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인 협동조합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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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상황에 직면한 인간의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들 "

 

김동식의< 청부살인 협동조합 >을 읽고 



"돌아보니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

-공포의 상황에 떨어진 한 인간의 선택에 대한  스무개의 이야기들-

 

갑자기, 예상치도 못하게 공포의 상황 속에서 빠져버린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까.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이 책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전작인  『회색인간』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동식 작가의 공포 스릴러 단편집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오해와 섣부른 판단으로 인해 생긴 비극과 돈에 대한 욕심과 이기심으로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 등 우리의 삶을 진짜 공포로 만들어버리는 것들에 대한, 공포 상황에 빠진 인간의 선택에 대한 스무개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김동식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돌아보니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 라는 생각을 전해왔는데 이 책  『청부살인 협동조합』에서도 닥쳐온 불안과 공포 상황보다는 그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인간의 이기적이고 잔인한 선택이 더 큰 공포를 자아내고 있다. 마치 영화  『오징어게임』을 보듯이 그들이 마치 게임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고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강요받는다.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어떤 시험대에 올라서 그들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처벌받게 된다.

 

표제작인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청부살인업자들이 청부살인 대상을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해 협동조합을 구성해서, 청부살인 대상을 한데 모여서 죽이게 된다. 버스 전복 사고나 각종 안전사고가 사실은 알고 보니 청부살인 협동조합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발생한 것이고, 사망자들은 모두가 그들이 마땅히 죽여야했던 청부살인 대상자들이었던 것이다. 청부살인업자들이 서로 연대하여 '청부살인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청부살인대상자들을 함께 처리한다는 설정이 참 신선하고 인상깊었다. 

 

"살인청부업자들이 나름 협동조합의 개념으로 묶음 살인을 저지른 거라고."

-p. 41

 

이제는 청부살인도 전문적으로 연대해서 해야하는 시대이다. 이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살인도구뿐만 아니라, 수사도구들도 발전해서 범죄자들을 쉽게 발견해서 검거할 수 있다. 그래서 청부살인업자들도 무턱대고 사람을 칼로 푹 찔러서 죽일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원한에 의한 살인들도 많아서 청부살인 건수도 증가했을 것이다. 이런 사회와 시대의 변화에 대해 청부살인업자가 한 마디를 한다.

 

"이봐. 사람 죽이는 게 쉬운 줄 알아? 무턱대고 푹 찔러 죽이는 시대는 지났다고. 여론의 의심도 피해야 하고, 경찰 수사망도 피해야 해. 어? 그런 설계가 쉽지 않다고. 비용도 많이 들고. 하지만 한 번의 설계로 대여섯 건의 의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효율이 나온다 이 말이야."

-p. 41

 

그러면 대참사에서 죽은 사람들도 혹시 청부살인 대상자들이었을까. <청부살인 협동조합>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그 외에도 복수를 위해 모인 세 사람의 심리전을 그린 <원한의 기준>에서는 원한에 휩싸인 세 사람들은 각자 복수를 하려고 마음 먹게 된 사연을 이야기한다. 상대방에서 저주를 퍼붓기 위해서는 세 사람이 힘을 합쳐 뱀 잔에 담긴 액체를 마셔야 한다. 그러나 결국 그 세사람은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은 한 사람만이 그 액체를 통체로 마셔버린다. 인간의 이기심과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자기중심적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게 된다. 

 

“아까 두 사람의 사정을 들으셨겠지만, 그것은 원한이 아닙니다. 저주를 내리는 악신은 굉장히 객관적입니다. 돈을 안 빌려줬다고? 내가 찍은 남자를 꾀었다고?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기분 나쁜 것을 원한이 생겼다고까지 표현하는데, 그게 무슨 원한입니까? 최소한의 피해라도 보았어야 원한이 성립되지요.”
-p. 71, 「원한의 기준」중에서

 

<천국이냐 지옥이냐> 이야기에서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을 잘 보여준다. 어떤 인간이 죽으면 천국에 가거나 지옥에 가는 것은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부모나 친구들이 과연 천국에 갔을까. 또는 지옥에 갔을까를 알아맞혀보라고 말하면서 만약 이기게 되면 10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주인공 김남우는 나름 죽은 사람들의 과거 행적을 바탕으로 천국과 지옥을 선택한다. 과연 그의 예측이 맞았을까. 마지막 부분에 이 선택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 천국과 지옥을 선택하는 것도 결국은 자의적인 판단에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그들을 지옥으로 보내버린 것은 과거 그들의 나쁜 행적이 아닌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이기심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선과 도덕이라는 건 인간의 기준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천국과 지옥도 인간들의 손에 맡기는 거죠. 당신을 잘 아는 누군가가 어떤 평가를 할지, 두고 봅시다. 그때까지는 천국에서 편하게 대기하시기를요.”
-p. 225, 「천국이냐 지옥이냐」중에서

 

이 밖에도 인상깊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어떤 이야기들은 마치 온라인 게임 속 상황이 재현이 되기도 한다. 또 어떤 이야기들은 도저히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비현실적 이야기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각자 내용들과 소재는 다르지만, 극한 공포의 상황에 직면한 인간의 선택이 중심이 된다. 우리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해야 현명할까 등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서 '만약 나라면 어떤 결정과 선택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너무 흥미롭고 스릴 넘치는 이야기들이어서 자신이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을 골라 읽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김동식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드러나는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다' 라는 생각을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발견하게 된다. 아마 김동식 작가의 스릴있고 공포스러운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스릴과 공포 이 두 가지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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