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
맥스 브룩스 지음, 조은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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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살인 사건 속 어둠의 포식자들"


맥스 브룩스 <데볼루션>을 읽고 



"그들은 더 이상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레이니어의 포식자들이 자행한 대학살기-

 

여름이 되면 좀비 시리즈의 호러 영화들이 개봉이 되고 인기를 얻는다. 좀비나 외계인과 같은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더운 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릴만큼 우리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그런 영화들 중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 워 Z』은 대표적인 좀비 스릴러 영화이다. 이 영화는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였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맥스 스 브룩스는 대표적인 좀비물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 『데볼루션』에서는 맥스 브룩스는 좀비에 이어 고전 괴물인 '사스콰치'를 등장시킨다.

당신은 '사스콰치' 또는 '빅풋'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빅풋(Bigfoot)은 미국, 캐나다의 록키 산맥 일대에서 목격된다는 미확인 동물이다. 사스콰치(Sasquatch)라거도 불리는데 캐나다 서해안 지역의 인디언 부족 언어로 '털이 많은 거인'이라는 뜻이다. 

 

맥스 브룩스는 이 책 『데볼루션』에서 고전 괴물인 '사스콰치'를 등장시켜 극한의 공포를 선사한다.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미확인 사건에 대한 제보가 한 평론가에 들어온다. 그 제보의 내용은 레이니어 화산 폭발에 못지않은 유혈 참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레이니어 화산 폭발에 쏠려 있는 사이 그 산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고립되어 있는 최첨단 고급 환경 공동체인 그린루프에서 끔찍한 대학살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화산 폭발에 정신이 없는 사이에 은폐되거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화산 피해 지역을 조사하던 중에 잔해 속에서 거주민이었던 케이트 홀랜드의 일기가 발견이 된다. 그리고 그 일기에 의해서 그 날의 참혹하고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과연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을까?  과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저자는 현실감과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잔해 속에서 발견된 케이트의 일기와 화산 폭발 당시 사건 현장과 관련된 산림 감시원과 케이트를 그린루프로 보낸 장본인인 프랭크의 인터뷰를 통해 어둠의 포식자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케이트의 일기를 통해 그녀가 어떻게 그린루프로 오게 되었으며, 그린루프는 어떤 곳이며, 왜 그곳이 구조 과정에서 배제되었는지, 어떻게 괴생물체의 습격을 받게 되었는지 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특히 이 참사가 일어난 장소인 그린루프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곳은 인적이 드문 깊은 숲속에 건설된 소수만이 살 수 있도록 계획된 최첨단 고급 친환경 공동체이다. 그린루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사랑하고 사회 소수자를 지지하는 평화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자연을 이용해서 개발에만 급급하는 문명 사회를 비판하면서 자연 한가운데에 인위적으로 지어진 안전한 장소였다. 전문지식과 비폭력을 중시하고 자연친화적인 그린루프의 운영방침은 어쩌면 허울과 명목뿐인 이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안전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 이상적인 장소가 괴물의 공격을 받는 가장 위험한 곳이 되었으니 말이다. 문명과 따로 떨어졌기에 구조 과정에서 배제가 되었고, 그들의 참혹한 대학살도 알려지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케이트의 열 일곱 편의 일기들을 통해 우리는 점점 괴생물체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처음에는 정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괴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사스콰치'라는 미확인 동물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진을 보니 고릴라나 유인원과 닮아 보인다.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 이전에 존재했던 원시 인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주로 미국, 캐나다의 록키 산맥에 거주한다고 알려져있는데, 왜 그들은 그린루프에 나타나게 된 것일까. 아마도 레이니어 화산 폭발로 인해서 산에 숨어살던 그들이 어쩔 수 없이 산을 내려오게 되고, 먹이를 찾아 헤매던 중 그린루프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들을 몰아내고 그  지역을 자신들의 거주지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들을 난폭하게 만든 것은 결국은 인간의 잘못일까. 존재하는 줄 몰랐던 그 괴물들을 불러들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피에 굶주렸다’는 표현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요. 침팬지가 원숭이를 갈기갈기 찢을 때 그런 소리가 들리거든요. 표범이 가젤을 쓰러뜨린다든지, 상어가 바다표범을 사납게 공격한다든지, 하는 모습과는 사뭇 달라요. 우리가 지금껏 보아 온 사냥과는 차원이 달라요. 차갑고 기계적이죠. 유인원들은 광기에 사로잡혀 펄쩍펄쩍 뛰며 춤을 춰요. 그들이 살해를 즐기지 않는다고 말하지는 마세요.
-p.280

 

 저자는 케이트의 일기를 통해 서서히 다가오는 괴물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처음에는 지독한 악취로 어렴풋이 '어떤 괴물이 있다'라는 정도만 짐작하게 하다가 서서히 그 존재를 드러내면서 마지막에는 난폭하고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참하고 끔찍하게 사람들을 학살하면서 피가 난무한 현장만을 남기면서 말이다. 일기 속 케이트가 느끼는 두려움과 좌절, 그 괴물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참혹한 대학살의 현장 모습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공포감은 극대화된다.  

 

저자는 사스콰치와 사투를 벌이는 인간들의 투쟁 과정 속에서도 서로 협력하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살려고 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생각이 어떤 비극을 가져왔는지, 최상의 포식자인 인간이 어떻게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저자의 인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좀비 스릴러 소설의 끝판왕인 이 책 『데볼루션』을 통해 무더위를 이겨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월드 워 Z』처럼 이 책 속 이야기도 영화로 만들어지면 좀더 그 공포감을 생생하게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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