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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글쓰기 -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와 문장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명숙 옮김 / 북바이북 / 2022년 5월
평점 :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와 문장을 만나다"
버지니아 울프의 <여성과 글쓰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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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들과 문장들
-버지니아 울프의 일곱 편의 에세이들과 350개의 명문장들-
당신은 '버지니아 울프'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 『제인 에어』의 에밀리 브론테와 더불어 대표적인 여성 작가이며 『자기만의 방』에서 보인 '의식의 흐름'을 보인 모더니즘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보통 소설은 '시간 흐름'에 따라 구성되는데 반해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구성이 된다. 이 기법은 작가의 의식에 따라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에 따라 구성이 되어 솔직히 이야기의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어 그녀의 작품이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 『여성과 글쓰기』는 이 주제에 맞는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7편과 그녀의 명문장 350개가 담겨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적인 작품인 『자기만의 방』뿐만 아니라, 「여성의 직업」, 「여성과 픽션」, 「소설의 여성적 분위기」, 「여성 소설가들」, 「여성과 여가」, 「여성의 지적능력」 총 7편의 에세이들이 수록되어 있다. 1부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인 『자기만의 방』이 어떤 계기와 과정을 통해 집필되었는지, 여성에 대한 생각은 어땠는지등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버지니아 울프의 탄탄하면서도 섬세한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함께 제시된 여섯 편의 에세이들도 '여성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을 통한 여성에 대한 치열한 탐구와 여성의 삶에 대한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자기만의 방』이 20세기 페미니즘 운동에서 획기적인 작품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버지니아 울프는 글쓰기같은 창작 활동을 할 때 여가시간, '자기만의 방'과 같은 공간, 돈과 같은 경제적인 독립 같은 물질적 조건들이 창작활동에 있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 작품에서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여성과 글쓰기, 즉 여성이 글쓰는 문제는 단순히 글쓰기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성의 삶 자체, 생존과 존재의 문제와 관련이 된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의 오랜 침묵과 배제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여성이 자유롭게 직업을 행하는 것이 여성 그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묻는다.
이런 여성의 직업, 여성의 삶, 여성 소설가 등에 대한 생각들을 이 책에 실린 버지니아 울프 6편의 에세이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2부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일기, 편지, 에세이 들에서 그녀 자신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이 잘 드러나는 문장 350개를 선별해서 원문과 함께 수록하였다. '버지니아 울프, 나는 누구인가', '버지니아 울프의 장편소설', ' 『자기만의 방』과 그 밖의 에세이',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레너드에게 남긴 버지니아 울프의 마지막 편지' 총 5개 부분으로 나누어 문장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녀의 문장들을 통해 버지니아 울프가 어떤 사람인지, 작가로서 고충은 무엇인지, 그녀에게 글쓰기란 무엇인지 등을 그녀의 개인적 정보를 에세이, 폍지, 일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작가 버지니아 울프보다는 인간 버지니아 울프를 만날 수 있다.
명문장들 중 버지니아 울프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 문장이 인상적이어서 한번 여기에 옮겨본다. 항상 나는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이 있는데 버지니아 울프 조차도 글쓰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262. 나중을 위해 적어둘 필요가 있겠지만, 새 책을 쓰기 시작할 때 그토록 기분 좋게 끓어오르던 창조력은 시간이 가면서 잦아들고 좀더 차분하게 글을 쓰게 된다. 그리고 슬금슬금 의심이 생겨나면서 포기하게 된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머지않아 어떤 형태가 갖춰질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글을 쓰게 한다. 약간 불안하다. 이 구상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글을 쓰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예전에 눈앞에 펼쳐졌던 풍경 속을 거니는 사람이 된다. 이 책에서는 즐겁게 쓸 수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p. 494-
흔히들 버지니아 울프의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번역이 어렵다고 한다. 나 또한 번역된 문장을 읽어보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다. 그런 번역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버니지아 울프의 문장들을 제시할 때 원문과 함께 수록하였다. 그래서 좀더 능동적이고 직접적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을 만나고 해석할 수 있는 것 같다.
293. 실제로 글을 쓴다는 것은 붓으로 쓱쓱 그리는 것과 같다. 채워 넣는 것은 그 후에 하면 된다.
-p. 522
The actual writing being now like the sweep of a brush; I fill it up afterwards.
-A Writer's Diary, 1925. 4.20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들과 문장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버지니아 울프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여성과 글쓰기라는 관점에 따라 작품 속에 숨겨진 있던 여성에 대한 관점과 생각, 글쓰기와 여성 소설가로서 지니는 한계점 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 한 권만으로도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었다.
그녀의 작품들이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져서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는데, 이 책 속에 제시된 글과 문장들을 통해 보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와 서술방식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버지니아 울프만이 가지고 있는 작품 분위기와 작품 속 등장인물, 작가의 메시지 등을 접할 수 있기에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아직 접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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