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난 - 2022년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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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 집이 지도상에 존재하지도 않는다면, 그래서 매번 택배를 시킬 때나 배달을 시킬 때 택배기사나 배달기사들이 헷갈려서 잘못 배송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상문학상 우수작으로 선정된 강화길 작가의 <복도>는 주인공 부부가 재개발이 시작된 지역의 아파트로 이사온 후 겪은 일을 들려준다.

 

그들 부부가 사는 1단지 100동은 상당히 이상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길가 앞에 상자를 쌓아 둔 것 같은 모양새로, 건너편에 있는 판자촌과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서 마치 길고 좁은 복도처럼 느껴진다. 1층이라 그런지 밖에서 보면 안이 훤하게 다 보여서 신경쓰이고, 지도 앱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집이다. 그래서 그들은 베란다에 두꺼운 블라인드를 설치해서 안 보이게 노력한다. 매번 음식을 시키면 해명하고 설명하기에 바쁘다. 그 정도는 좀 불편하긴 하지만, 괜찮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네. 여기에 살고 있어요. 저희는 여기에 있답니다. 그래. 불친절할 게 뭐가 있겠는가. 설명하면 해결될 일인데.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어쨌든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믿었다. 시간이 지나면 조만간 우리 집도 지도에 등록되리라고 말이다. 그러면 더 이상 헷갈라니느 사람도 없을 것이고,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았단 일들도 다 추억이 되리라.

그렇게 되리라.
-p.166, 「복도」 중에서

 

 

그러나 그들의 기대와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집이었다. 그렇게 그 집에 산 지 일 년이 지났고 '너'를 만났다. 갑자기 서술의 시점이 '나'의 이야기에서'너'에게 하는 이야기로 바뀐다. 이야기 속 '너'는 누구일까. 2단지에 살고 있는 아홉살 여자아이일까. 몬가 궁금증을 유발하며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나' 와 '너' 가 숨어있는 분리수거장에 나타난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너', '그것' 이라는 호칭이 명확하지 정해지지 않아서, 그 존재에 대해 상상을 하게 된다. 

'그것' 이 다가오고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난 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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