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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평점 :
"다시 자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
권혁일의< 제2한강 >을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203/pimg_7526911563733605.jpg)
"다시 자살에 성공할 수 있을까?"
-크라우드 펀딩 721% 달성
텀블벅 X 리디 컬래버 프로젝트 '에디션 제로' 최고 화제작-
자살을 하고 나면 가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을까? 자살만 하는 사람들만이 모여 사는 곳이 있을까. 자살을 하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 책 『제2한강』은 이런 질문에 대해 "그렇다." 라는 답을 하며 그 세상을 보여주었다. 마치 자살한 사람들에게 또 한 번 삶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듯 느껴졌다. 마치 이 책 속 주인공의 대사처럼 삶을 어쩔 수 없이 끝내야만 했던 그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처음부터 죽고 싶어서 자살을 선택한 사람은 없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아는 사람들끼리 왜 그래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제2한강'은 어떤 곳일까. 이 세계는 자살한 사람들만 전입할 수 있는 세계이다. 마티 한강에서 투신 자살을 많이 해서 이 공간의 이름을 제2한강이라고 이름 붙인것일까. 이에 대해 작품 속 주인공 '이슬'이 막 자살해서 '제2한강'으로 온 형록에게 제2한강에 대해 알려주는 말을 통해 제2한강이라는 곳에 대해 알게 된다.
“그냥 다들 제2한강이라고 부르죠.
말 그대로 우리가 죽기 전에 지겹도록 봤던 한강이랑 똑같이 생겼거든요.
어쨌든 여기는 따지자면 사후 세계 비슷한 곳이에요.
제2한강은 착한 사람만 오는 천국도 아니고 악질 새끼들만 오는 지옥도 아니에요. 그냥 자살한 사람들만 오는 웃긴 곳이죠.”
죽어서도 삶은 계속되는 것 같다. 자살한 사람들은 제2한강에 전입을 하게 되고 주택을 배정받고 살아가게 된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운동도 하고, 일을 하고 살아있을 때와 같은 일상 생활을 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제2한강에서의 시간은 흐르지만 이미 죽었기에 육체는 자살했을 때 그대로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은 자살로도 삶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한 채 여전히 우울하고 기운없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각자 다른 삶의 사연과 고통으로 제2한강에 입주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의 사연이 엄청나게 비극적이거나 특별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고민하고 힘겨워했던 일이었기에 그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나에겐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들의 고통과 힘겨움이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보였고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화자인 형록은 서울 중상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직장인이고, 오 과장은 높은 연봉을 받는 앱 개발자이고, 화짜는 구독자 60만 명을 보유한 뷰티 유튜버이다. 그리고 제2한강에서 10년을 거주한 이슬은 열아홉살 학생이다. 이들 모두가 다들 자살할 만큼 삶의 고통을 느끼며 힘겨워했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이슬이 그래도 힙겹고 외로운 삶을 살은 듯 보인다. 이슬은 어려서 엄마가 죽고 알콜중독자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학교에서 친구도 없이 홀로 힘겨운 삶을 살다가 결국은 자살을 했다. 하긴 그렇게 사는 불우한 아이들도 많긴 하고 누구나 자신의 고통이 자신에겐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법이라 그들 모두가 힘겨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오죽 힘들었으면 자살을 했을까. 그들은 자살을 통해 그 힘든 삶을 끝냈다고 생각했지만 제2한강에서 그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자살 후 제2한강에 와서도 자살 전 삶의 고통으로 시달리며 힘겨워한다.
그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다시 자살'을 통해서다. 이 책 속 '다시 자살 안내서'에서 설명된 '다시 자살'을 말하면 이렇다.
'다시 자살'이란 제2한강에 존재하는 대교 3개 중 하나를 골라, 그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이다.(각 대교 인근에 설치된 다시 자살 센터에서 사전 접수 필요)
'다시 자살' 후에는 완전한 무(無)로 소멸하게 된다. 소멸은 수면에 닿는 즉시 실행된다.
수면에 닿기까지 소요되는 2~3초의 시간 동안 자신이 느끼고픈 마지막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
-<다시 자살 안내서> 중에서
자살한 사람들이 진정 삶을 끝내기 위해서는 '다시 자살'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제2한강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언젠가 자신이 '다시 자살'을 통해 소멸해야 함을 알고 있다. 다만 그 시기는 그들이 정하는 것이고 그 시기는 그들이 삶의 미련과 고통을 모두 던져버리고 그들이 완전한 무(無)로 소멸한 준비가 되어있을 때 가능하다. 특히 다시 자살 신청서 마지막 문항인 자신이 느끼고픈 마지막 감정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다시 자살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그 마지막 감정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다시 자살을 할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제2한강에서 삶을 살아간다. '다시 자살'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 마지막 감정을 찾기 위해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 준비를 한다. 어쩌면 그들이 진정 찾고 싶었던 것은 '진정한 자기 자신' 이 아니었을까.
“아무리 한심하고 멍청한 모습이라도, 그 자체가 나였으니까요. 하나씩 버릴 때마다 나의 일부분이 잘려 나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나라는 사람은 존재 자체가 사라지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죠. 저는 저를 지워버리려고 자살한 게 아니거든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나를 지키고 싶었던 것뿐이지.”
- p.87
'자신을 지키고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진정 그들이 찾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도 그들은 다시 자살의 마지막 순간에 마지막 감정을 찾아서 완전한 무로 소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드디어 다시 자살에 성공한 이슬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만약 그들의 삶에 '그랬었구나.' '그래서 힘들었구나.' '나도 그 기분 알지..' 하면서 그들의 힘겨움에 공감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들은 자살을 선택했을까.
“내 삶에서 내 잘못이 아니었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는 거야. 내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게 꼭 내가 못나서, 내가 멍청해서, 내가 바보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서만은 아니란 걸 깨닫는 거지.”
- p.289
그리고 자살한 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무능력해서, 그들이 멍청하거나 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 깨달았다면 그들은 아마 자살을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22한강에서의 삶이 그들에게 그들 자신을 용서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할 기회를 준 것 같아 다행이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지금도 아마 누군가는 삶의 고통에 힘겨워하며 자살을 선택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구에게나 삶이 힘겹겠지만, 그래도 삶은 살아갈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인생은 태어난 날부터 죽는 날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 것 같아 보여도, 결국 하루라는 단위의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오늘은 오늘 하루만큼의 점만 찍을 수 있다. 오늘의 걱정이 내일의 점을 대신 찍어 주지는 못한다. (…) 점이 이어지는 한 선은 끊어지지 않는다. 선이 끊기지 않는 한 삶은 이어진다.
-p.304
이 책 『제2한강』은 클라우드 펀딩과 에디션 프로 프로젝트를 통해 출간되었다고 한다. 작가 또한 신인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이 작가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
이 책을 통해 자살을 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내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삶의 어려움을 딛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큰 힘과 용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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