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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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고찰 "

 

헤르만 헤세의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를 읽고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누군가 나나 그럭저럭 음악적이라 할 사람에게서 바흐의 성가곡을,

<마술피리>나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들을 빼앗고 금지하고 기억으로부터 떼어놓는다면,

우리 같은 사람에게 그것은 몸의 장기 하나를 잃는 것과도 같을 것이며

감각 하나를 반쯤 또는 전부 상실하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p. 34~35

 

우리에게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황야의 이리』, 『유리알 유희』로 잘 알려진 헤르만 헤세가 음악 애호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사실 그의 작품들 속에서는 항상 음악이 존재했다.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주인공 한스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직면했을 때 혼자 노래를 부른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인 『데미안』에서 주인공 에밀은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들르며 음울하면서도 신비로운 전율에 사로잡히는 모습이 나온다. 또한 『황야의 이리』에서는  재즈음악 연주가가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 최후의 대작인 『유리알 유희』에서는 모든 현상을 음악으로 형상화하는 미래 세계가 배경이다.

 

이처럼 음악은 헤르만 헤세의 문학 작품의 중심을 차지할 만큼 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애정은 실로 대단하다. 이 책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보유한 작가이며 1946년 노벨상 수상 작가인 헤르만 헤세가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그 단상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우리는 그의 삶 속에서, 그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그의 음악에 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가 쓴 음악에 대한 글을 아우렀고, 헤세의 시로 만든 음악 작품 목록들을 다수 수록되어 있다. 음악, 음악가, 음악 작품, 연주회, 청자에 대해 헤세는 솔직하고 진솔하게 생각을 전한다. 그의 음악에 대한 단편 조각들을 이어붙이면 아마도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나올 것이다. 어쩌면 헤르만 헤세가 시인이나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음악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은 음악에 문외한이라 전문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오히려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진정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헤르만 헤세는 연주회를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성당 오르간 연주를 들으러 가거나, 유명 음악가의 연주회 등을 즐겨 들었다. 


성당 오르간 연주의 아름다운 음율과 천상의 화음을 들으러 깜깜해진 밤, 집을 나와 어딘가로 향한다. 그 밤에 그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는 성당으로 가서  오르간 연주의 아름다운 음율과 천상의 화음을 듣는다. 그 연주는 마치 천상의 목소리 같다. 그 황홀한 연주가 끝나면 그는 다시 일상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행복감으로 가득차 있다.


어쩌면 음악의 힘은 이런 것이리라. 지치고 힘든 일상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다시 한동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음악이 있기에, 우리는 이 힘든 일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헤르만 헤세는 오르간 연주를 들으면서, 연주회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보며 거대한 파도, 바다 위 벼랑 위에 서 있는 고독한 한 사람, 고독한 이가 있는 낭떠러지 섬을 생각하고 그가 혼을 다한 지휘가 텅빈 광야에 울려 퍼진다. 이처럼 음악에 대한 그의 감상과 생각을 문학적으로 표현하였고, 섬세하고 세밀하게 잘 묘사해 놓았다. 그래서 이 묘사들을 읽으면 하나의 장면이 그려지는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헤르만 헤세는 악보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그는 음악을 즐기고 온 마음과 정신을 다해 음악을 감상한다.

 

음악이 그저 우리의 영혼만을 요구한다는 것, 하지만 오롯이 요구한다는 것 말이다.

음악은 지성과 교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음악은 모든 학문과 언어를 넘어 다의적 형상으로, 하지만 궁극적인 의미에서 항상 자명한 형상으로 인간의 영혼만을 끝없이 표현한다.

-p.32

 

헤르만 헤세는 청각적 지각을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마치 그 음악적 인상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가 들은 음악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묘사하는 문장들을 보아 얼마나 그가 그 음악에 심취하고 열중하고 푹 빠져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시각적 묘사로 인해 마치 눈 앞에 그 광경을 보는 듯한 상상속에 빠져들게 된다. 

