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 탐정 사무소 -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이락 지음 / 안녕로빈 / 2023년 9월
평점 :
"시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시 탐정과 사건들"
이락의 <시 탐정 사무소> 를 읽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건 어렵지 않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시에 다 숨어 있거든”
-현직 국어 선생님의 본격 시 추리 소설-
시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어쩔 때는 복잡하고 힘든 내 마음을 한 편의 시가 위로해줄 때가 있다.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 우연히 읽은 시가 지치고 힘든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시가 사건 해결에도 도움이 될까.
이 책 『시 탐정 사무소』는 시 추리 소설이다. 이 책에서 탐정은 시 해독을 통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 시 탐정인 '셜록'이 근무하는 '시 탐정 사무소'에 의뢰인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좋아하는 시 한 편을 남겨두고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사람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다. 의뢰인들은 왜 그들이 사라졌는지 모르는 채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시 한편만 들고 찾아온다.
사람들은 선생님에게 시 해독을 의뢰하고 그들에게 일정한 보수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이런 일은 '시(詩) 추리'라고 부르고 사람들은 선생님을 ' 시 탐정'이라 부른다.
-p. 14
재벌가 무남독녀의 가출 사건, 매너리즘에 빠진 아이돌의 실종 사건, 형의 잠적, 의도를 알 수 없는 고백편지, 취준생의 자살 미수, 금고 절도 사건 등 이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공통적인 단서는 그들이 남긴 좋아하는 시 한편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서정주 시인 <추천사>를 비롯하여 6편의 시들이 등장한다. 그 시들은 우리가 국어 시간에 배웠거나 들어본 적 있는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시들이다.
이제까지 이런 시들은 시험용으로만 공부하였는데 이 책을 통해 다른 측면으로 시를 해석하고 시와 사건을 연결하니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동안 시가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시 속에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떤 시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시에 그 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p. 85
시 탐정이자 해독 전문가인 '셜록'과 그의 조수 완승 군이 펼쳐나가는 시 추리 과정이 6개의 사건을 통해 마음껏 보여진다. 시를 읽으며 화자 속의 심리를 알아내고 처해있는 상황을 읽어낼 수 있다니... 시가 주는 의미와 진정성에 대해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건 어렵지 않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시에 다 숨어 있거든”
라는 시 탐정 셜록의 말처럼, 정말 각각의 사건들 속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좋아하던 시 속에는 그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사건 의뢰인들 또한 시를 해독하는 과정 속에서 그동안 그들이 몰랐던 그들의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과 진심을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그들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왜 그들이 사라졌는지 등 시 속에 그들의 진심과 그들이 닥친 상황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이 시들은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는 동시에,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기도 했다. 그 시들의 화자인 시들들처럼 사건 속 그 사람들도 시인과 같은 마음을 느꼈던 것이다. 마치 셜록 홈즈와왓슨처럼 시 탐정 셜록과 완승군의 멋진 활약 또한 볼 만하다.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이자 멋진 목소리로 시 낭독을 하는 완승 군과 모르는 시가 없을 정도로 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멋진 시 추리를 하는 시 탐정 셜록 모두가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또한 미스터리와 추리를 좋아하는 나에게 시 추리는 시도 해독하고 사건 해결을 위한 추리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시 추리라는 새로운 주제를 통한 시와 추리소설의 멋진 조합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현직 국어 선생님인 작가는 평소 시를 어렵게 생각했던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와 시를 재미있게 공부하고 싶은 청소년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시를 알려주고 재미를 느끼게 하고픈 작가의 의도와 진심이 느껴져서 더욱더 좋았다.
나 또한 이 책 『시 탐정 사무소』 덕분에 시를 읽고 해독하면서 시를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