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의 자연사 - 언어의 기원 ㅣ INU 번역 총서 이어(異語) 1
장-루이 데살 지음, 박정준.이현주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언어의 기원을 찾아서"
장-루이 데살의< 말의 자연사 >를 읽고

"인류가 가진 언어라는 재능은 말하기 위한 것인가, 생각하기 위한 것인가."
-언어학을 토대로 진화 생물학, 동물행동학, 심리학, 철학을 아우르는
인간 언어의 발달과정을 통찰한 명저-
우리는 언어를 사용해서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만약 우리가 언어를 사용할 수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생물학적으로 살아갈 수 있겠지만,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본능에 의해서만 살아갈 수 없다. 이렇게 우리가 가진 언어 능력은 우리 인간만이 가진 재능일까? 왜 동물은 우리처럼 언어를 사용할 수 없을까? 언어의 기원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 『말의 자연사』를 쓴 장-루이 데살은 언어학을 토대로 진화 생물학, 동물행동학, 심리학, 철학 등을 아울러서 인간 언어의 발달과정을 통찰한다.
'말의 자연사'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저자는 3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총 18장에 걸쳐서 언어와 관련된 행동을 진화적인 관점, 생물학적 관점, 인지론적 관점, 행동론적 관점 등 관련된 여러 학문들을 총 동원하여 인간의 언어의 기원과 인간의 언어 발달 과정을 탐구한다.
언어는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진화 생물학을 통해 다양한 동물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예로 들면서 인간의 언어와 동물들의 행동을 비교한다. 동물들 또한 정보 교환을 위해 각 종에 따라서 의미있는 정보 교환이나 의사소통을 하지만, 인간의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과는 비교가 된다. 동물들의 의사소통은 생존과 본능에 의한 것이지만, 인간은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하찮은 상황들까지도 정교한 결합 코드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이렇게 서사적 행위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인간 언어는 의사소통의 여러 방식에 있어서 유일한 것이 된다. 즉, 인간 언어는 동물들의 의사소통의 단순한 연장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는 우연에 의한 산물일까 아니면 필연에 의한 것일까. 언어는 치밀한 계획과 목적 아래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언어는 필연이 아닌 우연에 의한 산물임이 밝혀졌다. 언어는 우연한 호기심에 의한 산물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촘스키는 '언어가 우발적이고 동기가 없으며, 언어가 취하지 형태가 적응적 필요, 특히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p,158) 라고 말했다. 촘스키의 견해에 따르자면 언어는 우발적으로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이렇게 진화적 호기심에 의한 우연히 등장한 언어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바꾸어놓았고, 인간이 동물보다 우위에 위치하는 인류학적 발전을 이루었던 것이다.
언어의 출현은 모든 변화가 마찬가지로 새로운 종의 출현이 동반하는 갑작스럽고 특별한 동기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p. 161)
복합 돌연변이 덕분에 자연발생적으로 언어가 출현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p. 162)
저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언어에 대해 알고 있는 통념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한다. 귀납법을 사용해서 관련된 많은 과학적, 전문적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저자가 말하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저자는 생물학 및 진화론적 관점에서 언어에 대해 살피면서 언어의 효용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고 필수적이긴 하다. 하지만 언어의 존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언어의 탄생이나 특성에 관련된 가설들의 맹점들을 반박 근거들을 사용하여 신랄하게 비판한다.
2부에서는 언어의 통사적 기능과 의미 기능을 심도 깊게 다룬다. 언어의 존재는 우연히 생겼을지 모르지만, 언어의 많은 특성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님을 음운론, 통사론, 의미론 등을 통해 치밀하게 분석한다. 어느 정도 규모의 어휘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음운 관련 능력이 국소적으로 최적화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통사론은 주로 서술 관계를 나타내는 데 쓰임을 이 부분을 통해 알 수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동물 행동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언어 능력을 살펴본다. 특히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여 말한다는 사실, 즉 인간들이 대화한다는 사실에서 생겨난 장점을 통해 인간의 언어 능력은 발달해온 것이다. 인간은 단순히 언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대화를 하며 이 대화는 언어와 관련된 완전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것은 보편적이고 자발적인 활동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정보에 민감한 존재이며 인간 언어는 이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다른 동물들이 먹이를 공유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이 3부를 통해 우리는 대화하는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간의 언어 사용이 정보적 방식과 논증적 방식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언어라는 것은 무엇일까. 언어를 빼놓고 인간의 발달, 인간의 틍성, 인간의 사회, 문화의 발달을 논할 수 없다. 지금까지 저자는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언어의 기원과 발달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또한 지금까지 이루어진 언어에 대한 단편적인 학문적 연구에 대해 비판을 통해 새로운 시점의 언어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말의 자연사'라는 제목이 암시하고 있듯이 저자는 언어를 '자연화'하려고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언어에 대한 연구가 받아들여지다가도 그 연구를 반박하는 또 다른 연구가 나와서 그 연구 결과를 뒤집었듯이, 앞으로도 언어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방대한 분량과 다양한 학문 영역 속 전문적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다소 이해하기도 어려웠지만, 그래도 다양한 관점으로 인간의 언어 발달 과정을 통찰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언어학이라는 관점에서 인류의 진화를 살펴볼 수 있는 돋보기같은 책인 것 같다. 인간의 언어의 기원이 궁금하다면 이 책 『말의 자연사』를 권하는 바이다.
이 글은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