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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대세이 - 7090 사이에 껴 버린 80세대 젊은 꼰대, 낀대를 위한 에세이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1. 들어가며
당신은 꼰대입니까?
당신은 낀대입니까?
여기 낀대들의, 낀대들을 위한 이야기가 있다!
나는 꼰대일까, 낀대일까? 요즘 아이들에게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일장 훈계와 잔소리를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한다.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 사용에 어려움이 없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생각해보게 된다. 이번에 이벤트 선물로 예스 이웃님들에게 보내는 선물을 포장하고, 내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쓰면서 새삼 행복해했다. 라떼는 말이야, 생일 선물과 함게 정성껏 생일 카드를 써서 주었었는데 지금은 카톡으로 생일 축하한다며 각종 다양한 이모티콘, 이모지들로 가득 찬 카톡이 그 생일 카드 대신이 되었다. 얼마 전에 선물과 함께 원고지 모양의 편지지에 정성껏 글씨를 쓴 한 이웃님의 손편지를 받았다. 이웃님들께 보낼 선물을 포장하고 편지를 쓰는 데 일주일이 걸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그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하셨다.
모든 것이 편해져 가는 요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쇼핑도, 대화도, 은행업무도 그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지만, 왜 나는 그 옛날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운 것일까. 이렇게 누군가에게 받는 손편지와 그들의 마음이 담긴 따뜻한 책선물에 더 행복해지는 걸까. 그러고 보면 나도 낀대인 건가. 꼰대라고 하기엔 내가 그렇게 고리타분하진 않고 나름 열려 있는 것 같으니깐.
그래도 요즘 90년대 생들을 보면, 그들의 젊음과 생기, 활동성, 적극성 등이 부럽기도 하고, 그들의 너무 개인주의적인 모습을 보면 '나 때는 저렇게 하지 않았는데' 라며 또 라떼를 부르짖게 된다.
그런데 라떼는 말이야~라고 함께 외칠 수 있는 동지같은 책을 만났다. 바로 김정훈 작가가 쓴 『낀대세이』이다. 이 책은 80년대 생인 저자가 7090 사이에 껴 버린 이 시대 80년대생들을 위한 에세이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동지를 만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내 마음을 알아주고, 대변해주는 책이 있구나 하고 얼른 기쁜 마음에 책장을 넘겼다. 마치 나의 이야기와 내 마음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2. 낀대 세상 속으로
낀대를 위한
낀대에 의한
낀대의 이야기
'낀대'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저자에 따르면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에 껴 버린 젊은 꼰대를 낀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말그대로 끼어있는 세대라는 의미이다. 삼십대인 그들은 소위 위에서 까이고 아래에서 치이는, 양쪽 눈치 가 보느라 정신없는 '불쌍한 세대일 지 모른다. 신입도 아닌 애매한 세대, 디지털과 아날로그, 온라인과 오프라인, 본캐와 부캐, 공교육과 사교육 등 이렇게 양 극단의 사회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세대, 이쪽 저쪽 눈치 보느냐고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일조차 잘 모르는 세대, 중간만 하는 게 최고라는 말을 듣고 자라 진짜 중간에 껴 버린 세대, 바로 그들이 80년대생이고 그들이 낀대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80년대생만 이런 변화와 생각을 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80년대생이 아닌 나도 낀대들의 생각과 현실상황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맞아, 맞아, 나도 그랬었어." "우리 땐 저랬어." 라고 말하며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맞장구를 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릴 때 아련한 추억, 희미해져가는 추억이었는데, 저자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고, 같은 것을 생각했다고 하니 그렇게 반갑고 기쁠 수가 없었다. 마치 '백 투더 퓨처' 처럼 나의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추억 여행을 통해 나는 나의 젋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고, 그 시대 나를 직면하고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이처럼 가볍지만 읽는 사람, 즉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과 힐링을 전해준다. 이 책은 ‘낀대, 왜냐하면―’, ‘낀대, 그리고,’, ‘낀대, 그래서?’, ‘낀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첫 번째 파트 '낀대, 왜냐하면' 에서는 80세대가 왜 낀대가 되었는지, '라떼는 말이야' 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두 번째 파트 '낀대 그리고' 에서는 낀대들이 살아오며 겪어야 했던 각가지 에피소드와 그 속에 담긴 생각들과 공감이 담겨 있다. 세 번째 파트 '낀대, 그래서?에서는 그래서 탄생하게 된 낀대들의 이야기가, 마지막 파트에서는 이런 씁쓸함과 힘겨움에서도 꿋꿋히 살아온 낀대들의 인생과 성장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짤막하게 구성되어 있어 부담갖지 말고 즐겁고 가볍게 읽어볼 수 있다.
3. 나가며
당신도 낀대였고 낀대이며 낀대일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낀대가 된다.
--- p.304, 「에필로그」 중에서
이 책은 시대에 역행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않는 꼰대의 모습과 그로 인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80년대생들이 살았던 그 시대에 추억도, 그 시대 우리 청춘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잊고 있던 과거의 나의 모습, 나의 생각, 나의 청춘도 찾을 수 있었다.
정말 저자의 말대로 나는 낀대였고, 낀대이며 낀대일 것이다. 나는 이 낀대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 말 속에 우리가 살아온 삶, 우리의 삻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창 BTS 열풍이 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그들의 노래에 열광하고 카페를 가도, 길거리를 걸어도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유튜브 무한반복을 통해 하루종일 듣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그들의 노래도 좋지만, 그 시절, 가사를 큰 소리로 따라부르면서, 노래방에서 18번 곡으로 불렀던 7080 노래들이 더 듣고 싶고 좋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나도 어쩔 수 없는 낀대인 가 보다. 낀대이지만, 나는 이런 나의 모습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것 또한 나이기 때문이다.
당신 또한 나와 같은 생각에 공감한다면, 당신도 어쩔 수 없는 낀대라면, 당신도 80년대생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책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