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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스트
김찬영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3년 4월
평점 :
"성스러운 수사들의 유쾌한 욕망의 질주"
김찬영의 <더 게스트>를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513/pimg_7526911563856703.jpg)
“가장 성스러운 곳에서 펼쳐지는 욕망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제26회 아시안필름마켓 E-IP 피칭 선정작!-
나는 가끔 남편과 함께 다른 지방에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서 로또 복권을 산다. 그곳을 방문한 것에 대한 인증의 의미도 되고, 혹시나 낯설고 다른 지역이라 로또가 되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를 가지고 그렇게 믿거나 말거나, 되든 안되든 로또를 산다.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운 로또 복권 당첨, 그래도 누군가는 별을 따는 사람이 있나보다. 매회마다 1등 당첨자가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만약 그런 일이 성스럽고 신성하다고 여겨지는 수도원의 수사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까. 이 책 『더 게스트』에서 작가는 가장 성스러운 곳인 수도원에서 수사들의 욕망의 레이스를 보여준다. 제주도의 한적한 수도원 에덴을 지키는 5명의 수도사들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게스트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게스트가 로또 복권 1장을 건네는데, 거기서부터 사건과 갈등은 시작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1등 당첨 복권이었던 것이다. 절대 당첨되지 않을 5개의 숫자 1,3,5,7,9,11 이 10년 만에 당첨이 된 것이다. 영철은 10년 동안 똑같은 숫자를 고수하며 복권을 샀는데 10년 만에 잭팟을 터트린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영철은 헌금이라며 그 복권을 수도사인 요셉에게 주었고 요셉은 당첨번호 조회를 통해 그 복권이 1등에 당첨된 것을 알게 된다.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 60억이라는 거액의 당첨금에 요셉과 라자로는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과 탐욕에 굳건한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그 전까지 라자로, 요셉은 하나님 말씀을 지키며 청빈하고 경건하게 살아왔기에 더욱 죄책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복권 당첨 다음 날, 그들이 싸늘한 시체로 변한 영철을 발견하게 된다.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인가. 아니면 삶을 비관한 자살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그를 죽인 것인가. 영철의 사인과 신고에 대해 옥신각신하던 수사들에게 또 한 명의 게스트가 찾아온다. 바로 영철의 아내라고 말하는 수빈이 에덴 수도원을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점점 황당하고 당황스럽지만 코믹스러운 상황으로 바뀌게 된다.
자신의 남편인 영철을 찾아왔다고 말하며 영철을 찾는 수빈의 모습에 수도사들은 점점 당황하게 된다. 자신들이 영철의 죽음에 대해 억울하게 누명을 쓸까 두려워, 그들은 영철의 죽음을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실족을 유발하거나 암매장을 하기도 한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듯, 그들의 거짓말은 늘고 돌이킬 수 없는 행동까지 하게 된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이 상황을 해결해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1등 당첨 복권은 과연 누구의 손에 쥐어질 것인가. 수도사들일까. 아니면 아내라고 주장하는 수빈의 손일까.
거짓말이 늘어가면 갈수록, 죄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거짓말과 죄를 덮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된다. 과연 그들은 이 거짓말의 악순환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예전의 신실하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수도사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그 결말과 해결은 이 책 『더 게스트』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욕망과 탐욕은 인간의 본능인 것일까. 오랫동안 수양하고 수도해온 수도사들의 마음조차 흔들고 갈등하게 만드니 말이다.
전혀 코믹스러운 상황이 아닌데도 인간의 욕망과 탐욕 앞에서 갈등하고 갈팡질팡하는 수사들의 말과 행동이 우스꽝스러워보이며 우리에게 웃음과 재미를 준다. 마치 요나스 요나손 작가의 소설인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같은 느낌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513/pimg_752691156385670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