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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비폭력 투쟁기
외즐렘 제키지 지음, 김수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2월
평점 :

자신을 혐오하고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커피 타임'을 가지며 대화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인 외즐렘 제키지 또한 극우단체나 인종차별주의자 등과 대화를 하면서 '자신이 왜 그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지', '자신이 그들과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괴감이 들 때가 많았다고 한다.
하긴 저자 또한 인간이기에, 상대방의 터무니없는 적대감과 혐오와 비난에 화가 많이 날 때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그들의 주장이 잘못되었고, 편견이라고 주장해도 그들은 귀를 닫고 듣지 않는다. 오직 그들이 옳다고, '무슬림은 나쁘다' 와 같은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들은 일부 무슬림들의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고 '무슬림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나쁘다' 라고 생각하는 것일지 모른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무슬림들이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중에서 몇몇 무슬림만 정말로 악질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무슬림에 대해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타인을 배려하고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무슬림들은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편견과 오해도 결국은 대화를 통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해결될 수 있다고 저자는 강하게 믿고 있다. 나 또한 나와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협상했던 경험이 있어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바이다.
어쩌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종류의 대화를 하는 것이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고통스럽더라도 우리는 대화의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어떨 때는 내가 열 받지만, 또 어떨 때는 고스란히 되돌려 주어 내가 그들을 열 받게 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그들이 화를 내도 전혀 개인적인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화를 받아 줄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너무 예민할 때도 있다. 나도 인간이니까. 때에 따라서는 대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거나 더 나아가 해방을 만끽하기도 한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우리가 대화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것 말고 우리에게 다른 선택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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