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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삼킨 여자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3월
평점 :
" 여성 픽업아티스트의 살아가는 이야기 "
김재희의 <꽃을 삼킨 여자>를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27/pimg_7526911563357027.jpg)
여성의 성 상품화와 섹슈얼리티
그리고 젠더 이슈를 다루는
한 여성 픽업아티스트의 살아가는 이야기!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접촉이나 SNS의 활성화로 인하여 소셜 네트워크로 인한 신종범죄가 늘고 있다. 그래서 SNS에서 이성에게 호감을 산 후 결혼 등을 빌미로 돈을 갈취하는 로맨스 스 스캠이나, 픽업아티스트 같은 사기 유형의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이렇게 사기 범죄가 가능해진 이유는 소셜 네트워크 발달로 인해 상대방과의 소통이 편리해졌고, 상대방에게 접근 한 후 마음을 이용해서 온라인 상 만남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기 범죄는 또한 직접 만나지 않고 SNS 상에서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 피해가 크다.
이 책 『꽃을 삼킨 여자』는 로맨스 스캠과 관련된 사기 범를 저지르는 한 여성 픽업아티스트의 이야기이다. 픽업아티스트는 특정한 상대를 주요 타겟으로 삼아 섹스나 금전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 책 속 주인공인 '설희연'은 일 년 치의 월세를 벌기 위해 여름 두 달 동안 그녀 자신의 여성적 매력을 이용해서 돈을 갈취하는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과 비슷한 사기 범죄를 저지른다. 그녀의 사기 행각은 몇 단계를 일반적으로 따르면서 더욱 발전된다. 우선 가장 중요한 원칙은 '긴 관계는 사절' 이다. 설희연이 작업을 벌이는 기간은 단 두 달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 짧은 기간 동안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고서는 빠지지 않는 멘트" 정말 너무 급해서 그러는데 돈 000 만원 좀 빌려주세요." 그녀의 금전적인 요구애 이미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그녀에게 돈을 빌려준다. 그러면 그녀는 그 돈으르 받고 되도록 빨리 갚는다고 하면서 그 이후는 모든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탄다. 그것이 지금까지 그녀의 사기 수법이었고, 그런 그녀를 우리는 픽업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처음에 나는 이 직업명을 듣고 무지 고상하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의미를 알고 나서는 왜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지 궁금하기도 했다. 부정적인 의미으의 단어에 긍정적인 의미를 주는 단어를 쓴 이유가 무엇일지도 궁금했다. 아무튼 그녀는 이렇게 2달 동안 여러 남자들에게 100만원, 200만원, 500만원 등을 갈취해야 1년 치 월세를 지불할 수 있었다.
1년 치 월세 낼 돈이 없어서 그녀는 사기 범죄를 저질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안정적인 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라고 하지만, 그녀가 만나는 남자에게서 그녀는 돈뿐만 아니라, 그 남자들의 마음도 빼앗았다.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에게 외로움을 터놓고 위로받고 싶었던 그들의 마음을 희연은 자신의 성적 매력을 앞세워 이용했다. 그녀는 이쁘지 않은 평범한 얼굴이지만, 유난히 큰 가슴과 글래머러스하고 탄탄한 몸매 등을 강조하여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작업을 걸었던 남자가 호텔에서 시체로 발견이 되었다. 코와 입에 본드를 붓고 비밀봉지로 묶어서 질식사시킨 것이다. 너무나 처참하고 잔인하게 죽은 그는 경찰 지망생이었고 희연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그녀 설희연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녀는 어느새 '살인 용의자' 가 되었다. 단순히 남자들을 꼬셔서 돈을 뜰어내는 소액 사기범에서 그녀는 어느새 살인 용의자가 되어 경찰의 추적을 받는다. 그녀의 사기 행각을 조사하고 그녀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 온 형사 강아람과 서선익은 그녀가 용의자임을 확신하고 그녀의 행적을 조사한다. 그들은 그녀에 대해 조사하면서도 그들은 남자, 여자라는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어져 극명하게 대립되는 모습을 보인다.
희연은 민동의 손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잡았다. 손끝으로 스치듯이 손바닥을 긁었다. 민동의 뺨이 약간 발그레해졌다. 희연은 약간의 터치만으로 상대방을 숨 막히게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p.40
자신의 성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그녀는 신체 접촉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빼앗고 자신의 매력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 진짜 사귈 수는 없다. 그녀가 하는 행동은 사랑이 아닌 '작업' 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귀게 되면 언젠가 그 남자는 떠날 것이고 그녀는 버려지게 될 것이다. 희연은 어렸을 때 악몽과 그로 인한 아픔이 느끼면서 다짐한다 '버려지기 전에 먼저 버린다' 라고 말이다. 버려지는 슬픔과 그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에 희연은 너무나 두렵다. 버려지고 더이상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너무나 두려운 것이다.
