 사랑하는 연인 아오이와 헤어지고 난 후에도 여전히 과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쥰세이의 이야기이다.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쥰세이는 여전히 헤어진 연인 아오이를 잊지 못한다. 현재 그의 곁에는 그를 사랑하는 새로운 연인이 메미가 있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엔 그녀 아오이가 있다.
현재에 살지만, 여전히 과거에 사는 쥰세이는 '나만이 기억하고 있는 약속'이 있다. 그것은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에 함께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를 함께 오르는 것이다. 그 약속은 8년 전 쥰세이와 아오이가 서로 사랑할 때 한 약속이었기에, 쥰세이는 아오이가 이 약속을 잊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약속이었고, 비록 그만이 기억하는 약속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 약속이 어쩌면 쥰세이로 하여금 아오이를 잊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비록 그 사람과의 사랑을 다시 회복할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기에 쥰세이는 아오이를 놓지 못하고 붙든 것은 아닐까. 그에게 남은 것은 비록 아오이를 사랑했던 기억밖에 없지만, 그 기억과 약속을 붙들고 그는 살아간다.
그렇게 사랑의 기억만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그 기억으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이제는 안다. 이제 그만 과거를 놔버리고 현재를, 미래를 살아가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그렇기에 쥰세이의 사랑의 모습이 너무나 아프고 슬프다. 그 모습 속에서 쥰세이가 얼마나 아오이를 사랑하는지 절절하게 느껴진다.
피렌체에서 복원사로 살아가는 쥰세이, 아오이와의 사랑 또한 그렇게 새롭게 복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무참히 찢겨버린 프란체스카 코사의 그림처럼, 안타까운 오해로 인해 어긋나버린 아오이와의 사랑도 되돌이킬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 읽으면서도 그 사소하고 안타까운 오해가 부른 기나긴 그리움과 슬픔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과연 쥰세이는 아오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쥰세이와 아오이는 함께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날 수 있을까? 10년 간 지속된 그 사랑의 결말은 무엇인지, 24년 만에 다시 우리 곁에 나타난 이 책 『냉정과 열정 사이 Blu』를 읽으며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