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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ㅣ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평점 :
"인간의 탐욕으로 쌓은 유리의 성 "
에밀리 세인트 맨델의 <글래스 호텔 >을 읽고

“돈은 하나의 국가다.”
-사상 최대의 폰지사기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
'메이도프 폰지사기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보에 따르면 메이도프는 1970년대 초부터 2008년 말까지 세계 136개국에서 3만7천여명을 상대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신규 투자금을 유치해 그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금융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2008년 체포됐다고 한다. 이 사건의 피해액은 최대 650억 달러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한다.
이 책 『글래스 호텔』은 사상 최대의 폰지사기사건인 메이도프 폰지사기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이 사기사건은 전 세계 금융계와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은 전작인 『스테이션 일레븐』에서 문명의 종말 이후, 거대한 상실 너머의 희망을 노래했는데, 이번 신작 『글래스 호텔』에서는 폰지사기사건을 중심으로한 인간의 탐욕, 죄악, 사랑, 죽음, 비극 등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폰지사기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조너선 알카이티스의 실제 모델은 '메이도프 폰지사기사건'의 버나드 메이도프이다. 그가 1970년부터 30년 간 폰지사기사건을 일으킨 것을 모방하여 책 속에서 조너선도 많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폰지사기행위를 벌인다. 즉,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기행위를 벌인 것이다. 처음에 투자자들은 이 투자로 인해 많은 수익을 얻게 되자. 조너선을 신뢰하고 본격젹으로 투자했고, 결국은 사기행위에 의해 투자금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빚어졌다.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금을 잃어버렸지만, 조너선의 사기행위로 인해 인생 전체를 잃어버린 한 여자도 있다. 조너선이 만든 돈의 왕국의 유혹에 이끌려 조너선의 연인 역할, 아내 역할을 하며 인생역전을 꿈꾸었던 빈센트, 그녀는 조너선의 왕국이 결국 모래성으로 밝혀지고 와르르 무너졌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처음에는 조너선은 돈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은 그의 돈의 왕국도, 그 열쇠도 유리성처럼 쉽게 깨져버리는 것이었던 것이다.
“돈에 관해서라면 두 종류의 게임이 있는 셈이지.” 아침을 먹으면서 네미로프스키가 말한다. 그는 은행 강도 미수죄로 이곳에서 16년째 복역 중이다. 학교라고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닌 게 전부인데, 사실상 문맹이다. “하나는 다들 아는 게임이야. 시답잖은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건데, 그래봤자 절대로 풍족할 리 없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차원이 다른 게임이 있어. 돈을 벌어들이는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고. 이런 은밀한 게임은 극소수의 사람들만 할 줄 아는데…….”
네미로프스키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라고, 나중에 알카이티스는 운동장을 돌면서 생각한다. ‘돈’은 그가 할 줄 알았던 게임이다. 아니다. 돈은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다. 그는 돈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갖고 있었다.
-p.150~151
결국은 조너선은 폰지사기행위가 발각되어 170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된다. 그러나 그는 돈의 왕국에서 군림하던 자신을 버리지 못한 채, 가상의 세계인 '카운터라이프'를 만들어낸다. 그 가상의 세계에서 그는 행복했던 기억 속으로 뛰어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기행위로 목숨을 잃은 유령을 현실에서 목격하기 시작한다.
한편 빈센트는 조너선의 체포 이후 다시 예전 가난한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견고하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조너선의 돈의 왕국은 유리의 성처럼 무너져버리고 그동안 돈의 왕국에서 편안하고 풍족한 삶을 살아왔던 빈센트는 다시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는 바다로 나가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어머니가 바다에서 실종되어 죽은 이후에 물을 무서워했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뭍의 삶이 더욱더 두렵다.
조너선과 빈센트가 처음 만나고 빈센트가 조너선의 돈의 왕국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장소는 카에에트호텔이었다. 황무지 위에 이 호텔은 유리로 지어져서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황무지는 아름다워보일지 모르지만, 실제 바깥의 황무지는 황폐하고 황량하다. 그래서 호텔의 유리창에 그런 잔인한 내용의 낙서를 쓴 것일까.
"깨진 유리조각을 삼켜라"
이 낙서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빈센트의 오빠인 폴은 이 낙서를 유리로 만들어진 이 아름다운 호텔의 유리창에 쓴 것일까. 유리창 너머의 황량한 황무지처럼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일까. 현대인의 화려해보이는 삶 속에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라는 의미일까. 어쩌면 이 낙서 이후 빈센트과 조너선의 만남, 빈센트의 돈의 왕국에서 화려하지만 껍데기뿐인 삶, 언제 이 모래성이 무너질까 조마조마한 불안 등 이 모든 것들이 이미 이 낙서 속에 예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빈센트와 조너선의 비극을 예고한 작가가 의도한 복선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너선의 사기행위에 대한 빈센트의 방관과 동조, 그로 인한 파멸은 어쩌면 이 유리로 만든 환상적인 호텔처럼 예견된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 책 『글래스 호텔』은 폰지사기사건뿐만 아니라 '선상 실종 사건'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도 다루고 있다. 수년이 지난 후 당시 폰지사기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컨설턴트 리언 프레반트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그 의뢰는 바로 공해를 지나던 컨테이너선의 갑판에서 한 여성이 실종된 의문의 사건을 수사해달라는 것이었다. 과연 실종된 의문의 여성은 누구일까.
조너선의 삶, 빈센트의 삶과 폴의 삶 등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서로 관련없는 듯 보이지만, 마치 퍼즐의 한 조각들처럼 나중에는 그 퍼즐들이 딱 맞추어져 하나의 큰 그림을 보여준다. 과연 작가가 어떤 퍼즐 그림을 마지막에 보여줄지는 이 책 『글래스 호텔』을 통해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이 책 『글래스 호텔』을 통해 역대 최고의 폰지사기사건인 '메이도프 폰지사기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기행위로 만든 돈의 왕국이 마치 유리성처럼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깨뜨려질 수 있는지, 그 속에 담긴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헛되고 부질없는지 이 책 속 폴과 빈센트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우리가 쌓아가고 있는 성이 이 책 속 유리의 성처럼 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닐지 한번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