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마쓰다 아오코 지음, 권서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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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세상에서 '아저씨' 사라진다면'"

 

마쓰다 아오코의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읽고



 "더 이상 '아저씨'들이 

우리의 영혼을 망치게 두지 않아."
어느 날 세상에서  
‘아저씨’들이 사라져버린다면?

 

 

만약 미래의 어느 날 '아저씨'들이 사라진다면? 아니면 '아저씨'들이 '소녀'를 볼 수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녀들에게 '아저씨'는 위협적이고 두려운 존재이다. 왜냐하면 '아저씨'들은 소녀들을 순수하게 보지 않고 '성적인' 대상으로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아저씨들이 소녀들을 그렇게 음흉하고 성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겠지만, 이 책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에서 아저씨는 소녀들을 음흉하고 성적인 시선으로 보고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소녀들은 항상 아저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위협을 느껴 불안에 떨곤 했다. 그런데 그런 '아저씨'들이 갑자기 소녀들을 보지 못하게 되면 소녀들은 '시선'에서 벗어나 불안에 떨 필요도 없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소녀들은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책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의 저자는 일본 페미니즘을 대표한다. 해시태그 미투가 전 세계적 성폭력 고발 운동으로 번진 뒤,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페미니즘을 경험한 작가는 일본의 성차별적 사회를 날카롭고 냉철하고 들여다본다. 그녀의 눈에 비친 일본 사회의 모습을 '아저씨'와 '소녀'의 대립과 소녀의 성적 차별과 성불평등으로 보여주었다.

아저씨로 대표되는 중년 남성들은 소녀들, 처녀들의 존재를 성적인 상품으로만 보고 그들의 존재 가치를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그렇게 일본 사회는 아저씨로 대표되는 남성들에 의한 성적 차별과 착취의 역사가 계속되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저씨들이 소녀들을 보지 못하게 된다. '아저씨'들의 성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소녀들은 자유를 만끽하며 '어저씨'들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는 말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렇게 소녀들의 복수와 소녀들에  의한 혁명이 시작된다. 그들은 '아저씨'가 정하지 않은 세계를 보고 싶고 아저씨가 사라져서 변해버린 사회 구조를 보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회는 가능할까? 이 세상에서 '아저씨'가  사라질 수 있을까.

 

 ‘아저씨’가 소녀들을 보지 못하는 현실은 소녀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것은 가히 극적이라 할 만했는데, 다만 소녀들은 그 변화, 정확히 말하자면 차이를 조금씩 깨달아갔다. 그리고 그것을 뭐라 불러야 좋을지, 저마다 자신의 감각으로 알아냈다.
그것은 자유였다.
소녀들은 ‘시선’으로부터 해방되었다.
-p.16~17

 

그리고 그런 혁명의 씨앗은 아저씨들에 의한 성차별을 경험하고 느낀 여성들에 의해 시작되고 있었다. 성희롱과 성차별로 인해 퇴사한 게이코는 퇴사 후 한 달동안 캐나다에 다녀온다. 캐나다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너무나 대조적인 일본 사회 속 여성의 모습에 게이코는 절망한다. 존재감없이 순종하고 침묵을 지키기를 강요하는 일본 사회 속 여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XX가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그들의 저항 메시지에 반하여 그들을 최애로 삼게 된다. 이 아이돌 그룹은  '아저씨'들에게 순종하고 귀엽게 보이려고 노력해왔던 여타의 다른 여성 아이돌 그룹과는 달랐다. 특히 그 아이돌 그룹의 '센터'를 맡고 있는 XX는 저항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며 전혀 '아저씨'들에게 순종적이지 않다. '미숙함' '귀여움'으로 대표되는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들과는 달리 '완벽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아저씨들에게 귀여움과 예쁨을 받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저자가 그리는 일본 사회는 저출산으로 인해 출산률이 떨어지고,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들에 의존한 채 순종적이고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아저씨로 대표되는 남성들이 정한 사회적 규범과 그들의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학교, 직장, 어디를 가나 ‘아저씨’가 있다.
하나, ‘아저씨’는 겉모습과 상관없다.
하나, ‘아저씨’는 이야기를 나눠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하나, 본인이 ‘아저씨’라는 사실을 아무리 숨기려 해봤자 소용없다. 가면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벗겨진다.
하나, ‘아저씨’는 나이와 상관없다. 아무리 젊어도 속에 ‘아저씨’를 탑재한 경우가 있다.
하나, ‘아저씨’ 중에는 여성도 있다. 이 사회는 여성도 ‘아저씨’가 되도록 장려한다. ‘아저씨’ 급으로 행동하는 여성은 ‘아저씨’로부터 높이 평가받는다.
-p. 115-

 

 

해시태그 미투처럼 개이코와 여성 아이돌 그룹을 포함한 여성들은 그들이 당하고 있는 성적 차별과 성폭력의 현실에 눈을 뜨고 미투운동과 새로운 혁명의 길을 모색한다.

과연 그들의 새로운 혁명은 성공할까? 그들이 바람처럼 '아저씨'가 정하지 않은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최후의 순간 만큼은 '아저씨'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아저씨'기 사라진다면 사회 구조는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 사회를 보고 싶다. 작금의 사회 구조에 진저리가 나고, 신물이 나고, 절망할 대로 절망했으니 새로운 구조를 보고 싶다.
-p. 271-

 

"영혼을 지치고, 영혼은 닿는다"는 말처럼 우리가 우리의 영혼을 닿게 하지 말고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취미와 최애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들이 서로 만나 취미 활동을 하면서 우정을 나누어야 한다. 또한 게이코가 최애인 여성 아이돌 그룹을 통해 용기와 힘을 얻고 행동하고자 다짐한 것처럼, 우리들 또한 그렇게 연대해서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전개된 미투 운동을 통해 많은 성폭려과 성차별이 폭로된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연대하고 행동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다.

 

요즘 페미니즘 소설들을 읽고 있는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어 페미니즘과 우리 사회 속에 아직도 만연해 있는 성차별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와 같이 일본 내에서도 성차별이 심하다고 하니, 아직도 우리 여성들이 갈 길은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거에 비해 성폭력과 성차별이 점차 근절되어야가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성적 평등을 위해 할 일이 많겠지만, 그래도 많은 여성들이 과감하게 'NO' 라고 외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작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사회 속에서도 이 책의 내용처럼 '아저씨'들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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