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질주 안전가옥 쇼-트 17
강민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기 상황에 맞선 두 여성 연대"

강민영의<전력 질주>를 읽고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탈출하라! "

-위기 상황에 맞선 두 여성의 연대 이야기-

 

요즘 이상기후 현상으로 전세계 사람들이 자연재해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름 내내 계속되는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지속된 장마로 인해 많은 이재민들이 발생해서 집에도 돌아가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영국의 저명한 잡지 가디언지는 "지난 30년간 여름철 고온 때문에 발생한 인명피해의 3분의 1은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직접적 결과로 수백만 명이 희생됐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상기후로 우리는 더이상 전형적인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고 예전에는 봄, 여름, 가을,겨울 4계절이 분명했는데 이제는 봄, 가을은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존재하는 것 같다. 이처럼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는 어느덧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자리잡았다.

 

이 책  『전력 질주』는 이런 이상기후 현상으로 발생한 지속된 한여름 장마 상황 속에서 벌어진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진과 설은 아마추어 스포츠인이며 휴가 기간 동안 그동안 못했던 운동들을 하고자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열흘 간 지속된 장마로 인해 휴가 계획은 취소되고 그들은 야외에서 운동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스포츠센터를 찾는다. 여러 스포츠센터 중 국내 최대 규모의 송도 트라이센터를 선택해서 거기에서 진은 바다수영 대신 실내 수영을, 설은 마라톤대회 참가 대신 달리기를 하려고 한다. 

그 트라이센터는 규모뿐 아니라 설비까지 훌륭하다고 소문이 났고, 직접 가서 운동을 해보니 그 소문이 사실임을 알고 뿌듯해했다. 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던 진과 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흙탕물이 어느새 바닥을 적시고 건물 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건물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그들은 생존을 위해 이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탈출해야 하는 것이다. 진은 지하 4층에서, 설은 지하 3층에서 각자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진이 탈출하고자 지하 3층으로 올라오게 되면서 진과 설은 우연히 만나게 된다.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던 진과 설은 재난상황 속에서 서로 도우며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건물 붕괴라는 위기 상황에 맞선 두 여성 진과 설의 연대가 시작이 된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마음 속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재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연대한다.

 

진과 설의 탈출 과정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현대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을까 ?' 생각하며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건물 붕괴라고 하니 예전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가 생각이 나기도 했고, 얼마나 10.29 사태로 인한 참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트라이센터의 붕괴조차 안전불감증과 부실건축이 불러온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으로 야기된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나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에 의한 부실 건축 등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재난 상황이 실제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통탄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재난상황 속에서도 국가의 도움은 없었다. 진과 설을 포함한 생존한 사람들이 무사히 탈출한 것은 연대를 통해 서로 도와주고 한 명이라도 살리고자 하는 인간적인 마음과 애정이었다. 진과 설도 처음에는 서로 알지 못하는 남과 같은 사이였으나, 재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면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진과 설은 각자가 가진 마음 속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들의 빛나는 우정과 따뜻한 연대가 나를 감동시키고 가슴 뭉클하게 했다. 

 

“그때 이후 다시는 물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물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저앉은 설의 신발 안쪽으로 흙물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었다.
“… 수가 없어요.”
설의 웅얼거리는 목소리는 바닥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진은 설 쪽으로 더 몸을 기울이며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뭐라고요?”
“움직일 수가 없다고요.”
설이 핏기 하나 없이 사색이 된 얼굴로 진을 올려다봤다. 설의 비닐 백을 들고 있던 진의 오른손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 p.78

 

과연 진과 설은 그 건물에서 무사히 탈출해서 살아남았을까. 두 여성의 아름다운 연대로 인한 결말이 궁금하면 이 책 『전력 질주』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정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일일까. 하긴 요즘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10.29사태 또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었던가.

이처럼 인간의 연대는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감정이 메말라 삭막한 사회를 훈훈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재난 상황 속에서 살아갈수록, 우리들이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 여성들에게 힘을 내라고말하고 싶다. 

 

힘을 내고 있거나 힘을 내기 위해 대기중인 '움직이는 여자들'을 응원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대항해야 하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p.185, <작가의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