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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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연주회를 즐겨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극장 안에서 울려퍼진 음악 속에서 그는 모짜르트를 만나 대화도 하고 비르투오소의 연주회에 가서 바이올리스트의 뛰어난 연주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 음악의 훌륭함과 뛰어남을 그는 시적언어로 묘사한다. 

 

 수천 명이 불타올랐고 녹아내렸으며 대결을 포기하고 달라진 얼굴로 미소 지었고 눈물을 흘렸으며 황홀해하며 신음했고 짤막한 오락곡들 하나가 끝날 때마다 도취의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그 대단한 남자는 승리했다. 이 삼천 명의 영혼 하나하나가 그의 것이었고, 모두가 기꺼이 자신을 바치고 손길을 기다리고 놀림당하고 행복해하며, 도취경과 홀림 상태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p.69, 「비르투오소의 연주회」 중에서

 

 

헤르만 헤세는 청각적 지각을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마치 그 음악적 인상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가 들은 음악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묘사하는 문장들을 보아 얼마나 그가 그 음악에 심취하고 열중하고 푹 빠져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시각적 묘사로 인해 마치 눈 앞에 그 광경을 보는 듯한 상상속에 빠져들게 된다. 

 

헤르만 헤세에게도 음악 친구가 있었다. 그는 연주가 오트마 쇠크였다. 헤세는 그를 어느  공연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20년 이상 동안 그와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오르마 쇠크와 음악에 대해 논하며 그의 연주를 들으며 음악적 교감과 기쁨을 나누곤 했다. 또한 그는 헤세가 어렵고 힘들때도 곁에 있어주는 든든하고 고마운 친구이기도 했다.

 

헤르만 헤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전쟁 조차도 막을 수 없었다. 전쟁조차도 견딜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음악이 없는 것은 전쟁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시 내게 음악은, 세상이 더 이상 안중에 두지 않으려 하는 모든 고운 것, 우아한 것, 신성한 것을 가장 강하고도 직접적으로 떠오르게 했다. 전쟁은 부득이하다면 한동안 견딜 수 있었다. 전쟁 안에서 내가 인간성을 수행하고 상처 치유를 돕는다고 나 좋을 대로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악은 견딜 수 없었다. 나를 가누는 그 궁색한 질서와 규율이 음악 몇 마디면 송두리째 붕괴되었고, 이 세계와 이 전쟁에서 도망가고 싶은 참을 수 없는 갈망이 깨어났다.
- p.92~93, 「오트마 쇠크와의 추억 중에서」 중에서

 

헤르만 헤세는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 연주회에서 들은 음악에 대한 감상, 자신이 만난 연주가의 이야기 등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이 책은 말하자면 음악에 대한 그의 에세이이자, 음악을 소재로 한 시들을 엮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헤르만 헤세의 작품 [유리알 유희], [마술피리] 등에 등장한 주인공과 그 작품들 속에 담겨있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2부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음악 체험, 작곡가와 연주자에 대한 편지, 소설, 일기, 서평, 시 등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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