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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도 보험이 되나요? - 탐정 전일도의 두 번째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3월
평점 :
"20대 생계형 여성 탐정의 사건 수첩"
한켠의 <탐정도 보험이 되나요?>를 읽고
무엇이든 누구든 찾아 드리는 20대 고졸 탐정
전일도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 드립니다!
20대 생계형 여성 탐정 전일도의 다사다난, 좌충 우돌 사건 해결기
당신은 '탐정'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명석한 판단력, 날카로운 관찰력, 예리한 눈매 등, 우리가 흔히 추리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모습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 너무나 평범하고 친근한 여성 탐정이 있다.
보통 탐정은 남성이 많지만, 이 책 『탐정도 보험이 되나요?』에 등장하는 탐정 '전일도'는 전 공시생이며, 현 20대 고졸 비혼 여성 탐정이다. 탐정 전일도는 참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인물이다. 학력도 고졸인데다 대학진학과 공무원 시험은 필기시험에 소질이 없어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서 그녀는 명석한 두뇌와 체계적인 논리와 판단력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른다. 또한 명탐정이라면 으레 동반하기 마련인 조수도 없고, 제대로 된 탐정 사무소도 없다. 사건 또한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의뢰를 받지만, 높은 수임료 받는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일정한 소득이나 직장도 없어서 4대 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일명 그녀는 20대 생계형 탐정이다. 아마 그녀의 모습은 탐정 역사에서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그녀가 뛰어난 스펙과 경제력은 없지만 그녀는 진심을 다해 의뢰인들의 사연들을 들어주고 가슴으로, 온 마음을 다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누구든 찾아드리고, 무슨 이야기든지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녀는 하드보일드 누아르 탐정을 꿈꾸지만 현실은 '열 번 의뢰하면 한 번 공짜로 사건을 해결준다'는 할인 카드를 내세워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를 찾아오는 의뢰인들도 다양하다. 그들 모두는 각기 다른 사연으로 그녀를 찾아오지만, 그들이 당면한 문제는 입시 비리 문제, 회사 내 성폭력과 성희롱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과 같은 생계와 일상에 관련되어 있다.
이 책 『탐정도 보험이 되나요?』에서 소개된 15편의 단편들 속에는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일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여 가정돠 직장,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가진 의뢰인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비정규직의 차별, 청년 실업, 어린이 유튜버, 은둔형 외톨이, 동성혼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면서 조망한다. 이 문제들과 의뢰인들의 고통어린 사연에 대해 여성 탐정 전일도는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의뢰인들의 문제에 공감하고 그들과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는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법이다.
공감할 수 있고, 배려해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성 탐정 전일도, 그녀 또한 우리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사회문제에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녀에게도 우리처럼 '먹고 사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그녀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 깊은 공감과 위로를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