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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시 속 인형들 1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19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평점 :
"사이버펑크 범죄 사건 수사 이야기"
이경희의 <모래도시 속 인형들 >을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707/pimg_7526911563475821.jpg)
" '샌드박스' 를 배경으로 사이버펑크 범죄수사극이 펼쳐진다!"
-이경희 작가의 '샌드박스 시리즈'의 시작-
지금으로부터 50년 후 평택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이 책 『모래도시 속 인형들』에 보여지는 모습처럼 '기술규제 면제특구'로 설정되어 법과 윤리의 제약 없이 모든 기술 개발과 실험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그런 도시를 일명 '샌드박스'라고 불리는데 평택이 특구로 지정된 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급기야 서울을 압도하는 메가시티로 자라나게 된다. 미래에 평택이 특구로 지정이 되고 중앙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치정부가 수립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평택에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의 철수와 관련있는지 모른다. 지금 현재 평택에는 캠프 험프리스가 있고. 이 캠프는 단일기지로는 세계 최대의 해외 미군기지라고 한다. 50년 후에 평택에서 주한미군 절반이 빠져나간 캠프 험프리스에 기술규제 면제특구가 설정된 것이 주 이유인 것 같다. 과연 50년 후에 이런 일이 일어날지 아닐지는 미지수이고 확신할 수 없지만, 이 책은 50년 후의 평택의 모습을 그 배경으로 한다.
이 책 『모래도시 속 인형들』은 2080년 치외법권 메가시티 평택에서 벌어지는 사이버펑크 범죄 수사물이다. 저자인 이경희 작가는 <테세우스의 배> 작품으로 2020 SF 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에 선정되었다. 이 책에서는 <테세우스의 배>에서 선보인 평택을 배경으로 본격적으로 범죄 사건들이 발생한다. 이 책은 이경희 작가의 <테세우스의 배>의 샌드박스 시리즈의 시작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기술이 개발되고 실험이 이루어지며 상상을 뛰어넘는 SF 사건과 사이버범죄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평택지검 첨단 범죄수사부 검사 진강우와 민간조사자 주혜리가 이 사이버펑크 범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특히 민간조사자 주혜리의 활약이 돋보인다. 속도감있는 전개와 마치 SF 영화를 보는 듯한 미래첨단사회의 모습, 기상천외한 사이버 범죄와 예상할 수 없는 결말 등을 통해 우리는 이경희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과 매력을만나볼 수 있다.
첫 번째 범죄 사건인 『X Cred/t』은 유전자복제를 통해 복제된 101명의 '카이 크레디트'과 진짜 카이 크레디트와의 갈등과 그로 인한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이다. 코르도바 그룹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100명의 사람들의 유전자들을 조합하여 만들어낸 '카이 크레디트'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유전자복제기술을 이용하여 100명 복제하여 서바이이벌 프로그램 <페어런트 101>을 기획한다. 101명의 카이 크레디트 중에 누가 진짜이고 가짜인가. 또한 100명의 가짜 카이 크레디트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서로 죽고 죽이는 카이의 모습들이 속도감있게 전개가 되어 마치 한 편의 SF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민간조사자와 주혜리와 진강우 검사의 활약 덕분에 그들의 사악한 음모와 연쇄 살인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 정말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무섭고 그런 미래가 올까봐 두렵다.
두 번째 이야기인 『저 디지털 세계의 좀비들』은 10만 명이 넘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공공임대 메가빌딩 '휴먼 셰어하우스 메가빌리지'에서 일어나는 연쇄 폭력 사태를 다룬 범죄 수사물이다. 그 노인들은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마치 좀비처럼 무리지어 다니며 Roo_D.A에 열광한다. 미래 사회에서는 기능이 떨어진 팔, 다리를 대신하여 기계 의족같은 의체를 착용하여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 의체들은 대부분 컴퓨터통신 같은 디지털 신호에 의해 조절이 되고 그 통신을 통해 바이러스를 퍼트려 감염된 것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가 된 사람들, 그들을 구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에 우리의 두 주인공 주혜리와 진강우가 나선다.이 범죄 수사물을 통해 컴퓨터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 실감하게 된다.
“망할!” “놈의!” “바이러스!” “내가!” “왜!” “그놈 땜에!” “이 고생을!”
