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이 냥극하옵니다 안전가옥 쇼-트 24
백승화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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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사랑한 고양이 이야기"

 

백승화의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를 읽고 



" 왕이 고양이를 아꼈다는 짧은 기록, 퓨전 사극이 되다."

-<걷기왕> 백승화 감독의 첫 경장편 소설-

 

 

요즘 반려묘가 한창 인기이고 이에 따라 반려묘 집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양이에 대한 이런 사랑이 과연 조선 시대에도 존재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Yes!

 

조선시대 왕 중에서 고양이 집사가 있었는데 그 왕은 바로 조선 19대 왕 숙종이었다. 사료에 따르면 숙종이 어느 날 궁궐 후원을 산책하다가 굶주려 죽어가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숙종은 금색 털이 난 그 고양이를 어여삐 여겨 곁에 두었고, 고양이 또한 숙종을 잘 따랐다고 한다. 

 

이렇게 문헌을 통해 전해오는 '냥줍'이 한 편의 퓨전 사극으로 재탄생했다. 이 책 『성은이 냥극하옵니다』에서 우리는 여러 문헌에 전해져오는 숙종과 금손의 만남과 금손에 대한 숙종이 의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사극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왕인 숙종이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하니 놀라웠다. 강력한 왕권 강화를 유지하면서 많은 사건 사고를 일으킨 불같은 성격의 숙종이 고양이는 끔찍히 예뻐했다고 하니 왠지 그 모습이 강한 왕의 모습과는 어울려 보이지 않아 보였다. 또 한편으로 고양이가 분노에 휩싸진 숙종의 마음을 누그러줬다고 하니 그나마 고양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임금이 노란 털빛의 새끼 고양이를 주워 안았다. 품속의 고양이가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았다.
“애옹.”
내내 근엄하기만 하던 임금의 시선이 사랑에 빠진 반짝이는 눈빛으로 변했다.
“금손! 너는 이제부터 금손이다.”
이른바 냥줍을 하게 된 것이었다.
-p.9

 

이야기는 이렇게 예뻐하던 고양이 '금손'이의 실종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숙종은 고양이를 찾아오는 사람에게 벼슬을 내린다는 방문을 붙인다. 이에 서얼 출신으로 평소 집안에서 냉대와 무시를 받아온 포교 변상벽이 그 방문을 보게 된다. 그는 평소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금주령까지 어겨서 포교 자리에서 쫓겨나고 가족들한테도 무시를 당하게 된다. 그는 임금의 고양이를 찾으면 다시 포교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사라져버린 고양이 '금손'이를 찾아 나선다. 

 

이 '금손이 추적대'에 포교인 변상벽의 뒤를 이어 포졸이 되고 싶어하는 노비 쪼깐이, 도성 내 빈민촌에서 가족을 잃은 아이들과 고양이를 돌보는 묘마마까지 합세하여 금손이 추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그런데 추적대치고는 너무 허술해보이고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그들의 추적 과정은 우리에게 유머와 웃음을 유발하고 그 덕분에 우리는 이 책을 한층 더 재미있고 인상적으로 읽을 수 있다. 또한 겉으로는 그들의 말과 행동이 유머를 주는 것 같지만, 그들 모두가 천민이라는 점,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현실 속 슬픔과 고통이 숨겨져 있다. 비록 그들이 아무런 권력도 없고 무시당하지만, 결국 임금을 위해, 세자를 지키면서 금손이를 찾는 미션을 훌륭하게 잘 수행한 점에서 그들은 어쩌면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양반들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그들은 무사히 금손을 찾아 임금의 손에 안기고, 금손이는 그 후 숙종이 죽을 때까지 함께 했고, 숙종이 죽은 후 그의 죽음을 슬퍼하다가 결국 금손이도 죽게 되고, 결국 금손이의 소망대로 숙종과 함께 묻히게 되었다고 한다. 숙종과 금손에 대한 이야기는 '금묘가'라는 시로 남았다고 한다. 

 

사라진 금손이를 찾는 추적 과정과 숙종과 금손이의 애뜻한 사랑 이야기가 재미와 감동을 준다. '욍이 고양이를 아꼈다'라는 짧은 기록이 이렇게 멋진 퓨전 사극이 되다니 정말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 덕분에 우리는 이 이야기를 웃고 울으면서 인상깊게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책의 저자는 <걷기왕>과 같은 영화를 만들어낸 영화감독이고 이 책이 첫 경장편 소설이라니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앞으로도 유머스러운 필치와 감각적인 연출로 그려낸  재미있는 작품들을 많이 써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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