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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
오현세 지음 / 달콤한책 / 2022년 12월
평점 :
"갑골문에 숨겨진 여자에 대한 낙인 "
오현세의 <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를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114/pimg_7526911563711365.jpg)
"남자의 머릿속에는 어떤 여자가 들어 있을까? "
-갑골문으로 역추적한 여자 이야기-
남자는 여자를 어떻게 인식할까? 과거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고 양성평등시대를 지향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여자와 남자가 동등하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성이 내가 느끼기에도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남녀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여성에 대한 인식과 차별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이며, 인류의 탄생 이래로 계속되어왔다. 심지어는 우리가 쓰는 언어 특히 한자어에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숨겨져 있다.
이 책 『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 을 통해 저자는 갑골문자 속에 숨겨진 여자에 대한 인식과 의미를 알아보면서 여자는 존재 자체가 낙인었음을 말하고 있다. 5천여 년 전 중국 상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갑골문 속에는 만든 사람들의 생각이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런데 이 갑골문을 만든 사람들이 남자였고, 그 남자들은 여자(女)를 부정적인 존재로 보았음을 여러 갑골문자나 지금의 한자어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왜 그들은 여성을 부정적인 존재로 보았을까. 우리가 한자어로 '여자'를 뜻하는 '여자 여(女)라는 한자에 보이는 여자의 모습부터가 두 손을 앞으로 모르고 무릎을 꿇은 모습이다. 그 당시 남자들은 여자를 남자에게 의탁한 존재, 순종적이고 복종하는 존재로 본 것이다. 그 여자 여(女)를 시작으로 여성과 관련된 한자어에 모두 이 여자 여(女)가 들어간다.
남성의 시각으로 본 여성의 존재는 다분히 남성중심적인 입장이 반영되어 그들의 이익과 편리를 대변하였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온 것이다. 남자들은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여성을 남자들과 동등한 인간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여자는 누구든지 간에 남자의 삶을 위한 노예이자 도구이며 남자를 유혹해 파탄으로 이끄는 존재였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여(女)가 포함된 한자어 백여 개를 추려서 그 한자어들이 모두 낙인의 증거였다는 것을 여러가지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같은 여자로서 여성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고대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이 분개할만큼 짜증나는 일이기도 했지만, 세계의 역사를 통해서 볼때도 기분이 나쁘지만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임을 안다. 지난 우리 한국 사회 역사 속에서도 여성들의 삶은 남성을 위한 도구이자 성적 대상이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 여성들은 노예처럼, 성적 노리개처럼 그런 차별과 억압을 맞으며 고난의 힘겨운 삶을 살아온 것이다.
저자는 백여 개의 한자어들을 각 5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여성이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여자라는 존재를 형성하는 어머니, 딸, 아내, 며느리 그리고 무녀에 대해 관련된 갑골문과 한자어를 중심으로 설명해준다. 왜 이 갑골문이 이런 의미를 가졌는지, 이 한자어 속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등을 흥미로운 예화들을 들어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2장에서는 여자의 위상에 대해 주로 설명하고 있는데 왕의 여자인 황후부터 시작해서 첩,노예, 창녀 등 여성의 높은 지위에서 낮은 지위까지 순서대로 차근차근 말해준다.
그리고 3장에서는 여자의 성정으로 흔히 간주되는 유혹, 질투, 교활, 음란, 간사함에 대해 관련된 한자어와 관련된 역사를 중심으로 설명해준다. 왜 여자들이 유혹하고 질투하고 교활한자, 왜 여자들을 음란하고 간사하다고 하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 말해준다.
4장부터는 흔히 여자의 신체조건으로 말해지는 작아야 한다. 약해야 한다. 허리가 가늘어야 한다 단정해야 한다 가꿔야 한다,아름다워야 한다 등과 같은 조건에 대해 설명해준다. 왜 이런 조건들이 여자들의 조건들로 선정되었는지 관련된 한자어를 분석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강조되어야 여자의 신체조건들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왜 그런 조건들이 필요했는지 이 4장을 통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여성들은 이렇게 부정적인 존재로 간주되어 온갖 차별, 억압과 고통 등을 당해온 것일까. 고대부터 지금까지 우리 여성들의 삶이 지나온 길을 보니 같은 여성으로써 안타깝고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존재 자체가 낙인 찍혀서 고통의 세월을 살아왔고 그 삶을 꿋꿋히 견뎌왔기에 지금 내가 여성으로서 이런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가 쓰는 언어 속에서조차 여성에 대한 낙인과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사실이 참 마음이 아프고 계속해서 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그 차별과 낙인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비록 우리가 언어는 고칠 수 없지만, 남자들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여자에 대한 인식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많은 여성들의 노력으로 인해 여성들도 이제는 남자들과 동등한 지위를 얻고 있다. 더이상 여자는 남자에게 종속되고 남자에 의존하는 존재가 아님을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하겠다.
이 책 『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을 통해 갑골문에 낙인으로 박제되어 오랜 시간을 살아오고 견뎌온 여자들 만나보았다. 이제 우리는 낙인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더이상 남녀 모두는 동등한 존재이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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