버려진 구축 건물 옥상에 도착한 혜리는 가쁜 숨을 고르며 앞을 보았다. 산맥처럼 치솟은 마천루의 숲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평택 특별자치시 기술규제 면제특구. 일명 샌드박스. 윤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끔찍한 기술들을 가둬 둔 실험용 모래 상자. 미친 과학자들의 안전한 놀이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첨단기술이 자유롭게 거래되는 낙원이자 지옥인 도시.
그곳에서 좀비 떼가 몰려오고 있었다.
-p.97 「저 디지털 세계의 좀비들」 중에서
정보통신의 발달과 기술 혁신으로 인해 미래 사회에는 컴퓨터 바이러스 전염으로 인한 디지털 좀비도 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영화에서 보던 좀비를 실제 우리 일상 속에서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세 번째 이야기인 『파멸로부터의 9호 계획』은 마치 게임 속 영상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읽을 때 이 내용이 게임 속 내용인지 실제 일어나는 내용인지 혼동되기도 했다. 글로벌 해커 그룹인 '파멸로부터의 9호 계획'이 코르도바 메가빌딩을 장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버그를 설치한다. 그 버그로 인해 수직과 수평으로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엘리베이터가 멈추지 않고 폭주하게 된다. 제어불가능한 폭주하는 엘리베이터를 이대로 두면 엘리베이터까리 충돌하여 인명사고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어떤 엘리베이터를 살려야 할까. 우리의 두 주인공 주혜리와 진강우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과연 그들은 폭주하는 엘리베이터를 멈추고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를 통해 모든 것이 컴퓨터에 의해 작동하는 미래 사회에서 컴퓨터 바이러스 공격이 얼마나 큰 위험성을 초래하는지 여실히 느끼게 된다.
네 번째 이야기인 『슈퍼히어로 프로듀서』는 홀로마스크를 쓰고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슈퍼히어로 스위치의 활약과 그 슈퍼히어로의 정체를 밝히는 범죄 수사물이다. 마치 슈퍼맨처럼 슈퍼히어로 스위치는 악당에 맞서서 사람들을 구하고 잡자기 나타나 범죄자들을 처단한다. 그 활약상을 찍은 영상물들을 유통하는 기업형 스타트업 채널이 개설되어 그 유통회사는 엄청난 수익을 챙긴다. 그런데 그 영상물들이 만일 가짜라면 어떨까.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한 유통회사의 사악하고 교묘한 술수라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우리의 두 주인공 주혜리와 진강우는 그 히어로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그 내막을 파헤친다. "사람들에게 아직 영웅이 필요하기에" 앞으로 이런 가짜 영웅과 사악한 음모는 계속될 것이라는 말에 씁쓸해진다.
마지막 이야기인 『트윈플랙스』는 '트윈플랙스' 시술을 통해 태어난 휴머노이드에 대한 학대 사건을 다룬 범죄 수사물이다. 원래의 신체가 휴머노이드를 학대하고 폭력을 가하는 것이 정당한가. 그들의 주장대로 자신의 신체에 학대하고 폭언하는 것은 단순히 '자해' 인 것인가. 이 주제 속에는 과연 휴먼노이드 또한 '하나의 독립된 인격'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쟁점이 숨겨져 있다. 멀쩡히 독립된 존재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원래의 신체의 복제인 휴머노이드로만 취급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들은 쉽게 결론을 낼 수 없고 시간을 두고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이 책 『모래도시 속 인형들』의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허구적인 가상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직 오직 않은 미래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지만 왠지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이야기들 속에 숨겨진 교육, 인권, 부의 재분배, 음모론 등은 분명 우리 사회의 민낯을 반영하였다. 저자는 이 책 속에서 인간 본성, 기술, 특히 과학기술로 인한 사회적 병폐, 부조리 등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을 사이버펑크(cyberpunk)장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장르는 1980년대 이후 등장한 과학 소설의 한 장르를 말하는데, 이 사이버펑크 장르의 이야기를 처음 접해서 그런지 참으로 인상적이고 흥미로웠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에필로그를 통해 유추해보건데 앞으로 주혜리와 진강우 두 콤비의 활약이 계속될 것 같다. 다음에는 어떤 범죄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떻게 그들이 멋지게 사건을 해결할지 너무 기대가 되고 다음 소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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