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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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말랑하고 따뜻한 문장과 생각들"


황경신 <달 위의 낱말들>을 읽고



"아픈 것에서 피어나는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들"

-일상 속에서 건져올린 문장과 글들 -

 

우리가 일상 속에서 듣고 말하는 많은 말들 속에는 따뜻함, 차가움, 착함, 쓸쓸함 등의 감정이 숨겨져 있다. 무심코 우리가 내뱉은 말 속에서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말과 문장들 속에서 우리는 감정, 생각 등을 담을 수 있다. 

 

이 책  『달 위의 낱말들』에서 저자는 단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1장 『단어의 중력』에서는 '내리다', '찾다', '터지다', '쫓다', '지키다', 등과 같은 11개의 동사들과 '선택', '미래', '헹복', 막장', 등과 같은 17개의 명사들을 합쳐 28개의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각각의 단어들과 관련된 저자의 경험,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하나의 단어를 중심으로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저자가 세상을 보는 시선과 생각들이 잘 어우러져 한 편의 짤막한 이야기가 된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반듯한 자세로 누워, 너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삶에게 명령을 내린다. 너의 짐을 내려달라고, 너를 지구의 중심까지 내려달라고, 먼 훗날 누군가 두레박을 내려 너의 영혼을 길어 올린다면, 너는 기꺼이 다시 한 번 세상에 내려앉겠다고, 비가 되어, 빛이 되어, 혹은 땅거미가 되어.

 -p. 15, 『내리다』 중에서



죽음의 순간이 아마 이와 같을까. 우리가 지금까지 짊어온 삶의 무게와 짐을 내려놓는 것, 지구의 중심으로 내려가는 것이 죽음의 의미일까. 두레박을 내려 우물 속 물을 길어올리듯, 누간가 두레박을 내려 저 세상 속에 있는, 지구의 중심으로 내려간 우리의 영혼을 길어 올릴 수 있을까. '내리다' 라는 단어를 통해 죽음과 영혼으로까지 연결시킨 저자의 상상력과 통찰력에 놀라게 된다. 

 

저자는 특히 외국 여행을 하다 만난 사람들과 장소들 속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통해 우리의 인생 즉 삶을 이야기 한다. 저자의 직접 경험을 통해, 사색을 통해 나온 생각이기에 마음 속에 깊숙이 와닿는다.

 

어느 저녁, 너는 산마르코 광장의 카페에 앉아 있었다. 네 앞에 놓인 에스프레소 한 잔은 점심과 저녁식사를 포기한 대가였다. 옆 테이블에는 열 명쯤 되는 대가족이 모여 생일파티를 열고 있었다. 휠체어에 타고 있던 노부인이 케이크의 촛불을 껐다. 카페의 밴드가 생일축하곡을 연주하고 광장의 모든 사람들이 노래를 불렀다. 어린아이들이 노부인의 뺨에 입을 맞추자 그이는 선글라스를 벗고 눈가를 훔쳤다. 기묘하게도 너는 그 눈물의 맛을 느꼈다. 행복의 맛이고 순간의 맛이었다. 다시 오지 않을 날의 맛이고 영원히 기쁨으로 또한 슬픔으로 기억될 맛이었다.
-「막장」중에서

 

 

또한 저자는 단어가 가진 각각의 낱말들의 뜻을 하나하나 살펴봄으로써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한자어로 이루어진 단어들을 하나하나 해석하고 분해하여 그 속에 담긴 단어의 원래 의미를 유추한다. 저자의 해석을 통해 그 단어가 가진 아름다움을 찾게 된다. 

 

"너는 사전에서 터질 폭(爆)을 찾아 한동안 들여다보았다. 불 화(火)와 사나울 폭(暴)이 만나서 만들어진 말, 갇혀 있던 불이 사나운 기세로 뛰쳐나오는 것일까. 여리고 가냘픈 꽃망울이 북풍 부는 겨울 내내 불을 품고 있다가 세계의 온도와 습도를 가늠하여 팡, 터져 나오는 것일까.

 -p. 24, 『터지다』 중에서



'단어의 중력' 이라는 1장의 제목처럼, 저자가 전하는 단어들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단어들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새삼 단어의 맛을 느끼고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삶이 너를 쥐고 뒤흔드는 동안 터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는 것을, 불씨가 보일 때마다 모질게 짓밟아 왔다는 것을 너는 뒤늦게 깨달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으며.

 -p. 24, 『터지다』 중에서

 

2장 『사물의 노력』에서는 '컴퓨터', '자동차', '오디오', '쇼파,' '전화기', '책' 등 일상적인 사물과 관련된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범한 일상적인 사물이지만, 작가의 생각과 경험과 결합하여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저자에게 그 사물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그 사물에 대한 생각이 무엇인지, 저자는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등 저자의 개인적인 일상이 그 사물들 속과 관련하여 펼쳐진다.

 

상자 안에 든 저 물건을 만든 사람부터 지금 막 문 앞에 상자를 내려놓고 문자를 보낸 사람, 문자를 전송하는 시스템을 만든 사람까지, 나와 세계를 맺고 끌고 이루는 사람들의 무게가 아득하고 경이롭다.

 -p. 189, 『컴퓨터』 중에서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단어와 평범한 사물들은 저자의 손길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 그 빛을 발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보고 지나치는 것을, 작가는 세심한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건져 올려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저자가 겪게 되는 일상 속 아픔과 슬픔, 사랑, 행복 등 저자의 감정과 경험 속에서 우러난 것이기에 우리는 더욱더 공감하게 된다.

 

#이 글은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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