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러의 삶과 예술의 공간을 찾아가다"
-이흘라바에서부터 빈을 거쳐 뉴욕에 이르기까지 말러의 발자취를 따라서-
'구스타프 말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음악에 문외한인 나는 기껏해야 모짜르트, 베토벤, 슈베르트를 포함한 유명한 음악가에 대해 알 뿐이다. 그런 나에게 이 책 『말러』는 구스타프 말러의 삶과 음악을 통한 이야기를 통해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교향곡 작곡자인 구스타프 밀러라는 한 음악가를 알게 했다.
'구스타프 말러' 그는 누구인가? 흔히 말러를 가르켜 '경계 위의 방랑자' 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는 구스타프 말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책이나 음악이 아닌 세상에서 내가 만난 말러는 가장 아름다운 존재를 마주하기 위해 떠돌던 파우스트와 같은 방랑자다."
가장 비천한 것에서부터 가장 고귀한 것에 이르기까지 만물을 포용한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도 하였지만, "나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그의 말을 통해 태어날 때부터 어디에서나 소외된 자의 운명적 고독이 드러난다.
이 책 『말러』에서 저자는 경계 위에 선 영원한 방랑자인 구스타프 말러의 삶과 의 공간을 찾아가면서 구스타프 말러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 말러 음악의 음향적 원천이자, 유년시절을 보냈던 이흘라바에서부터 음악 인생의 정점을 찍은 빈을 거쳐, 마지막 예술혼을 불사른 뉴욕에 이르기까지 여정을 통해 위대한 음악가인 구스타프 말러의 삶과 음악에 대한 이해를 깊이할 수 있다.

1860년, 체코 이흘라바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지역은 군사적 요충지였기에 합스부르크 제국의 군대가 1년 내내 주둔하고 있었고, 말러는 어린 시절부터 군사 문화를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자랐다.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군악대 소리,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선술집에서 들려오는 권주가, 유랑 집시들의 노랫소리 등은 훗날 말러의 교향곡에 영향을 주어 장송 행진곡, 스케르초 악장, 랜틀러, 왈츠 등의 형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말러는 어렸을 때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곧잘 몽상에 빠지곤 했는데, 이때 자연은 그의 내적 안식처가 되어 주었고, 자연과 소통하는 그의 습관은 그의 음악 세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말러의 대부분의 교향곡 작곡의 장소였던 이홀라바의 숲, 아테르제 호수 오두막, 뵈르테제 호수 속 오두막 등 인적이 드문 자연 속 장소는 그의 위대한 교향곡 탄생의 원천지였고, 그것은 자연과 소통하는 특별한 그의 재능으로 인한 선물이었다. 자연 속에서 그는 편안함을 느꼈고, 교향곡을 위한 영감을 얻었다.

말러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가 '죽음'이다. 죽음은 말러에게 어쩌면 익숙한 것인지도 모른다. 열 네명의 형제자매들 중 절반의 아이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어렸을 때부터 죽음은 말러에게 가까이에 존재하던 것이었다. 그리고 한 아이의 생명이 꺼져갈 때 아래층 선술집에서는 권주가가 흘러나왔다. 이처럼 하나의 순간에 비극와 희극이 공존하고 있고 삶과 죽음 또한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말러의 음악 속에서는 양립할 수 없는 '이중성'도 존재한다.
빈의 궁정오페라 극장의 지휘자로 발탁됨으로써 음악 인생의 최고점을 찍고 지휘와 작곡을 넘나들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자리매김 하였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평생 방랑자로 떠돌아다니며 소외된 자의 고독과 외로움이 항상 그를 따라 다녔다. 또한 아내인 알마 말러와의 결혼 생활 또한 알마의 불륜과 딸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평탄하지 못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보헤미아인으로, 독일인들 사이에서는 오스트리아인으로, 세계에서는 유대인으로, 어디에서나 이방인 취급 당하며 환영받지 못한 방랑자였지만, 그렇기에 그의 자유로운 영혼과 정신이 그의 음악 속에 반영이 되었다. 그랬기에 어디에서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움과 자신만의 음악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그는 그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고, 그 음악은 현대음악으로 가는 이정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고독한 예술가처럼 알프스의 자연 속에 틀어박혀 고독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 그가 탄생해낸 교향곡은 지금까지도 남아 현대 음악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가 남긴 열 개의 교향곡은 분열되고 파편해진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웅장한 서사와 깊은 여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 『말러』를 통해 저자와 함께 구스타프 말러의 삶과 음악의 공간을 함께 여행하면서 말러에 대해 새롭게 알고 배울 수 있었다. 그가 남긴 교향곡 2번 부활을 들으며 그가 남긴 발자취를 다시 더듬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끄러운 소음과 음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를 하는 와중에 말러의 음악은 듣는 이는 물론 연주하는 이 하나하나의 인생에 저마다 진한 의미를 남기고, 추억을 빚어 내며, 삶의 모순을 마주할 용기를 심어 준다. 가장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공동체적인 예술, 말러의 음악이 지닌 가치는 바로 그런 것이다.
-p. 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