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사랑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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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다시 만난 아름다운 사랑"

 

베로니크 드 뷔르의  <다시 만난 사랑> 을 읽고 



"나한테 희한한 일이 일어났지 뭐니"

 

-베로니크 드 뷔르 작가의 자전적 소설-

 

"만약 당신에게 노년에 사랑이 찾아온다면 어떨까?" 잊고 지냈던 첫사랑이 어느 순간 당신 앞에 나타난다면, 그런 사랑의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정말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다면 어떨까?

 

이 책 『다시 만난 사랑』에서 작가는 노년에 찾아와서 다시 만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작인 『체리토마토파이』를 통해서는  아흔 살인 잔 할머니를 통해 노년의 행복과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슬픔을 보았고, 이번 책 『다시 만난 사랑』을 통해서는 노년의 사랑, 엄마와 딸의 애정, 인생의 성찰 등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니 이 책을 통해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남편의 사별로 죽음과도 같이 암울한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던 노년의 한 여성에게 어느 날 사랑이 찾아온다. 일흔 세 살에 찾아온 사랑의 대상은 바로 그녀의 첫 사랑이었다. 그동안 엄마와 친구같이 지내온 딸은 그런 엄마의 모습에 당황한다. 단순히 지나가는 사랑이라고, 노년에 다시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 딸은 점차 사랑에 빠진 엄마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한다.

 

"이번엔 엄마가, 내가 또 언제 올지 손꼽아 기다리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이제 엄마가 기다리는 다른 사람이 생겼으니까요."

-p. 32

 

그동안 엄마와 미주알 고주알 시시콜콜한 일들까지 함께 이야기하며 친구같이 지내온 딸에게는 엄마의 그런 모습은 낯설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의 엄마에게 노년에 다시 만난 사랑의 모습을 딸인 '나'의 시점에서 보고 말을 해주고 있기에, 지극이 딸의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이 담겨 있다. 우리는 딸의 시점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만을 알 수 있다. 딸이 자신의 엄마의 연애에 대해, 그 연애 대상에 대해, 엄마의 달라진 일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정작 사랑의 당사자인 그녀의 엄마의 입장과 생각은 어떤지 알지 못해서 조금은 아쉽다.

 

엄마에게 찾아온 첫사랑은 딸에게 자신의 자리도, 아빠의 자리도 빼앗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록 그녀의 아빠가는 돌아가신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딸은 아직도 아빠와의 행복했던 추억과 엄마, 아빠, 그녀 이렇게 세 식구가 단란하고 화목하게 살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딸에게는 아빠의 자리는 너무 굳건하고 아무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엄마에게 찾아온 첫사랑도 단순히 지나가는 연애의 대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엄마와 엄마의 첫사랑을 반기기도 한다. 엄마의 사랑이 깊어짐에 따라 자신이 그녀 곁에 있을 수 없고, 더이상 자신을 기다리지도 않는 엄마의 모습에 서운해하기도 한다.

 



아빠가 돌아가신 것만으로도 여름이 길게 느껴졌는데 이제 엄마에게 여름은 끝이 없을 것만 같지요. 엄마의 고독은 변했어요. 공허감은 그리움에 자리를 내어주었고 조바심이 체념 어린 평온을 밀어냈어요. 꿈이 후회를, 가을의 기약이 노스탤지어를 대신하지요.
- p.96

 

딸의 시점에서 느끼는 생각, 심리, 감정 묘사가 너무나 잘 드러나 있다. 작가는 '딸'을 통해서 자신의 엄마에게 노년에 다시 찾아온 사랑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엄마와 친구같이 사이가 좋았고 너무 일찍 떠나보낸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짙은 딸이 엄마의 과거로부터 다시 등장한 남자와 엄마가 느끼는 새로운 사랑의 감정과 자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딸은 점점 더 변해가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생소하다. 친한 남자 친구, 추억의 남자라고만 생각했던 그 남자는 남자 친구의 영역에서 점점 더 범위를 넓혀 이제는 가족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심지어는 자신의 아빠 자리까지 침범하게 된다. 자신과 친구같이 즐겁게 수다를 떨던 엄마는 더 이상 딸인 자신과 얘기하는 것조차 어색하고 불편함을 느낀다. 

 

"엄마, 제발 부탁이에요. 나한테 이러지 마세요. 내가 아는 엄마는 이렇지 않다고요. 엄마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화법은 다 어디로 갔어요? 친구 같은 모녀 사이의 대화가 왜 이렇게 됐어요?"

-p. 191

 

하지만, 딸은 자신의 입장에서 엄마의 사랑을 바라보고 있음을 엄마의 말을 통해, 엄마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알게 된다. 엄마에게 이 남자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그 남자로 인해 엄마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결국 다시 결혼을 할 정도로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를 말이다. 딸은 엄마가 아빠와의 결혼 생활이 자신의 생각처럼 행복하지 않았음을 알고 충격을 받고, 그런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다. 자신처럼 엄마도 아빠를 사랑하는 줄 알았었는데, 그것이 단순히 의무에 불과하였다니... 자신이 아빠가 아닌 이 남자가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거야! 내 인생이니까. 나는 평생 해야 하는 일만 하고 살았어. 내 의무를 다한 지금, 드디어 나를 위해 살 수 있게 됐어! 너희가 기분 나빠도 할 수 없다!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

-p. 208

 

엄마의 사랑은 결코 단순히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었다. 20년 동안 계속된 사랑, 이제는 서로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제는 그가 그녀의 아빠 자리를 이미 차지했음을 딸은 알게 된다. 이미 엄마와 아저씨인 그 남자는 20년간 새로운 이야기, 아주 예외적인 이야기를 써 왔음을 말이다.

 

내 어머니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요. 내 어머니는 연애할 권리, 집 아닌 다른 곳에서 살 권리, 신 앞에서나 어떤 형식으로나 재혼할 권리도 있어요.

그게 엄마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 면요.
-p.256

 

20년간 써온 새로운 이야기는 이제 엄마의 삶이 되고,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 된다. 비록 나이가 들어 치매가 걸리고, 귀가 잘 안들리고, 거동이 불편해짐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변함없다. 어쩌면 죽음이 그들을 떼어놓을 때까지 영원한 사랑, 무한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노년에 다시 만난 사랑 이후 20년 동안 지속된 영원한 사랑! 정말 이런 사랑이 가능할까 싶다. 노년에도 이런 사랑이 찾아오고 이렇게 열렬히 사랑할 수 있구나 싶기도 하다. 그 사랑은 20대의 사랑처럼 불타오르는 사랑은 아니지만, 온화하고 지속적인 사랑일 것이다. 

 

이 책 속에는 노년의 사랑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결국 죽음을 통해 그 사랑은 끝나는 듯 보이지만, 죽음 이후에도 그 사랑은 이어져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사랑에 빠진 노년의 부모와 그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생각, 감정 등도 잘 드러나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애정 등이 잘 반영되어 있어, 자식의 입장에서 또는 부모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이 책 『다시 만난 사랑』을 통해 노년의 사랑의 모습이 어떤지, 그 사랑으로 인해 어떻게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지, 사랑은 역시 나이와 시간을 잊게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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