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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면제를 끊었습니다 - 나를 살리기 위해 낸 용기
정윤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14/pimg_7526911563305893.jpg)
7년간의 삶을 지탱해준 수면제는 어느덧 감정과 생각, 행동, 신체의 모든 것을 잠식해 나를 수면제의 노예로 만들어버렸다. 나 스스로는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디를 가든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수면제였고, 수면제 없는 밤은 생각할 수 없었으며, 수면제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했다. 잠들기 직전 수면제를 입에 다 털어 넣고 아무 상념 없이 잠들 수 있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 삶이 아니었다. 수면제 없이는 살 수 없는 중독자나 노예의 삶이 아니라 나로 살아 숨 쉬고 싶었다. 피해자의 삶,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며 간신히 사는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진심으로 원하는 꿈을 스스로 이뤄가는 능동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 p.6, 「프롤로그.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한 준비」 중에서
이 책 「나는 수면제를 끊었습니다」의 저자 정윤주는 7년간 수면제를 복용해왔다. 이혼으로 인한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정말 단순히 살기 위해서 복용한 수면제가 그녀를 옥죄는 덫이 될 줄은, 독약이 될 줄은 그녀 자신은 꿈에도 몰랐다. 불면증으로 밤을 지새운 저자에게 수면제는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 약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수면제는 점점 그녀의 감정과 생각, 행동 모든 것을 잠식해갔고, 점점 그녀를 수면제의 노예로 만들어갔다. 나는 불면증으로 고생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불면증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 괴로워하는 사람들에 대해 100프로 공감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주변 지인들이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때론 수면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를 통해 그 고통과 힘겨움을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보다 더 무서운 게 수면제 금단현상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담배도 끊으려면 흡연금단현상이 있듯이, 수면제 또한 단약하면 엄청난 수면제금단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그녀가 써내려간 고통의 기록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금단현상이 심해지면 자살충동까지 생긴다는 사실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중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이유 때문일까. 우울증 약도 갑자기 끊으면 엄청 힘들고 괴롭다고 하는데 수면제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일 정도로 괴로워하는 저자의 고통의 기록을 읽어나가는 것이 힘들었다. 그녀가 묘사하는 금단현상들은 너무나 끔찍하고 무섭기도 했다. 그녀는 심장, 소화기관, 관절, 시력 등 몸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안 아픈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죽음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 너무 살고 싶은데, 너무 괴롭고 힘들면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걸까.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한 것은 분명 그녀의 선택이고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문 속 그녀의 말처럼 그녀가 장기간 수면제 복용을 하기 전에 누구 한 명이라도 장기복용의 위험성을 알려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자의 말처럼 의사조차도 수면제 단약에 대해, 수면제금단현상과 그 해결방법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처럼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게 되고 그 금단현상이 너무나 끔찍하여 수면제를 끊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단약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저자가 대단하다. 그렇게 고통스럽고 힘든데도 그 모든 고통을 감수하고, 단약을 하겠다는 말이다.
나는 그녀의 수면제 복용과 금단현상에 대한 고통의 기록을 읽으면서, 수면제 장기간 복용의 위험성과 수면제 금단현상의 끔찍함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선택도, 그에 대한 책임도 모두 자신이 해야함을 느낀다.
앞으로 그녀가 Part 2에서 보여줄 자기 회복의 방법과 그 과정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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