음악은 항상 그 음악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제대로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헤르만 헤세는 음악은 그런 지성과 교양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 말 덕분에 나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직도 음악은 나에게 어렵지만, 그냥 음악을 듣고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이 중요함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수천 명이 불타올랐고 녹아내렸으며 대결을 포기하고 달라진 얼굴로 미소 지었고 눈물을 흘렸으며 황홀해하며 신음했고 짤막한 오락곡들 하나가 끝날 때마다 도취의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그 대단한 남자는 승리했다. 이 삼천 명의 영혼 하나하나가 그의 것이었고, 모두가 기꺼이 자신을 바치고 손길을 기다리고 놀림당하고 행복해하며, 도취경과 홀림 상태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p.69, 「비르투오소의 연주회」 중에서

 

헤르만 헤세는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 연주회에서 들은 음악에 대한 감상, 자신이 만난 연주가의 이야기 등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이 책은 말하자면 음악에 대한 그의 에세이이자, 음악을 소재로 한 시들을 엮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헤르만 헤세의 작품 [유리알 유희], [마술피리] 등에 등장한 주인공과 그 작품들 속에 담겨있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음악에 대한 독자적인 시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주로 산문, 소설, 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부에서는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 편지, 일기 메모 등 집필 순서에 따라 배치되었다.  헤르만 헤세의 음악 체험, 작곡가와 연주자에 대한 편지, 소설, 일기, 서평, 시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1부에 실린 글들보다 헤르만 헤세의 진실하고 솔직한 생각과 감정 등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2부에서는 그 글들을 통해 평생에 걸친 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과 아울러 음악에 대한 탐색과 견해를 알 수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나 모차르트, 쇼팽,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알 수 있다. 특히 모차르트를 대단한 음악가라고 생각해서 그에 대해 극찬하고 모차르트의 음악과 그의 인생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헤르만 헤세의 열망이 잘 드러나 있다. 주로 헤르만 헤세는 독일 고전음악가와 그들의 음악을 좋아했다. 


저에게 음악만큼 창작의 자극을 주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당신은 이해하시지요. 제기 쓴 시 중 가장 좋아하는 것들은 거의 모두 쇼팽과 베토벤의 음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p.200

 

저는 항상 음악이 필요합니다. 음악은 제가 무조건 경탄하는, 절대적으로 꼭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유일한 예술이고요. 다른 그 어떤 예술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p.220

 

그 편지들의 내용은 다양했다. 출판사와 주고 받은 편지, 교정 작업에 대한 그의 생각들, 어떤 책에 대한 서평 등 형식과 내용은 다양했다. 사실 편지글들로 모아져 있고 편지들을 부분적으로만 인용해서 앞뒤 문맥을 파악하는 데 힘이 들었다. 헤르만 헤세가 편지에서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음악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좀 힘들었다. 단편적인 조각들을 가지고 퍼즐을 맞추듯 그렇게 전체 내용을 미루어 짐작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편지들에는 당시 시대 상황과  당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그 시대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도 필요한 것 같았다. 본래 편지라는 것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이기 때문에 각각의 편지에서 헤르만 헤세가 밝힌 의견들도 하나로 일치되지 않는 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르만 헤세가 보낸 편지들이라도 없었으면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평생에 걸친 음악적 탐색 등은 몰랐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이 시는 음악의 본질이란 시간, 즉 순수한 현재라는 통찰로 마무리되어요. 저는 유년 시절부터 음악을 벗삼아왔는데도 이 통찰에 도달하는 데 육십 년 가까이 필요했어요.
-p.220

 

1부와 2부의 글을 통해 음악에 대한 감정 위주의 묘사가 주를 이루었던 젊은 시절의 글에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하 사회적, 정치적 현실을 의식하고 고려하여 감정보다는 주로 모럴을 고려한 모럴리스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헤르만 헤세 서거 60주년을 맞이하여 출간된 이 책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은 헤르만 헤세의 문학 작품의 아름다움과 훌륭함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헤세게 전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열정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헤르만 헤세의 음악 세계를 여행하면서,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을 다시금 깨닫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품 속에 숨겨진 음악적 힘을 느끼고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음악은 내가 무조건적으로 경탄을 바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유일한 예술이다.”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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