알코올 중독인 부모, 엄마의 따뜻한 사랑도 못 받아본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가출을 했고, 그 때부터 거리를 떠돌며.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녀는 집이 없어서 여전히 떠돌이 신세이다. 아마 그녀에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따뜻하게 그녀를 맞이해줄 집, 더 나아가서는 가정이 있었더라면 그녀는 픽업 아티스트가 되지 않았을까. 진정 사랑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녀는 사랑을 하는 방법도, 사랑을 주는 방법도 몰랐던 것이다.
사람 관계만큼은 마음이 가는 대로가 아니고, 목적대로 행동했다. 좋아하는 척, 사랑하는 척했다. 가식적인 미소만 짓고 마음만 닫았다.
-p.256
이것이 바로 그녀 설희연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녀는 이미 엄마와 아빠에게 거절당해왔고 버려짐을 당했기에 그녀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남자들도 모두 몇 번의 만남 후에 돈을 받고 연락을 끊은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덜 상처입고, 그녀가 무너지지 않게 버티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사연과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조금은 그녀에게 동정과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녀가 남자들을 꼬셔서 돈을 받고 연락을 끊고 잠적한 사기 행위는 나쁘지만, 그것이 그녀가 생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이해도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가 절박하고 힘든 상황 속에 있더라도 다른 방법이 있을텐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고통을 느끼게 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말한다. 외로워서 그랬다고 하지만 모두 거짓은 아니었다고, 감정은 진실했다고 말이다.
“미, 미안해요…, 나, 나도 너무 외, 외로워서 잠, 잠깐이나마 돈 때문에 그랬, 랬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감정을 며칠은 가지고 만났고, 그리고 톡하고…비, 비록 잠깐 반짝 사귀었지만 감, 감정은 좋아하는… 감정은 공유했어요….”
-p.294
또한 이 책 속에서 작가는 성 상품화뿐만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 대변되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젠더 갈등을 보여준다. 수사를 하는 과정 속에서 형사 강아람과 서선익은 남성, 여성으로 나뉘어 대립되는 의견을 보여준다. 또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프로파일러이면서도 방송인인 감건호와 여현정의 대화 속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젠더 갈등을 찾아볼 수 있다. 다소 너무 이분법적인 대화로 느껴지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편가르기 하듯이 여자, 남자에 대해 선입견과 편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작가는 보여준다.
“강제적으로 했을 가능성은요?”
아람의 말에 선익이 화가 난다는 듯 말했다.
“강제? 남자가 질식사했어. 여자가 용의자고. 누가 강제로 했는지 모르겠어?”
-p.18
또한 이 책 속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숨겨져 있다. 작가는 이 반전을 숨겨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혀 짐작조차 못한 진실이라서 그런지 나에게는 그 반전이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이야기 곳곳에 '같은 사람 다른 혐의'라는 복선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작가는 그녀 희연이에게 한번 더 인생을 제대로 살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일까. 비록 그녀의 어린 시절은 부모로 인해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런 불운을 딛고 그녀가 그녀의 인생을 새롭게 만들어가길 바란 것일까. 이야기 속 아람의 말처럼, 그녀 또한 아람처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최소한 픽업아티스트는 되지 않았을텐데...
물론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인생을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 범죄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힘들다고 모두를 속이고 사기 쳐서 살아가지는 않는다. 분명 희연은 그런 점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자신의 죄값을 치른 그녀를 비난하고 처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녀가 이제는 마음 편하게 자신만의 인생을 살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 그래서 아마 작가는 새로운 인생을 살 기회를 그녀에게 준 것은 아닐까. 이제 그녀는 세상에 우뚝 서서 새 신발을 신고 그녀의 새로운 인생에 한 발을 딛게 되었다. 그녀의 그 한 걸음이 값지고 의미있는 인생을 만드는 시작이 되길 바래본다.
세상과 타협하고 화해하고 싶었다. 아픔을 줬지만 이겨낼 수 있다. 바닷바람에도 끄덕없이 다시 세워지는 사구처럼 그리고 파도에도 버티는 나무들처럼 버틸 수 있다. 새 신의 모래를 털고 버스를 기다렸다.
-p.323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27/pimg_752691156335702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