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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영혼의 미술관 -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삶이 담긴 낯선 그림들
김원형 지음 / 지콜론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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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명 화가의 이름을 들으면 바로 생각나는 그림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네의 경우에는 수련, 르누아르의 경우 피아노를 치는 소녀, 드가의 경우 발레무용수 그림처럼요. 


[숨겨진 영혼의 미술관]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던 화가들의 낯선 그림들을 통해 그들의 예술 여정을 새롭게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드가가 무용수를 그리기 전 경마장을 그렸다는 사실과 함께 '시골의 경마장'이란 작품을 소개합니다. 드가는 스냅 사진처럼 자르기 기법을 사용해 사진을 보는 것과 같은 시각을 회화에 과감히 도입하였는데요. 기존의 전통 회화에서 볼 수 없던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움직임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이었어요. 


'시골의 경마장' 그림을 본 후 드가의 '꽃다발을 든 무용수' 그림이 바로 생각났습니다. '시골의 경마장' 그림에서 경주 장면은 매우 작지만, 마차를 타고 있는 가족은 크고 밀도 있게 그려져 대조를 이루는데요. '꽃다발을 든 무용수' 그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무용수를 전면에 배치하고, 왼쪽 다른 무용수들은 멀리 흐리게 보이지요. 


이렇게 드가가 스냅샷처럼 그림을 그린 방식은 초기 작품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 그의 고유한 예술적 시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화가의 숨겨진 걸작이나 초기작들을 소개하며, 그 그림들이 어떻게 화가의 대표작으로 이어지거나 예술적 연결 고리 역할을 했는지를 섬세하게 짚어줍니다. 


하지만 고야의 작품은 드가와는 달리 시간에 따라 굉장히 달라졌습니다. 고야의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작품을 떠올릴텐데요. 저는 그래서 고야의 그림은 모두 당연히 괴기스럽거나 징그러울 것이란 편견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가 스페인 궁정화가로서 '카를로스 4세의 가족'이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로코코 양식의 영향을 받아 화사하고 우아함이 가득하고, 왕실의 화려함과 인물들의 내면까지 예리하게 포착한 걸작을 남겼더라고요.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그의 삶에 어떤 고난이 있던 것일까 궁금함이 생겼어요. 그리고 고야가 암울하고 괴기스러운 작품을 그리게 된 계기가 청각 상실이라는 개인적인 고난과 스페인 격변기라는 시대적 고통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부 세계의 소리가 차단되자, 그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측면, 광기, 그리고 시대의 부조리에 깊이 침잠하게 된 것이었어요. 


이렇게 이 책은 화가들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아는 명작 뒤에 숨겨진 화가들의 고민, 그리고 그들의 진정한 영혼이 담긴 낯선 그림들을 통해, 미술 감상의 깊이를 한 차원 높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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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인두투스 : 입는 인간 - 고대 가죽옷부터 조선의 갓까지, 트렌드로 읽는 인문학 이야기
이다소미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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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동안 역사를 인물 중심, 음식, 지리 등 다양한 시선으로 읽어왔지만, 의복이나 패션의 관점으로 역사를 살펴보는 인문학 책은 거의 접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이다소미의 [호모 인두투스 입는 인간]을 읽고,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을 좋아하는데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볼 때 그림의 가운데에 있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중심 인물만 주목했었어요. 하지만 저자는 패션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순백의 의상을 입고 있는 히파티아가 이 그림에서 가장 돋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드레이핑 기법을 활용해 풍성한 볼륨감을 표현한 그녀의 옷차림을 설명하면서, 오드리 헵번의 “우아함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다”라는 말을 인용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그 챕터를 읽고 다시 그림을 보니, 정말 히파티아의 풍성하고 아름다운 라인과 함께 오로지 그녀만이 흰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이 그림을 볼 때 인물만 보았지,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옷의 색감, 형태, 액세서리 등에는 그 시대의 미적 기준, 기술력, 계급, 세계관이 모두 담겨 있는데도 말이죠.


이렇게 이 책은 익숙한 그림과 인물들을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해 주었어요. 단순히 패션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옷이 사회적 신분, 권력, 기술, 문화적 규범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도구라는 것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풀어냈어요.


그 다음 헨리 8세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의 초상화를 보고 기존에는 단순히 화려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가 코드피스라는 의상 아이템을 착용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코드피스는 중세 시대 남성의 성기를 보호하는 보호대였는데, 시간이 흐르며 남성성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었다고 해요. 이렇게 과장된 아이템을 왜 그동안 알아보지 못했을까 싶고 어찌보면 매우 우스꽝스러워 보일 정도였어요.


