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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위스키와 책이 만드는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 "
요아브 블룸의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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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위스키로 엮은 미지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
-소설과 위스키로 빚은 미스터리 판타지-
책을 읽다보면, 책이 마치 나에게 말하는 듯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떻게 지금 나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글에 공감하고 위로받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책이 나에게 말을 해준다면 어떨까. 책에 적힌 내용이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과 관련된 내용이면 어떨까. 가령 지금 나는 어떤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데, 책에서 그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듯이 말이다.
이 책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는 주인공 벤이 겪은 어떤 모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벤이 우연히 만나서 친해지게 된 '하임 울프'의 유산으로 받은 위스키 한 병과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내는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판타지 이야기이다. 경험을 전해준다는 위스키와 나만을 위해 쓰여진 책 한 권, 과연 이것들은 벤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이야기 속에서 벤은 이 위스키로 인해 적에게 쫓기게 되고, 이 책 한 권과 위스키 한 병으로 인해 성장하고 변화하게 된다.
양로원 인터뷰 기사를 위해 우연히 만나게 된 하임 울프, 그는 왜 벤에게 그의 유산 중 위스키 한 병을 남긴 것일까. 처음에는 평범한 술처럼 보이지만, 이 위스키를 마시면 그 술에 담긴 다른 사람의 경험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누가 그 음식을 먹거나 마시면, 그 경험을 얻는 거야. 마치 자기 경험인 것처럼 전달받은 경험을 떠올리게 되지. 그 사람은 상대의 경험 자체를 경험한 셈이 돼. 카니발에 갔던 게 되는 거야."
-p. 130
그래서 벤은 하임 울프의 경험이 담긴 위스키를 마시게 된다. 하임 울프가 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경험은 과연 무엇일까. 벤은 그 지하실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그리고 바텐더인 오스나트엑 남겼지만 악당에게 빼앗겨버린 또 다른 위스키 한 병에 담긴 경험은 어떤 내용일까. 과연 벤은 그 나머지 위스키를 되찾고 하임 울프의 경험을 전달받을 수 있을까.
한편 이런 경험자들을 찾아가 제거하는 악당이 있다. 그들은 이미 그 위스키의 신비한 힘을 알고 있다. 경험은 위스키와 같은 와인이나 음료수에도 담길 수 있지만, 물은 제외 대상이다. 그런데 악당들은 그렇게 자신의 경험을 술에 담는 사람들, 즉 경험자들을 찾아가 죽여서 제거해버린다. 왜 그들은 그 경험자들을 죽이는 것일까. 그들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들이 도달하려는 목적인 무엇일까.
이 작품의 도입부를 읽게 되면서 생기는 수많은 의문점들은 차차 작품의 중반, 결말을 통해 해소된다. 처음에는 왜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고 왜 벤을 뒤쫓는 것인지 알아낼 수 없었는데 차차 작품을 읽으면서 비로소 악당들의 행동과 목적의 이해하게 된다. 마치 아무 의미도 없이 흩어져 버린 퍼즐 조각들이 어느 한 순간에 아귀가 맞아 딱 맞추어져서 하나의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 같다.
또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인상적인 소재인 책이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는 정말로 벤 자신을 위해서 쓰여진 것일까. 위스키의 비밀은 사실 작품 도입부와 중반부 동안에 밝혀지지만, 책의 비밀은 좀처럼 밝혀지지 않는다.
"필요할 때마다 이 책을 가져다가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으세요. 하지만 정말 필요할 때만 그렇게 해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p. 15
필요할 때마다 펼쳐서 보라고 말하는 신비로운 책, 때가 되면 뭘 해야 할지 알려주겠다는 책, 연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 책과 위스키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럼 궁금증을 가지고 책장은 쉴새없이 넘어간다.
마치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벤과 함께 그 모험에 참여하여 퍼즐 문제를 푸는 것 같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악당들의 위협과 숨막히는 추적 속에서 우리는 이 위스키와 책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이처럼 저자는 독자들의 참여를 이끌고 내고 그 참여로 인해 비로소 이 소설의 이야기는 완성된다. 지금까지 다른 소설들에서는 독자는 주로 관찰자나 구경꾼에 불과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참여를 통해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그 책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의 실물이 직접 독자에게 주어진다. 이미 당신은 그 실물을 지금 손에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책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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