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심장 - 교유서가 소설
이상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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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말해준 적 없는 독특하고 기묘 이야기들"

 

이상욱의< 기린의 심장 >를 읽고 



"지금부터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 거예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해준 적 없는 이야기죠."

-다양한 소재와 소재를 품은 9편의 단편 이야기들 모음집 -

 

매일 퇴근 후 서재에 틀어박혀 글을 쓰기 시작한 글과 글쓰기 습관이 한 명의 무명작가를 명실상부한 유명한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그는 남들처럼 화려한 스펙도 없었고 특별한 글쓰기 능력도 없었지만 퇴근 후 9시부터 자정까지 서재에 틀어박혀 7년을 보내고 난 후 그는 '이상욱'이라는 이름의 작가가 되어 있었다. 이상욱 작가의 7년 간의 글쓰기를 통해 집필한 9편의 단편들이 모여 한 권의 소설집이 되었다.

 

그렇게 그의 7년 간 글쓰기의 결과물이 이 책 『기린의 심장』 속에 모두 담겨 있다. 이 책 속 9편의 이야기들은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들어보지도, 누군가가 우리에게 말해준 적도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또한 9편의 이야기들은 각각 독특한 소재와 개성을 담고 있어서 하나하나 읽으며 느끼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9편의 이야기들이 각각 다른 소재와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공통적인 주제는 인간에게 닥치는 여러 불행이다. 지구를 점령해서 인간을 식재료로 만들려고 하는 외계인의 침략, 자식의 죽음, 산업 재해, 집단 따돌림 등은 인간을 불행에 빠지게 하는 요소들이다. 

 

「어느 시인의 죽음」 에서는 지구를 점령한 외계인의 침략으로 인해 인간이 그 외계인의 식재료로 전락한 상황을 들려준다. 지금까지 지구상의 동물, 식물들이 인간의 식재료였고 식욕을 충족하기 위해 인간들은 동물과 식물을 과도하게 이용해왔다. 그러나 어쩌면 다가올 미래에서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고 점령해서 인간을 식재료로 할지도 모를 일이다. 등수에 의해 교실에 입장할 수 있는 상황과 통장의 숫자가 곧 미래인 세계에서 과연 우리 인간은 행복할까. 불행할까. 그런 인간의 불행 속에서 외계인의 지구 침략같은 일도 일어날 수 있을까.   

 

“그때, 미래가 있냐고 나에게 물었지? 매일매일 그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모르겠어. 아마 지금껏 그런 걸 가져본 적이 없어서겠지. 그런데 오늘, 나는 난생처음으로 미래라고 할 만한 걸 얻었다. 바로 이 통장이야. 이 숫자가 보이니? 넌 이게 믿어지니?”
-p. 33, 「어느 시인의 죽음」 중에서

 

「라하이나 눈」에서는 육체를 동기화하는 기술이 발전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여 타인을 위해 육체를 대신 트레이닝해줄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 속 주인공은 동기화수술을 통해 알파의 운동을 대신해주는 '베타'가 되었다. 주인공인 '나'는 그림자에 쫓기지 않기 위해 달렸는데 이제는 타인의 위한 트레이닝의 도구로 열심히 달리게 되었다. 부와 명예를 가진 타인을 위한 육체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비극과 슬픈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럼에도 다시 달렸다.
그림자가 쫓고 있으니까, 나는 쫓기고 있으니까.
-p. 55, 「라하이나 눈」 중에서

 

「기린의 심장」에서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치장에 들어온 소설가에게 다가가 경찰 K는 '누구에게도 말해준 적이 없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환상의 동물원을 떠도는 삶의 지향을 잃은 자들에 대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해서 판타지적 세계를 보여주며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어머니를 살릴 약으로 '기린의 심장'이 꼭 필요한 한 소녀와 동물원의 침략자인 소녀를 몰아내야하는 주인공 K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기린의 심장'이란 무엇이며, 이 동물원은 어떤 곳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건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예요. 내겐 기린의 심장이 꼭 필요해요. 하지만 저들에겐 필요하지 않죠. 저들에겐 '기린의 심장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라는 인식이 중요한 거라고요."

-p. 97-98, 「기린의 심장」 중에서

 

 K는 이제야 이 동물원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로 채워진, 모두들 유혹하고, 하지만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그래서 마침내 모두를 좌절시키는,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p. 116-117, 「기린의 심장」 중에서

 

이렇게 판타지적인 미래 사회적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연극의 시작」처럼 지하철 화재로 딸을 잃은 노인의 복수 같은 우리 사회 현실과 비극을 다룬 작품도 있다. 「연극의 시작」은 정서력 지하철 화재 사고로 인해 딸을 잃은 노인이 딸의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을 납치하여 죽임으로서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가해자들에게 노인은 분노를 느낀다. 여전히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느끼지 못한 채 변명하고 책임을 회피한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와 변명에 피해자만 고통을 받을 뿐인 것이다.

 

"누군가 그랬지. 인생은 연극이라고. 그럼 우린 배우란 소린데......나는 늘 궁금했다네. 도대체 누가 이 연극을 기획한 걸까. 꼭두각시처럼 던져준 대본이나 읊으면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p. 249, 「연극의 시작」 중에서

 

이 책  『기린의 심장』 속에 수록된 9편의 단편들은 판타지적 이야기라 생각해서 현실과 관련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기발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사회 부조리와 인간의 불행을 연결시킨다. 돈으로 사람을 지배하고, 돈과 권력에 의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를 배척하고, 죄를 반성하지도 않고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인물들은 우리 사회 속에서 부조리하게 존재하고 있는 인간군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들 속에 작가가 작품 속에 숨겨둔 메시지를 찾으면서 9편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9개의 퍼즐 조각이 모여 한 개의 큰 퍼즐이 되었고, 그 퍼즐이 한 권의 이야기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앞으로도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멋진 필력이 합쳐져 '누구도 말해준 적 없는 이야기 2탄'이 나오길 바래본다. 

 

 이 글은 교유서가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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