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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별에서 시작되었다 - 천문학자가 바라본 우주와 인류의 발자취
조앤 베이커 지음, 고유경 옮김 / 북플레저 / 2026년 2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제주 서귀포천문과학관에서 태양의 흑점을 관측했습니다. 지구보다 거대한 검은 점을 보며, 수백 년 전 망원경으로 달과 태양을 바라본 과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해 보았어요. 그 호기심은 저를 조앤 베이커의 [모든 것은 별에서 시작되었다]로 이끌었습니다.
이 책은 천문학의 발전사를 연대기처럼 나열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별을 바라보며 품어온 호기심, 두려움, 상상력으로 독자를 이끌어요. 솔직히 처음엔 조금 어려울까 봐 걱정했지만, 걱정과 달리 저자의 차분한 설명과 물 흐르듯 이어지는 서사 덕분에 천문학의 발전사, 인류의 역사를 편안하게 살펴볼 수 있었어요. 요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몰입감이 높고 재미있었습니다.
책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존재인 달과 태양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각 나라의 달, 태양과 관련된 신화부터 천문학이 정치와 어떻게 결합하여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달을 향한 인류의 수천 년에 걸친 탐구 등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서술됩니다.
특히 1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800년대 영국에서 활동한 공학자 제임스 네이스미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가 정교하게 그려낸 달 그림은 만국박람회에서 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어요. 빅토리아 여왕은 그림을 보고 "과학이 인간의 마음에 얼마나 넓은 세계를 열어주는지!" 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합니다.
책에 그의 그림이 첨부되어 있지 않아 직접 그의 그림을 찾아보았어요. 1849년에 그려진 2m 사이즈의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교함을 보여줍니다. 미지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집념이 얼마나 위대한지, 그리고 과학이 어떻게 감동이 될 수 있는지를 다시 느끼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빅토리아 여왕으로 하여금 과학이 여는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2부는 화성과 태양계입니다. 저자는 인류가 수많은 행성 중 왜 유독 화성에 가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는데요. 저자는 화성이 가진 강렬한 붉은빛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기묘한 움직임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했다고 말합니다. 화성은 단순한 행성이 아니라,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게 만든 상징적 존재였던 셈입니다.
2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였습니다. 그는 1903년 저서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통해 흥미로운 결론을 내립니다. 그는 확률적으로 볼 때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는 '특별하며, 아마도 유일무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설령 다른 행성에 우리와 신체적으로 유사한 존재가 존재할지라도, 그들의 지적 능력이나 도덕적 본성은 우리와 판이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또한 지구의 인간과 같은 존재가 우주 어딘가에 또 나타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았죠.
월리스의 '그들의 지적 능력과 도덕적 본성이 우리 다를 것'이라는 메시지는 개인적으로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생전에 왜 우주로 인류의 메시지를 송출하는 것을 반대했는지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과학 기술이 우리보다 앞서 있을지 몰라도, 그들이 가진 선의, 윤리 의식이 우리와 같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주를 향한 희망 뒤에 숨겨진 서늘한 현실적 감각을 일깨워 준 부분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인 3부 우주와 인간에서는 우주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우주는 결국 엔트로피가 최대인 정지 상태 즉 종말을 맞이할 것이란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저자는 절망이 아닌 가능성을 말합니다. 과학의 역사가 그래왔듯, 새로운 발견은 언제든 기존의 정론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기에 우리가 우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면, 우주의 운명에 관한 다른 답을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주는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비밀을 품고 있고, 과학은 그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니까요.
저자는 우리 모두를 Starwatchers, 별을 관찰하는 존재라고 말하며 글을 맺습니다. 선조들이 그러했듯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우리가 발 딛고 선 특별한 행성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별에서 시작된 우리 인간이 우주에 답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천문학, 우주 과학의 기초를 인문학적 감성으로 접하고 싶은 중, 고등학생부터 천문학의 역사와 인류의 철학적 사유를 함께 즐기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참고로 이 책은 텍스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삽화가 없습니다. 따라서 책을 읽으며 관련 이미지나 자료를 함께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