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날
정명섭 외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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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릿하지만 찬란할 그 시절에 대하여"

 

정명섭, 김이환, 범유진, 홍선주 <어느 멋진 날>  읽고



비릿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찬란할 그 시절, 

힘든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응원한다!

 

-고 3 시절에 대한 작가 4인의 엔솔러지 소설집-

 

'고3' 하면 당신은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당신의 고3 시절은 당신의 인생에서 어떻게 기억이 되고 있는가? 나에게도 '고3' 시절이 있었고 힘들었고 우울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생각해보면 대학 진학이라는 관문이 인생 전체에서 보면 그렇게 큰 위기와 시련이 아니었는데, 왜 그때는 그렇게 힘들고 그 시절이 암울하게만 느껴졌던 것일까. 만약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그렇게 힘들고 암울하게만 지내고 싶지 않다. 물론 공부에 대한 압박은 있겠지만,그 시간 자체를 즐기며 긍정적인 기억으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20년이 지난 지금도 고3 시절은 우리 아이들에게 힘들고 암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직도 대학 진학, 대학 입시라는 관문 앞에서 힘들고 지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이 시절을 좀더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은 힘들겠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찬란한 시간이 될 거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니 힘내렴!' 라고 말하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응원해주고 싶다.

 

 

이 책 『어느 멋진 날』은 고3 시절을 보내는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작가 4인의 앤솔러지 소설집이다. "고3은 힘들고 어둡기만 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 그들은 무슨 대답을 할까. 그들은 공부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친구문제, 가족문제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책 속에서 주인공들은 공부보다는 학교폭력 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범유진 작가의 <겨울이 죽었다> 이야기 속 주인공 가을은 특성화고등학교애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외로운 싸움 끝에 자살을 한 쌍둥이 동생 때문에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정명섭 작가의  <어느 멋진 날>이야기 속 주인공 동철과 범진은 학교폭력으로 시달리다가 용기내어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홍선주 작가의 <비릿하고 찬란한> 이야기 속 주인공 정윤은 친구를 옥상에서 밀어버린 기억을 안고 프랑스로 도피하다가 나중에 용기있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게 된다. 김이환 작가의 <오늘의 이불킥> 주인공 서연은  인간계와 마계가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마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최초의 인간 마법사가 될 꿈을 안고 열심히 마계 학교에서 공부한다. 4명의 주인공들이 각각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고3이라는 시간을 터널을 힘들게 통과하고 있다. 그 터널을 통과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경험을 쌓으며, 어떤 이야기를 풀어가는지 각각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범유진 작가의 『겨울이 죽었다』에서 주인공 '가을'은 쌍둥이 동생 '겨울'의 죽음으로 괴로워한다. 겨울은 일반고에 진학하지 않고 특성화고에 진학하는데 현장실습으로 콜센터 근무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 부서에 배정되어 근무를 하던 중 부당한 지시에 항의하다 괴롭힘을 당하게 되었고, 그 괴롭힘과 스트레스를 못 이겨 결국 다리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동생이 죽었는데도 부모니님조차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서둘러 덮으려하자, 언니 가을은 수능시험을 하루 앞둔 새벽에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에 몰래 숨어들어간다. 동생의 부당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수능 도중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죽음은 수능에 방해가 될 테고 왜 뛰어내렸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질테니깐.

 

"일을 하는 열 아홉 살은 '고3'이 아닌 걸까? 또래보다 조금 더 빨리 학교 밖으로 걸어 나간 것뿐인데 그 이유 하나로 어른으로 취급받은 걸까. 그러니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안전선 너머로 밀어버린 걸까. 그게 어른들이 그토록 말했던 규칙이라면, 이 세상에는 애초에 규칙 따위는 없었던 거야."

-p. 47-

 

그리고 '겨울'의 죽음을 통해 왜 우리는 고3을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으로만 한정해서 생각해왔던 것일까. 가을의 말처럼 일을 하는,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준비하는 그 아이들은 고3이 아닌 것일까. 그들의 꿈과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왜 생각지 못한 것일까. 요즘 특성화고에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정말 '가을'의 말처럼 사람들은 왜 그들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을까. 만약 누군가 수능 보다가 자살했다고 하면 그날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텐데 말이다. '겨울'의 죽음을 통해 대학이 아닌 취업을 택한 그 아이들의 힘겨움과 고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에게도 '고3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터널'일 것이기에.

