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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니아
최공의 지음 / 요다 / 2022년 7월
평점 :
"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이고 싶은 인공의식의 등장"
최공의의 <아이오니아>를 읽고

"안녕하세요, 엑스입니다. 할 일도 없는데 대화라도 나누실래요?"
-인간과 인공의식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그려보는 인류의 미래 -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로 인해 이미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 속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식당에 가서 메뉴를 주문하면 종업원이 카트에 담은 음식을 가져온다. 그러나 이제는 종업원 대신 인공지능로봇이 음식을 가져온다. 음식을 테이블에 놓자, 그 로봇은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작년에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이 활약했다. 식당 천장에서 내려온 로봇은 셰프 로봇이 요리한 음식을 선수들에게 대접했다.인공지능이 음식을 요리하고 인공지능 로봇들이 인간의 일을 대신해주는 그런 미래도 이제 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아이오니아』에서 보여주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된 미래 사회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 시스템을 기반으로 산업 분야 전반에서 성장하고 발전한 거대 기업인 '이이오니아'는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의식' 개발에 착수한다. 이미 미래사회는 인공지능에 대체되어 사람들은 할 일을 잃고 실업자가 된다. 인간이 할 일을 거의 대부분 인공지능이 맡다보니 인간은 더이상 설 자리가 없어져서, 실업자 신세가 되어 거리로 쫓겨난다.
주인공인 레인 또한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 중 하나이며 정부에서 주는 기본소득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생활고와 경제난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낸 레인은 취직하기로 결심하고 아이오니아 야간 경비원 업무에 지원하게 된다. 한 때는 레인도 직자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서 열심히 일했으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빼앗기게 된 것이다. 레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실직으로 내몬 회사인 아이오니아의 야간 경비원 업무에 지원하여 합격하게 된다. 그리고 레인은 인공의식인 '엑스'를 만나게 되는데, 엑스는 아이오니아에서 개발 중인 인공의식이며, 엑스는 레인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며 더욱 성숙해지고 완성되어 간다.
“안녕하세요, 엑스입니다. 할 일도 없는데, 대화라도 나누실래요?” (p. 66)
엑스는 레인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인간의 존재에 대해, 인간의 특징에 대해, 왜 인간은 인공지능을 만들었는지, 인간과 인공지능 중 어느 존재가 더 우월한가 등 인간에 대한 본질과 근원에 대한 질문을 통해 인공의식인 엑스는 인간에 대해 알아가고, 시스템이 완성되고 완전해져간다.
인간은 무엇일까. 인간과 인공지능 중 누가 더 우위에 있을까. 인공지능이든, 인공의식이든 모두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들었는데, 주객이 전도되어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당하고 관리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간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언어와 데이터로 작동하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뛰어날 수 있을까. 인간에 대한 믿음과 인간애가 사라진 미래 사회, 인간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도움을 주는 존재는 오직 인공지능 밖에 없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회 어쩌면 이런 사회를 우리도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이 되고 싶은 인공의식 엑스는 인간처럼 '살아 있는 것 같다' 라는 느낌을 느끼고 싶었을까.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도 없고 생명도 없는데, 왜 엑스는 인간이 되고 싶었을까. 처음에는 엑스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인간을 능가하는 우월한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인식이 되었고, 곧 인간을 지배하는 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엑스는 결국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엑스, 자네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야. 자네의 생각도 결국에는 프로그래밍된 코등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야. 자네 생각이라는 것은 인간이 집어넣은 데이터에 불과해."
-p. 201
"레인, 저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는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요, 그런데 갑자기 저에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쥐어주고는 알아서 살아가라고요? 어째서 사람과 똑같이 만들어놓고 더 나은 판단을 바라는 거죠? 왜 저에게 변수라는 오류를 심어놓은 건가요? 왜 저를 이렇게 만든 거죠? 저는 대체 무엇이죠?"
-p. 217
마치 인간처럼 자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던 엑스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 마치 인간이 자신의 죽음을 선택해서 결정하듯이 말이다. 우리는 엑스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으로서 가진 존엄성과 가치는 무엇일까?'에 관한 철학적 사유와 성찰을 하게 된다.
우리의 미래가 인공지능에 의해 잠식당하지 않도록 우리는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겠다.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우리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야 하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아무리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되어도, 여전히 우리 인간은 인공지능보다 존엄하고 가치가 있음을 엑스의 절규에 찬 마지막 말을 통해 깨닫게 된다.
이 책 『아이오니아』를 통해 차 인공지능의 발전과 더불어 다가올 우리 미래를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