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손님 - 제26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윤순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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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찾아 경계선 넘어온 사람들"

윤순례의<여름 손님>을 읽고 

 



"침묵의 어둠 속에 묻어두어야만 했던 탈북의 기억

아직은 멀어서 눈부시게 환한 빛들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여섯 편의 이야기들-

 

자유와 인간다움을 위해 경계선을 넘어온 사람들인 탈북인들은 과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법률인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2010년 9월 2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률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북한이탈주민 예비학교 설립, 취업지원 강화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혹자는 이런 정부의 북한이탈주민 지원에게 각종 지원을 해주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아무런 노력없이 지원받아 잘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탈북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이 책 『여름 손님』을 통해 작가는 정박지를 잃고 방황하는 그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놓았다. 작가는 북한을 떠나 중국, 독일 등 세계 여러 나라로 흩어져 뿌리를 내리며 정착하려고 하는 탈북민들의 모습을 잘 포착해놓았다. 이 책 속에 수록된 여섯 편의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지만, 그들의 삶 속에서 존재하는 인물들은 서로 얽히고 설켜서 서로 긴밀히 연결이 된다. 이런 스토리의 구성 형식을 볼때 이 작품은 연작소설인 것이다. 연작 소설이란 각각의 이야기들이 독립된 완결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각 작품들이 일정한 내적 연관을 지닌 채 연쇄적으로 묶여 있는 소설의 형식을 말한다.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은 철진, 화은, 종우, 성국, 화진 등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연작소설이라는 형식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덩굴처럼 얽혀 관계를 맺고 존재한다. 첫 번째 이야기인 <여름 손님>에서 희숙이가 왜 남한으로 오면서 '화은'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게 되었는지 두 번째 이야기인 <바람빛 자장가>를 통해 알 수 있다. <심봤다>에서 '나'라는 화자와 나의 아내인 화진과의 결혼 생활에서 보여지는 불협화음의 원인과 화진의 과거와 현재가 마지막 이야기인 <사적인, 너무도 사적인 침묵의 역사>에서 드러난다. 이렇게 여섯 편의 이야기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 속 인물들의 삶이나 과거가 다른 이야기 속에서 보여지는 식이다. 각각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면 하나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그 그림 속에서 북한이탈주민으로써, 즉 탈북민으로 사는 삶의 고충과 힘겨움이 보인다. 

 

 

자유와 인간다움을 찾아 경계를 넘어 남한으로 왔지만, 그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물론 <여름 손님> 작품에서처럼 남한 사람을 만나 사과농장을 꾸리며 사는 선숙처럼 남한 생활에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도망자의 삶을 지속하는 철진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 속에서 탈북민 사이의 관계와 탈북민과 탈북민이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통해 탈북민들의 삶을 조망하고 있다.

 

그들은 태어난 곳을 떠나 타지에 정착하여 터를 잡고 살아가려고 하지만, 이들의 역사를 하나로 언어화해서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과 탈북의 기억은 다르겠디만, 여전히 그들인 침묵 속에서 머물러야 하고, 언제 발각되고 들킬까봐 불안해한다. '탈북민'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사회의 약자로 침묵과 어둠 속에서 지내고 있다. 

 

또한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 중에서 <바람빛 자장가>와 <별빛보다 멀고 아름다운>에서는 남한이 아닌 타지의 땅에서 정착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그들이 맺는 관계에 대한 섬세한 통찰을 보여준다. <바람빛 자장가>는 편지 형식을 통해 화은이 북한을 떠나 중국 체류 중에 만난 남한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름 손님> 작품에서 그 사진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지만, 그 사진작가에 대한 화은이의 마음은 밝혀지지 않지만, <바람빛 자장가>에서는 화은이가 사진작가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진작가는 화은이의 순수한 마음을 무시한채 그녀를 탈북민이라는 대상으로만 보았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적인 사람들의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또한 <별빛보다 멀고 아름다운>에서는 남한에서 사업 실패로 도주하게 된 종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도주를 위해 북한 국적인 '김원철'의 신분을 취득해서 가짜 신분증을 만든다. 김원철의 가짜 신분을 이용해서 독일 뒤셀도르프에 체류하고 그 곳에서 탈북민인 선화를 만나게 된다. 점점 더 선화에게 호감을 느끼고 탈북민이라는 공통점으로 그녀와 가까워지게 된다. 종우는 엄밀히 말하면 탈북민이 아니지만, 탈북민 행세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탈북민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공통적으로 느끼게 된다. 또한 종우를 이야기를 보면 살인 의욕을 받고 종적을 감춘 선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머지 이야기들을 통해서도 선화의 행적은 알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사적인, 너무도 사적인 침묵의 역사>에서는 화진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가 나온다. <심봤다>를 통해 트럭 기사와의 불륜으로 인해 남편에게 매맞고 쫓겨난 화진이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마지막 이야기 속에서 화진이의 현재 삶이 드러난다. 북한에서 데려온 아들, 중국에서 데려온 딸, 남한에서 낳은 어린 딸을 키우는 화진이는 어떤 심정일까. 그들 모두는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정착하려 살아가지만, 여전히 적응하지 못해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또한 화진이는 집주인 여자 대신 재혼상대와 맞선을 보면서 또다른 인생을 꿈꾸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과연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까. 

 

이 책 『여름 손님』 속 인물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 정박할 곳이 없이 세상의 경계를 떠돌아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곁에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무더운 여름날 불쑥 우리에게 찾아온 손님들처럼 이들의 방문은 예기치못하여 당혹감을 자아낼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이 손님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들과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들이 이 곳에서는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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