 

 

정명섭 작가의 『어느 멋진 날』에서 주인공인 동철은 올해 고3이 되었다. 그는 160센티미터를 겨우 넘는 키에 몸무게는 80킬로그램을 왔다 갔다 한다. 아무런 특기와 유머가 없는 그는 그래서 교실에서 거의 투명 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그에게 유일하게 친구로 지내는 아이인 범진이가 오늘 전학을 간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범진이는 동철이와 함께 PC방에 가서 재미있게 놀려고 계획을 세우다가 자신들을 괴롭히는 학교폭력 가해자인 '연성'에게 복수를 하는 계획으로 변경하게 된다. 평소 괴롭힘을 당하고 돈까지 뺏기며 학교폭력에 시달려 온 그들은 오늘을 고3 시절의 '어느 멋진 날'로 만들고 싶어한다. 어쩌면 이런 날도 비릿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찬란하고 멋진 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남들에게 고등학교 3학년은 대학을 가기 위한 시간이자 어른이 되기 위한 발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살아남기 위한 시간일 뿐이다. (중략)

그 안에 내가 살아가는 고3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갈 것이다. 비록 찬란하고 멋지지는 않지만 나만의 시간을 위해서 말이다. 

-p. 99-

 

 

홍선주 작가의 『비릿하고 찬란한』 이야기 속 주인공 정윤은 친구를 옥상에서 밀어버린 아픈 기억을 가진 채 프랑스 학교로 전학을 온다. 과거의 괴로운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프랑스로 왔지만 여전히 이 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로 지낸다. 프랑스어가 서툴러 영어로 소통을 하며 학교 생활을 하지만, 여전히 그녀에겐 마음을 나눌 친구조차 없다. 유일한 취미인 그라피티를 하며 쓸쓸하고 고독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따돌림을 당하던 전학생인 마르셀이 주요 용의자로 지목이 되고 그녀는 목격자로 불려가게 된다. 그녀는 마르셀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귀찮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침묵을 지키며 마르셀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마치 과거에 그녀가 연우에게 했던 비겁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음 날 연우는 정윤을 찾아와 왜 마르셀의 무죄를 밝혀주지 않냐고 따지지만, 정윤은 이번에도 또다시 그 상황으로부터 도망쳐버린다. 

과연 정윤은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고 용기있게 마르셀의 결백을 밝혀줄 수 있을까.

 

연우는 정윤의, 나의 선택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그 선택을 다시금 비난하고 있었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이번엔 정말이야!"

연우의 눈빛을 버텨내지 못한 정윤이 변명하듯 소리를 쳤다. (중략)

"...이번엔?"

싸늘한 눈빛으로 연우가 정윤의 말을 되풀이했다. 순식간에 그때의 기억이, 감각이, 정윤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p.126-

 

 

김이환 작가의 『오늘의 이불킥』은  마계 학교로 전학 간 주인공 '서연'이가 친구 '수빈'에게 보내는 편지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11개의 편지들 속에서 서연이가 친구 수빈이에게 하는 말들을 통해 그녀가 마계 학교에 가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학교 생활은 어떤지, 어떤 재미있고 웃고픈 이야기들이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인간계와 마계 세상, 인간을 비롯한 마족, 악마족, 요정 등  판타지 소설 속 인물들, 마법 학교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치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같은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에나 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었지만, 주인공 서연이의 고등학교 생활은 우리 고3 고등학교 생활과 비슷해 보인다. 마법 학교지만, 여전히 그 학교에도 중간, 기말고사가 있고, 성적 등수가 있다. 상위 성적 획득을 통해 대한 진학이 유리한 것도 비슷해보인다. 그래도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생활하는 주인공 서연의 모습은 본받을 만하다.

과연 주인공 서연은 쪽팔림을 극복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마법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을까? 서연이의 꿈을 위한 정진과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마법사가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지. 마계 대학에 못 가면 어쩌나 걱정이 많지만 일단 반에서 5등 안에 들려고 노력하고 있어. 내가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될 줄은 몰랐어. 희망이 있으니까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

-p.183-

 

꿈이 있다는 것! 내일에 대한, 앞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는 것이 고3 힘든 터널을 잘 통과하게 할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 이 책 속 주인공들이 이 고3 시기를 비릿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찬란한 시간으로 만들려고 힘든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만큼 우리 고3 수험생들도 힘들겠지만 이 시간을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 그들만의 시간, 찬란하고 멋진 시간으로  만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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