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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고개 비화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평점 :
"조선을 배경으로 한 우주적 공포 소설"
박해로의 <외눈고개 비화>를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16/pimg_7526911563449207.jpg)
"비밀에 묻혀 있던 지옥문이 열리고
사상 최악의 악마들이 몰려온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우주적 공포 소설이자 박해로 작가의 SF 호러 연작소설-
한국 오컬트 소설의 1인자인 박해로 작가가 SF호러 연작소설이자 우주적 공포소설인 [귀경잡록] 시리즈를 내놓았다. 좀비, 외계인, 악귀 등 초현실적인 존재로 인한 공포가 박해로 작가 소설에 잘 드러나 있다. 이번 책 『외눈고개 비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우주 공포소설이다. 그리고 조선을 뒤흔든 예언서인 <귀경잡록>속 예언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요즘 좀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좀비물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인데, 과연 조선시대에도 귀신이나 좀비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존재했을까. 지금까지 무속신앙이 이어지고 점술이나 사주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지금보다 더 무술적이고 미신적인 존재를 인정한 것 같다. 그래서 아마 박해로 작가도 한국 특유의 무속신앙 전통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상상력을 더해 무속 공포소설인 『살煞: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같은 이야기를 구성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외눈고개 비화』는 무속신앙에서 더 나아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런 외계인의 존재와 출현에 대한 기록이 조선시대 예언서 <귀경잡록>에 나와있다고 한다. 물론 진짜가 아닌 소설 속 허구의 세계 속에서 존재하는 가상의 예언서이겠지만, 정말 이런 예언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정말 이 <귀경잡록>이 실존하는 예언서이고 이 예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 그야말로 최악의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40년 만에 나타난 친구인 김정겸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섭주현의 사또인 '나'는 오랫만에 나타난 친구 김정겸을 만나 그가 전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그런데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온통 믿을 수 없는 놀랍고 충격적이다. 김정겸은 과거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가 조정에 반감을 품은 장군을 만나 탈옥을 한다. 그런데 그 장군은 나라를 뒤엎고 반란을 도모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고 김정겸은 의도치않게 그와 뜻을 같이하고 죽음을 무릅쓰고 '외눈고개' 라는 이계 세계에 침입하게 된다. 마치 지하 세계에 있는 지옥의 문이 열리듯 땅이 갈라지면서 숨겨져있던 외눈고개가 드러난다. 이 세계는 이 세상 세계가 아닌 외계인이 사는 다른 세계인 것이다. 살아있는 생물체는 찾아볼 수 없는 온통 잿빛 세상, 어떻게 보면 신에게 버림받은 세상일지 모른다. 이 이계 세계에 수백 명의 사람들을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이계의 '비밀병기'가 묻혀있다. 그 비밀병기만 있으면 장군의 반란도 성공가능하다. 그리고 이 비밀병기에 대한 내용은 이미 조선을 뒤흔든 예언서 <귀경잡록>에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외눈고개'는 300년 전 조선군과 이계 존재들과의 무참하고 참혹한 살육전이 벌어졌던 장소였던 것이다.
이계의 존재들이 살고 있는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운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욕심은 그런 공포까지도 극복하게 하나보다. 그 '비밀병기'를 찾아 외눈고개를 돌아다니던 조선군은 북두칠성 천권별에서 내려온 이계 존재인 '비천자'들과 만나게 된다.
낯선 이계의 땅은 비천자들로 새카맣게 뒤덮여 있었다. 잠을 깬 원린자들이 벌집 동굴 안에서 튀어나왔다. 달빛 비치는 외눈고개는 잿빛의 낮보다 밝아 기형적인 몸체들이 버둥거리는 광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처절한 공포였다. 실제로 그들에겐 머리가 없었고, 배에 하나밖에 없는 눈과 그 눈을 보조하는 커다란 입이 붙어 있었다. 그들은 다리와 길이가 똑같은 팔을 하늘을 향해 일제히 뻗었는데, 수천 개의 긴 팔이 밤하늘을 허우적대는 광경은 저승사자의 집회나 다름없었다.
p.97-98
비천자에 대한 문장 묘사만으로도 그 공포스럽고 괴물같은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또한 SF 요소가 돋보여서 SF 영화로 만들면 참 좋을 듯하다. 솔직히 글로 묘사하는 것보다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 더 효과가 큰 것 같다.
비천자, 원린자, 당랑자 등과 같은 용어가 생소했지만, <귀경잡록>에 언급된 내용과 작가의 섬세한 문장묘사를 통해 어렴풋이 그들의 존재에 대해 인식할 수 있었다.
비천자들과 맞닥뜨린 정겸을 비롯한 조선인들,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그 비밀병기는 존재하는 것이고, 그들은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 작가의 예측할 수 없는 무한한 상상력이 우리를 지옥의 문 속의 이계 존재에게로 안내한다. 박해로 작가가 초대하는 이계 세계 '외눈고개' 이야기만으로도 여름 무더위가 가실 것 같다. 갑자기 싸해지면서 소름이 돋는 이 공포, 생각만 해도 너무나 무섭다.
또한 이 책에는 '외눈고개 비화' 이외에도 '우상숭배'라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이야기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조정 대신인 '권윤헌'이 겪은 경험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 또한 <귀경잡록>과 관련되어 있다. 어명을 받은 조정 대신 권윤헌이 노비와 함께 함경도 함흥으로 가게 되었는데 길을 가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길을 찾아 한참을 헤매던 그들 앞에 열두 채의 움집과 별채를 가진 오두막이 나타난다. 그것은 태고의 원시신앙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이 오두막에서 권윤헌은 <귀경잡록>을 비롯한 금기의 도참비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때 지하 어딘가에서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여섯 개의 눈을 가진 얼굴에 탈을 쓴 남자가 도끼를 들고 권윤헌 앞에 나타난다. 그런데 권윤헌은 그 남자가 100년 전에 생존했던 인물임을 알게 된다. 과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두 개의 이야기들 중에서 '외눈고개 비화'가 더 공포스럽고 오컬트적 요소를 많이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개의 이야기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예언서 <귀경잡록>과 관련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고 <귀경잡록>이라는 한 가지 소개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들을 구성하고 결국엔 그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작가의 작품 구성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올 여름엔 이 책 『외눈고개 비화』 한 권이면 무더위를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선 시대의 예언서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우주적 공포 소설인 『외눈고개 비화』 이 책을 오컬트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무더위를 싸늘한 공포로 식히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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