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 만들어지고, 유행하고, 사라질 말들의 이야기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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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지고유행하고 소멸하게 될 말들에 대하여 "

 

금정연의 <그래서...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읽고




새롭게 만들어지고, 유행하고, 사라지게 될 말들과 

그 말들을 사용하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들

 

어느 날, 딸이 나에게 질문을 한다.

"엄마, 엄마는 '존버'가 무슨 뜻인지 알아?"

"존버? 외국 이름인가?" 

"아니. '존나게 버티기' 의 줄임말이야."

"헐."

 딸아이의 대답을 들은 나는 말그대로 '헐'이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세대차이일까. 요즘 딸아이가 쓰는 말들을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요즘 아이들이 SNS 상에서, 유튜브 상에서 쓰는 말들이 '안물안궁,' '취존' , '솔까말' '관많부'등 축약어와 '어쩔티비' ,'킹받네' '개이득' 등과 같은 급식체 등의 신조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이런 신조어를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과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런 나를 구원해주고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이 책 속에는 그동안 내가 궁금해하고 아이들이 많이 사용한 용어들의 설명과 유래 등이 나와 있었다. 정말 너무 기쁜 나머지 '유레카' 를 외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 책 『그래서...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는 우리 사회에서 많이 사용되고 대표할 만한 신조어 24개를 선별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 말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최신 트렌드와 이슈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 사회의 실상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생기고 없어지는 수많은 말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들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좁아진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주식과 가상화페에 투자하여 '존버' 와 '손절'을 거듭해야 하는 현실, 능력보다는 부모의 재산이나 부 등으로 계급이 결정된다는 수저론에서 나온 '금수저', '흙수저', 세대 차이를 나타내는 '틀딱' '등과 같은 신조어들은 슬픈 우리 현실을 보여준다. 왜 이런 말들이 생겨났고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언어는 보통 그 사회의 트렌드와 이슈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 트렌드로 인해 생겨난 말들도 있지만, 말 자체에 '혐오 표현'을 포함하고 있는 신조어들도 있다. '아싸와 인싸' , '맘충' , ''노키즈존' '이대남' '한남' 등이 그런 단어들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맘충' 이라는 말을 들으면 상당히 기분이 나쁘면서도 서글프다. 어찌 '엄마'라는 존재가 '벌레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맘충뿐만 아니라 '진지충', '설명충'  등과 같은 용어들이 유행을 했었다. 왜 우리는 이런 용어들에 '벌레' 라는 단어를 붙이게 된 것일까. 맘충과 같은 혐오 표현으로 '노키즈존'도 있다.  카페나 식당 표지판에 '노키즈존'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식당이나 카페에서 떠들고 돌아다니느 것이 그렇게 참지 못할 일일까. 언제부터 우리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 또한 참지 못하고 혐오하면서 그들의 입장조차 막게 된 것일까. 이런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고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써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하다. 

 

분명한 건,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노키즈존은 적절한 조치라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건 차별이다. 「…」 중에서 나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환대할 능력이 없는 사회가 아닐까 의심한다. ‘아이들과 함께할 자격이 없는 사회’라는 뜻이기도 할 테다. 이런 이유로 만약 한국인이 멸종한다면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 문제는 그때까지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아이들이다. 냉소는 쉽다. 하지만 냉소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순 없다. 다음에 올 세대들을 위해, 우리에겐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책임이 있다.

-p.177 「4장 우리가 만든, 우리를 만든_ 노키즈존」 중에서

 

신조어들은 때로는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기준을 반영하기도 한다. 요즘 우리 사회 결혼 트렌드는 '비혼주의' 가 성행하고 있다. 결혼을 아직 못하는 것이 아닌 당당히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선택들이 많아져서 오히려 선택 이데올로기에 시달리게 됨으로써 '국룰'이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가 되고 슬픈 개구리 페페를 등장시켜 '밈'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일상의 힘겨움을 탈출하고 해소하기 위한 '씨발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신조어들의 생성과 사용에 대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런 신조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나쁜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신조어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그 신조어들이 생겨난 배경과 그 속에 투명된 우리 사회의 모습과 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언어는 사고나 생각을 반영하기 때문에 그 신조어들 속에 숨겨져 있는 우리 사회의 트렌드와 숨겨진 생각, 인식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사회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인식들이 달라지면서 예전에는 없었던 문화와 사회 현상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런 현상들을 반영하고 표현한 것이 바로 신조어들인 것이다. 어쩌면 지금 상황이 나아지거나 달라지면 그 말들이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 언어들이 '사어'로써 한 때의 추억이나 시대 현상으로 남게 될 것이다. 또한 혐오 표현들을 나타내는 말들을 통해 우리 사회 속에 만연해있는 혐오 현상에 대해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그러니 신조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편견을 갖거나, 세대차이만을 느낄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숨겨진 생각과 내면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신조어들을 통해 우리  사회와 지금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아야 하겠다. 앞으로 이런 말들이 계속 사용될지 아니면 사라질 지 모르겠지만, 이 신조어들을 우리가 계속 사용하는 한 이 책 『그래서...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는 곁에 두고 수시로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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