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게 빛나는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느끼는 불안 공포에 대한 단편집"

 

김혜영의 < 푸르게 빛나는>을 읽고 



"코즈믹 호러, 거대한 공포로 평범함 불안을 말하는 장르이다."

-불안과 공포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들-

 

 

우리는 언제 불안을 느끼는가?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존이 위협당했을 때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때, 잘 대처하지 못할 때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이 불안의 순간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주 겪게 된다. 

이 책 김혜영 작가의 『푸르게 빛나는』는 안전가옥 쇼트 열다섯 번째 작품집이며 이 책에 수록된 세 편의 단편은 불안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열린 문>은 짧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극대화된 공포와 불안을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깊은 밤, 초등학생 남매가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엄마로부터 디지털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그들은 깊은 밤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항상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다가 없으니 너무 심심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도둑 잡기 놀이를 하기로 한다. 그래서 그들은 문을 열어놓고 도둑이 들어오면 때려잡겠다며 야구방망이나 돈까스 자르는 나이프를 들고 누군가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정말, 상상도 못할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과연 그 충격적인 공포스러운 사건은 무엇일까.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그것이 무엇일지 자꾸만 상상하고 생각하게 하면서 나에게 끝없는 공포감과 불안을 선사했다. 

 

타박. 타박.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다다. 누군가가 벌써 한 층을 다 올라왔다. 다다. 아래층 사람일까. 아니면 집 나간 아빠? 거침없이 다음 계단을 밟는 발소리가 들렸다. 다다. 아니면 진짜로 엄마가 이제야 집에 돌아오는 걸까?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다다. 아니면 정말로 열린 문을 지나치지 못하는 도둑이 오는 걸까? 다다. 무언가가 오고 있었다. 다다. 분명하고 확실하게. 다다. 온다.
-「열린 문」중에서

 

두 번째 이야기인 <우물>은 액취증에 걸린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체취가 심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항상 외롭게 살아왔다. 그 여자에게 친구라고는 만성 축농증에 걸려 냄새를 거의 맡지 못하고 수시로 재채기를 하는 친구가 한 명 있을 뿐이다. 어느 날, 그녀는 액취증을 해결해주겠다는 미지의 여인을 만나서 검은 물을 마시게 된다. 그녀는 속는 셈치고 억지로 그 검은 물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그녀의 액취증은 낫게 된다. 그 검은 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그 검은 물을 얻기 위해서는 검은 우비와 장화와 삽이 필요한 걸까. 그 검은 물을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과 죽음이 필요한 것일까.

 

마지막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푸르게 빛나는>에서 작가는 불안과 공포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결혼한 신혼부부인 여진과 규환은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로 입주를 한다. 임신 중인 여진은 한밤중에 깨어나 주먹만한 크기의 '푸르게 빛나는'구체를 보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것이 태몽인 줄 알았는데 몇 달 뒤 여진은 집안 곳곳에서 새파란 점 같은 벌레들을 발견한다. 그래서 여진은 남편인 규환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만 정작 남편은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한다. 규환에게는 그 벌레가 보이지 않고 여진은 자신이 분명히 보았다고 주장하면서 부부 사이에는 앙금과 불신의 벽이 높아만 진다. 규환이 보기에는 여진이 지나치게 불안해한다고 생각하고 여진은 규환에 대해 자신에게 무심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벌레의 존재는 공고해져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환은 신종 벌레를 단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었다. 남들은 존재를 알고 중요한 문제라 이야기하는데 자신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한 것. 바로 옆 사람이 경험을 실감 나게 전하고 두려움을 표현하는데 자신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 어느샌가 규환은 벌레 이야기가 여진의 임신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푸르게 빛나는」중에서

 

이에 서운함을 느낀 여진은 자신의 말을 증명해보이고자 아파트 커뮤니티 단톡방에 그 사실을 아리고 아파트 주민들과 그 사실을 공유하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아파트 측은 그 사실을 숨기고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가뜩이나 임신으로 인해 친구 사이가 단절되어 친구들이 자신을 따돌릴까봐 불안해한다. 또한 배 속의 아이가 혹시나 잘못될까 봐 걱정도 된다. 그리고 푸르게 빛나는 이상한 벌레로 인해 경기도에서 서울로 영영 이사가지 못할까 봐 걱정도 하면서 여진은 각종 불안과 공포로 힘들어 한다.

 

이에 대해 <프로듀서의 말>에서는 이런 공포를 코즈믹 호러로 정의한다. 코즈믹 호러는 흔히 인간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어떤 미지의 존재로 인한 공포, 인간이 지닌 어떤 가치도 아무 의미가 없음을 말하는 절망적인 공포라고 한다. 이 <푸르게 빛나는>에서 여진이 느끼는 총체적인 불안과 공포를 코즈믹 호러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이런 공포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 우리도 일상 생활을 하면서 자주 느끼는 것이다. 여진이 맞딱뜨린 현실도, 그런 현실 속에서 느끼는 공포와 불안도 우리도 겪어왔다. 요즘같이 부동산 값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상황은 그런 우리의 불안을 더욱 극대화한다.

 

이 책 『푸르게 빛나는』을 통해 인간이 미지의 존재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공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그 미지의 존재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 정체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줄어들지 않을지 모른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제든 생존의 위협, 심리적인 위협으로부터 불안을 느낀다.

불안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는 없을까. 불안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하는 그런 희망과 바램을 마지막으로 가져보며 이 책의 책장을 덮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