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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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여성 저격병 이야기"

아이사카 토마의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을 읽고 


"싸우고 싶은가, 죽고 싶은가"

-2022년 일본 서점대상 1위-

 

요즘 지구촌 한 곳에선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처음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땐, 러시아의 승리든 우크라이나의 승리든 어느 쪽으로도 빨리 전쟁이 끝날 줄 알았다. 전력상으로는 아무래도 러시아의 승리쪽으로 예상했었다. <손자병법>의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가장 최고의 방법이다"라고 말했듯이, 전쟁은 죽음과 삶의 바탕이 되고, 결국 승자 또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전쟁의 결과를 보면, 과연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무엇을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가?

 

이 책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를 읽을 때도 왜 이렇게 어린 소녀가 총을 들고 적을 저격해야 하나 하며 전쟁의 참상과 참혹함을 느꼈다. 더군다나 이야기 배경이 러시아와 우르라이나 땅에서 80년 전에 벌어졌던 독소전쟁이라서 그런지 지금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겹쳐졌다. 80년 전에도 이렇게 전쟁이 일어났는데, 아직도 그 땅에서는 또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1942년 독소전쟁으로 인해 마을을 급습한 독일군에 의해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가족도, 삶의 터전도 모두 잃어버린 열 여덟살 소녀 세라피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 자신조차도 나치에 의해 죽임을 당할 상황 속에서 저격병 출신의 붉은 군대 지휘관 이리나에 의해 구출이 된다. 하지만, 아군이라고 믿었지만, 이리나는 마을을 전부 불태우고 죽은 세라피마의 엄마의 시신도 모욕한다.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 슬픔과 절망밖에 남지 않은 세라피마에게 이리나는 묻는다. 

"싸울 것인가, 죽을 것인가?"하고 말이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세라피마는 삶과 죽음의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결국 세라피마는 절망뿐인 삶을 선택하고 이리나의 이분법에 의해  '여성 저격병'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아 복수를 위한 삶을 이어나간다.

 

"적을 죽이겠다. 그 말 한마디로 자신의 슬픔이 뭉치는 것을 느꼈다. 독일 병사를 죽이고 그 예거라는 남자를 죽이고, 그리고 나와 엄마의 시신을 모욕한 이리나를 죽이겠다.

슬픔이 분노로, 나아가 적의로 바뀌었다.

-p. 52

 

죽음에서 삶으로 돌아온 세라피마에게 하나의 선택만이, 하나의 삶의 목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어머니를 쏜 독일 저격병을 죽이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시신을 모욕한 원수 이리나를 죽여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세라피마는 이리나가 교관장으로 있는 여성 저격병 훈련 학교에 들어가 여성 저격병이 되기로 한다. 훈련 과정 속에서 만난 샤를로타, 아야 또한 세라피마와 같이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고아같은 처지이다. 그들은 독일이라는 적을 무찌르기 위해, 자신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통해 저격병이라는 인간병기가 되어간다.

평균 수명 24시간이라는 격젼지가 될 스탈린그라드로 향한다. 어쩌면 그것이 그녀들의 첫번째이자 마지막 미션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죽음을 각오하면서 말이다.

 

세라피마를 포함한 그녀의 동료들은 과연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과연 죽음일까. 삶일까.

 

이 책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을 읽으며 결국 살아남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살아야만 했던, 결국 소녀의 몸으로 총을 들고 적을 저격했던 그 소녀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삶의 기쁨과 친구들와 가족들과 즐거운 유년 시절을 보내야 할 유년 시절에, 젊음과 순수로 한창 꽃처럼 빛날 시기에 왜 그 소녀들은 차가운 총을 들고 적을 겨누고 죽여야만 했을까. 이것이야말로 전쟁의 참상이란 말인가. 과연 이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다 죽음으로 결론지어지는 전쟁, 정말 전쟁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죽어간다. 그 죽음은 과연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더이상 전쟁으로 인한 참혹한 살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과 폭력을 좌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폭력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만이 어쩌면 더이상 전쟁으론 인한 무고한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길임을 이 책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을 읽으며 생각해보게 된다. 아울러 지금의 전쟁 또한 빨리 끝나서 더이상 무고한 목숨이 희생되지 않길 바래본다. 

 

세라피마가 전쟁에서 배운 것은 800미터 너머의 적을 쏘는 기술도, 전장에서 갖게 되는 인간의 처절한 심리도, 고문을 견디는 법도, 적과의 힘겨루기도 아니다. 생명의 의미였다. 잃은 생명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대체할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배운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솔직한 진실. 오로지 이것만을 배웠다. 만약 그 외에 무언가를 얻었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런 사람은 신뢰할 수 없다.

-p.53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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