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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5
범유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평점 :
"복수를 대신 해드립니다."
범유진의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를 읽고

"복수를 하고 싶으신가요?"
-안전가옥 오리지널 25, 범유진 작가의 장편소설-
누군가 당신에게 "북수를 하고 싶으신가요?" 라고 묻는다면, 당신의 대답은 "Yes." 일까 "No" 일까. 우리는 흔히 같은 집단이나 다른 집단에서 육체적, 정신적, 재산적, 사회적 피해를 실제로 받았거나 그렇게 받았다고 느낄 때 받은 것만큼 상대에게 피해를 주고 복수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 특히 요즘 증가하고 있는 배우자에 의한 구타, 욕설, 폭행 등 가정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볼 때 이 책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에서 등장하는 '염소클럽'과 같은 복수대행기관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 책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에서 작가는 가정 내 희생양이 된 사람들의 복수를 대행해주는 의문의 조직인 '염소클럽'을 등장시킨다. 'scapegoat' 라는 의미를 가진 염소클럽은 가정 내 폭력을 당하며 희생양이 된 사람들의 복수를 대행해준다. 그 조직은 비밀에 싸인 조직이며 계약자가 염소클럽과 일단 계약을 맺게 되면 복수에 대한 일체의 사항은 염소클럽에 위임해야 한다.
“계약자 ‘갑(김꽃님)’은 ‘을(염소 클럽)’에 복수를 위임한다.”
주름진 손가락이 종이에 쓰인 첫 문장을 어루만졌다. “어머니가 동의해 주셔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계약 시 복수의 방법은 클럽에 전면적으로 위임하며, 일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인지한다. 단 염소 클럽은 부작용의 회복을 위해 갑이 요구하는 사항을 통상의 범위 안에서 수용한다. 또한 계약 전 후로 클럽에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갑은 외부에 알리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
- p.29
그리고 염소클럽을 운영하는 멤버들 또한 평범하지 않다. 그들 또한 가정 내 폭력의 희생양이기도 하다. 자신의 엄마를 독살했다고 알려진 '마더 포이즈너' 사건의 소녀인 하이하. 전 국가대표 수영 선수이자 아버지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김해찬, 아픈 과거를 지닌 개인 경호원 진선미 이렇게 3명의 멤버로 구성되었다. 또한 여기에 대기업 고문 변호사인 서은진까지 가세하여 그들은 사람들의 복수를 대행해준다.
염소클럽은 온갖 가사노동에 시달리며 남편에게 무시를 당하는 노년 여성인 꽃님, 미디어를 이용하여 돈을 벌기 위해 아동학대를 감행하는 부모로부터 남동생을 지키려는 소녀인 수아 등 가정 내 희생양이며 약자인 그들을 도와준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가정 내 희생양으로서 고통받고 억압받아온 사람들을 수면 위에 떠오르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에 만연한 가정폭력,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
폭력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우리는 그 폭력에 대응하고 있는가?
-p. 11
또한 이 책에서 작가는 복수대행기관인 염소클럽의 멤버들조차 가정 내 희생양이며 피해자로 설정하여 누구나 그렇게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우리 스스로가 그런 폭력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를 세울 수 있는 자립심과 힘을 길러야함을 아울러 말해주는 듯 하다.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네가 너 아닌 다른 무언가로 바뀔 필요는 없어.”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다시 지직거렸다. “……내가 나로 있으면, 내 의뢰는 완성되지 않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를 이곳에서 꺼내 주세요」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