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플랜트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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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결혼-이혼 트리플 스토리"

 

윤치규의 <러브 플랜트> 읽고

 



「러브 플랜트」는 세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인 윤치규 작가는 이 소설들 속에 연애, 결혼, 이혼 세가지 장면을 그 자신만의 관점으로 새롭게 제시하였다. 그는 "쓰고 싶은 것은 연애 뿐." 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색다른 연애' 구상중이라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인 「일인칭 컷」은 해외 여행을 떠난 두 남녀의 여행기이다. 그러나 그들의 여행기는 다른 커플들과는 달라보인다. 비혼식을 선언한 여자친구인 '희주' 와 함께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온 남자친구인 '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와 나의 여자친구 희주는 사내커플이지만, 희주는 갑자기 비혼식을 하겠다고 선포한다.

 

희주는 대수롭지 않은 듯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어쨌든 그가 왜 이러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알 수 없다는 것은 때때로 내게 두려움을 주었다.
희주가 비혼식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처음 느꼈던 감정도 두려움이었다. 남자친구가 있는데 비혼식을 하겠다니.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무섭고 끔찍하기까지 했다.
-p.11 「일인칭 컷」 중에서

 

왜 희주는 남자친구도 있는데 비혼식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냥 비혼이라고 남자친구에게 말하면 되지, 왜 굳이 사람들 앞에서 비혼식을 하려는 것일까. 요즘 비혼이 많다고 하는데, 비혼식이라는 것도 있구나. 마치 결혼식처럼 사람들 앞에서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비혼식은 사람들 앞에서 앞으로 절대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인가. 

이야기는 남자친구인 '나'의 관점으로 제시가 되기 때문에 희주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비혼식을 선언하려는 것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그녀가 회사에서 성희롱 사건 후 겪었을 심경의 변화를 통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희주가 일인칭 컷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 속에서 희주의 고독과 슬픔이 느껴진다. 일인칭 컷은 희주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 구도의 명칭인데 희주는 자신의 뒷모습이 서서히 흐려지고 뒤쪽 배경이 점점 선명해지는 구도를 좋아한다. 

마치 언뜻 보면 아웃 포커싱 구도와 대조적으로 보인다. 아웃 포커싱은 뒷 배경은 흐려지고 인물은 선명해지는 구도이니깐. 왜 희주는 일인칭 컷 사진을 좋아할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으면 자신이 중심이 되는 구도의 사진을 더 좋아할텐데 말이다. 

남차친구인 나의 관점으로 바라보기에 희주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알 수 없다. 그저 희주의 행동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남자친구조차 희주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연인이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녀의 마음, 그녀가 '나'에게 건넨 질문이 희주의 풀리지 않은 상처받은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난 그 사람을 용서한 적이 없는데 왜 네가 그 사람을 용서해준 거야?"

-p.29-

 

두 번째 이야기 「완벽한 밀 플랜」은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온 부부의 이야기이다. 어딘가 좀 불안해보이고 알코올 중독이나 자해 등 문제가 있어 보이는 현영과 나의 신혼 여행기이다

처음에는 서로 사랑을 맹세하고 신혼여행을 즐기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조금씩 보이는 현영의 이상 행동과 알코올을 지나치게 마시는 행동 등은 뭔가 이상하다. 뭔가 현영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예상을 하게 한다. 결혼식 전날에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응급실에 실려가서 위세척을 하고, 신혼여행지에서도 과다하게 음주를 한다. 현영의 그런 불안정한 모습을 보는 '나'의 마음은 불안하고 걱정 가득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더이상 현영이 손목을 긋지 않고 술도 적게 마시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거라고, 그렇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혼으로 현영이 바뀌기에는 현영의 마음의 상처가 큰 것 같다. 그런 현영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깨닫게 된다.

 

이 모든 게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 나를 만나도 똑같다는 것, 내가 곁에 있어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 그런 생각이 자꾸만 나를 어딘가 아득히 먼 곳으로 내몰았다.

-p.57-

 

'완벽한 밀 플랜'이라는 제목과 달리 현영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나'와 현영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이 현영과 나의 이야기를 통해 부부 사이에도 메꾸어질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고, 그것은 상대방의 일방적인 노력에 의해서 쉽게 바뀌거나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쩌면 우선은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나'와 '현영'의 관계에서도 그렇게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때로는 잠시 유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 번째 이야기인  「「러브 플랜트 」는  연애와 결혼을 다룬 앞 선 이야기들과 달리  '이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주인공들도 이혼남녀이다. 이혼 경험이 있는 '백현준'은 같은 이혼 경력이 있는 '이미나 차장'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끼고 호감을 갖는다.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백현준은 이미나 차장에게 관심이 있지만 쉽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다. 이혼 경험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바라보는 현준을 보니 너무나 마음이 안타까웠다. 사람이 한 번 결혼에 실패하면 그렇게 소심해지는 것일까. 또한 현준의 마음을 아는 이미나 차장도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지내게 된다.

 

그들이 각각 연애를 하고 결혼 후 이혼을 한 단계를 보면서 결혼은 한 사람의 노력이나,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이루어지거나 파괴될 수는 없는 것 같이 보인다. 

 

비록 이혼이 창업의 계기는 아니어도 꽃집 운영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백현준은 이 혼 후 지독한 불면에 시달렸다. 밤마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가정법 과거완료 형태의 문장이 끊이지 않고 머릿속에 떠올랐다. 결혼하지 않았으면 이혼도 하지 않았을 텐데 같은 조건 부사절 형식의 후회는 스스로 용법을 변형시키면서 무수히 늘어났다. 빈 화분에서도 잡초가 자라듯, 그런 잡념은 아무리 뽑아내도 어느 순간 무성히 피어나 새벽마다 잠을 깨웠다.
- p.68~69 「러브 플랜트」 중에서

 

식물처럼 꾸준한 인내와 보살핌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정성을 다해야 결혼도 사랑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면 언젠가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날 율마처럼 말이다. 

 

3편의 연애, 결혼, 이혼에 이르는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사랑, 결혼, 이혼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 또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해봤지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정해진 방식은 없는 것 같다. 각자 처해있는 상황과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정답은 없지만,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기 나름의 방식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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