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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나의 할머니 -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여성들의 이야기
이시문 지음 / 어른의시간 / 2023년 1월
평점 :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할머니들의 해방일지 "
이시문의< 할머니, 나의 할머니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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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엔 그렇게 여러 할머니가 계셨다."
-한 집안의 100년사를 통해 들여다본 어머니들의 이야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렇게 힘든데 '우리 엄마는 나를 어떻게 키우신걸까.' 라고 생각하며 엄마의 고충을 헤아려보게 된다. 엄마는 '엄마'가 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나 또한 나를 낳으셨던 엄마 나이가 되고 보니 엄마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엄마로서의 모습만 보였는데,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가 아닌 한 여성의 삶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낳고 키우기 위해 한 '여성'의 삶이 아닌 '엄마'로서의 삶을 기꺼이 선택해서 살아온 엄마에게 한없이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이 책 『할머니, 나의 할머니』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저자는 4대가 걸친 집안의 여성사를 훑으며 우리의 삶의 뿌리를 짚어본다. 우리의 어머님들은 어떻게 살아오셨을까. 이 책 속에는 마치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나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 일지>처럼 100년의 시간동안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양가의 할머니들과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시대의 증조모, 결혼 넉 달만에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자식을 키워온 할머니, '오빠 잡아먹고 태어난 계집애'라는 온갖 비난을 듣다가 남동생이 태어나고 난 후 사랑받게 된 어머니의 이야기까지 4대에 걸친 우리 어머니들의 인생을 훑어본다.
우리 어머니들의 인생사를 통해 우리가 걸어온 역사를 되돌아보게 된다. 곧 우리 어머니들이 자녀들을 키우고 뒷바라지한 삶의 길이 하나의 역사가 되고 그분들의 노고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같은 우리 역사의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순간 속에서도 우리 어머님들이 어떻게 그렇게 억척스럽게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오셨을까 놀라움과 함께 절로 감탄과 존경을 표하게 된다. 작가의 어머님의 나이와 우리 엄마의 나이가 비슷해서 더더욱 그 이야기에 공감하며 우리 엄마도 이런 삶을 살아오셨겠구나 하며 비로소 지금까지 나를 키워온 엄마의 삶도 생각헤보게 된다.
여성의 교육 기회 제한, 가부장적 사회, 남아선호사상 등 여성에 대한 차별이 지금보다 더 심한 사회 현실 속에서도 우리 어머님들은 자신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어머니라는 삶을 선택한 우리 어머님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어머님들이 그런 역동의 세월 속에서 상처와 고독함에 힘겨워하면서도 지금까지 꿋꿋하게 삶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연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들한테 한 숟갈 먹이면서 할머니가 짜주시던 호두 기름 생각이 났고, 나와 내 동생들이 진실로 할머니의 정성으로 자랐다고 생각했다.
- p.100
이 책을 읽으며 '내 아들, 딸만이라도 나와 같은 삶을 살지 말라' 며 오직 자식이 잘 되서 행복하게 살기만을 바랐던 우리 어머님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저자의 할머니가 심어놓은 솔씨가 소나무 정자로 태어난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들었던 우리의 할머니, 우리 어머남들의 이야기가 모여 100년에 걸친 우리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가 되었고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를 지금까지 있게 해 준 어머님들의 노고와 희생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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