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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선의 사람들 - 후쿠시마 원전 작업자들의 9년간의 재난 복구 기록
가타야마 나쓰코 지음, 이언숙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평점 :
"재난에 맞선 작업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휴먼 드라마"
가타야마 나쓰코의 <최전선의 사람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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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
-집념 어린 취재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진실을 발견하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억하시나요?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으로 후쿠시마 제 1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1~4호기에서 발생한 원전사고이다. 방사능 유출의 위험 속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원자력 안전, 보안 원, 원전 작업자들, 도쿄전력 직원들이다.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그들은 그들의 생명을 담보로 원전사고 재발 방지와 수습을 위해 9년간 노력해왔다.
이 책 『최전선의 사람들』은 <도쿄신문>사회부 기자인 저자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원전 현장에 잠입해서 진실을 밝힌 기록이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100여 명을 취재했고 취재 노트만 약 220권에 달했다. 관련 기획 기사만 140여 회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재난인데도 불구하고 9년 간 일본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 저자는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원전사고 수습 및 재발방지 노력을 하는 것 대신에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하는데 급급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본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책임전가 및 책임 회피의 모습을 보인 것은 실로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100여 명의 원전 작업자들의 목숨을 건 필사적인 사고 수습 노력이 없었다면 일본은 제 2의 히로시마 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의 위험은 남아 있다. 방사능 유출로 인한 인근 바닥가 오염이 되고, 오렴수를 해양에 그대로 방출하는 것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개최지가 후쿠시마였고, 선수촌 식재료를 후쿠시마산 재료만 사용하도록 했다. 아직도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 의심되는데도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정말 그 당시에도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일본 정부가 이기적이고 안일하고 원전 사고를 처리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런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나 방지 노력이 필요한데 겨우 100여 명의 작업자들 개개인의 노력에만 의존하다니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형태가 더더욱 이해가 안 갔다. 이 일이 '쉬쉬' 하면서 숨기고 비밀에 부치면 해결될 일도 아니지 않은가.
원전 사고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일본 국민들인데 그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저자는 이런 무책임한 일본 정부의 태도와 비교하여 목숨이 경각에 달렸음에도 어떻게든 사고를 수습하려고 분투한 작업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그들의 노고를 알게 한다. 일지 형식으로 된 기록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은폐되어 왔던 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재난의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였지만, 그들의 노고와 수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나 평가 없이 마치 일회용처럼 쓰이고 버려졌다. 그동안 '뉴스'로만 접했고 잊혀졌던 원전 사고 작업자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생생히 보여주면서 우리로 하여금 명확히 깨닫고 기억하게 한다.
모두가 책임지지 않고 도망가기 급급할 때 왜 그들은 치사량에 달하는 방사능이 유출된 현장에서 도망치지 않은 것일까. 피폭 되면 분명 암이나 백혈병 같은 병에 걸려 고생하거나 죽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인 것이다.
지금 그들이 누리고 있는 일상생활과 그들이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가 과연 무엇 때문에 가능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마음 껏 사용하는 전기가 그들의 희생과 맞바꾼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들의 노고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하고 피폭으로 인한 그들의 질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줘야 하겠다. 비록 늦었을 지 모르지만, 일본 정부는 일본 국민들에게 원전사고에 대해 해명을 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원전 사고 작업자들 노고를 치하하고 물질적 정신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왜 우리보다 먼저 암에 걸린 겁니까?” 지금도 현장에서 피폭과 싸우는 작업자들이 진심으로 걱정을 해줬다. 히로 씨는 이런 말을 했다. “가타야마 씨, 닫히는 문이 있으면 열리는 문도 있습니다.” 히로씨도 병으로 고통받던 때가 있었다. 이 말을 여러 번 되뇌며 가슴에 담았다.
---「나가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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