이 챕터를 읽으면서 옷은 인간의 욕망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코드피스는 불안정한 결혼 생활, 채워지지 않는 권력욕 같은 것을 오히려 반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고, 그의 삶이 화려한 복식처럼 행복으로 가득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저자는 패션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문학적 통찰을 제공하고, 역사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옷은 단순한 장식품이나 유행의 산물이 아니라, 그 시대 속 인간이 가진 욕망, 사회의 변화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식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역사를 여행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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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독일인의 사랑 - 190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배명자 옮김 / 더스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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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장 먼저, 책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책을 꾸몄다는 것에서 감탄을 하였습니다. 120년 전 초판본의 오리지널 삽화, 각 페이지의 테두리를 채운 문양이 아름다워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책 디자인의 중요성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출판사 더 스토리에서 출간한 초판본 시리즈가 있더라고요. 싯다르타, 햄릿 등 고전의 초판본 디자인으로 출간된 책들이 많아 나중에 서점에 가서 살펴봐야겠어요.


[독일인의 사랑]은 총 여덟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중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 두 번째 회상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야기 속 '나'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하듯 후작 부인에게 달려가 목을 안고 볼에 입을 맞추자, 버릇이 없다며 아버지에게 혼이 나고 맙니다. 그 때의 일을 회상하며,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은 생명처럼 태어날 때부터 우리 안에 있다.", "아아, 그러나 인생의 절반도 살기 전에 그 사랑은 얼마나 작아지는가! 어린아이는 남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다."


우리 모두 태어날 때부터 순수하고 무한한 사랑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제약, 혹은 현실의 무게 속에서 그 사랑의 영역이 좁혀지게 됩니다. 아이들이 부모, 친구, 선생님들께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때때로 놀랄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 아이들도 서서히 자라면서 나와 남을 구분하고, 표현에 대한 사회적 규칙이나 체면을 학습하게 됨에 따라 서서히 보통의 어른들처럼 표현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어린아이가 아니게 되는 순간은 사랑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사랑을 드러내는 용기를 잃어버리는 순간인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사회적 규칙을 배우며 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순수한 마음까지 잃어버릴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요.


마리아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별하게 된 이후,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은 삶의 바다에 떨어져 수백만 사람들에게 스며들어 그들을 감쌌다. 내가 어린 시절에 그렇게도 좋아하던 수백만의 '남들'을."


이 부분을 통해 마리아와 '나'의 사랑이 남과 나를 구분짓던 경계를 허물게 했고, 이를 통해 남들을 구분하지 않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포용력을 되찾은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잃어버렸던 순수하고 무한한 사랑의 능력을 마리아를 통해 회복하고 완성했다는 것이지요.


책을 읽고,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깊은 힘을 지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막스 뮐러는 이 사랑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렸던 내면의 순수함과 용기를 되찾고, 경계를 넘어 사랑에 이르기를 권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전 [독일인의 사랑]을 아름다운 삽화와 디자인으로 만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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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행복해지는 말
이금희 지음, 김성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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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이 책을 읽다 보면 어른인 저에게도 감동을 주는 책들이 있어요. [모두 행복해지는 말]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할 때가 있구나 싶어 웃기도 할 때가 있고, 어느새 이렇게 컸나 싶어 감동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 책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가장 마음에 든 이야기는, '상처받지 않으려면' 이었어요. 저도 다른 부모님들의 마음처럼, 제 아이가 학교, 사회에서 큰 사건이나 사람들에게 크게 데이는 일 없이 크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데요. 이야기 속 엄마가 "우리 딸은 상처받지 않고 크면 참 좋겠다"라고 무심코 말하자, 아이는 "엄마, 내가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되면 돼요"라는 말을 합니다. 


생각지 못했던 아이의 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상처받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지만, 아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상처를 주지 않는 삶을 이야기한 것이었어요.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도 불필요한 상처와 미움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 사이에 배려와 존중이 순환된다면 결국 모두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사랑 고백'이라는 이야기 역시 매우 인상 깊었어요. 부모의 사랑이 크고 깊다고는 하지만 가끔은 아이가 부모에게 주는 사랑이 더 큰 것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어요. 매일 같이 사는 가족이지만 유치원에서도 엄마가 보고 싶었다며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이의 이야기였어요.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괜히 쑥스럽거나 덤덤하게 보이고 싶어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게 되잖아요. 하지만 아이는 망설임이 없어요. "엄마 보고 싶었어!", "엄마 사랑해!"를 크게 외치며 따뜻한 마음을 전해줍니다. 이런 아이의 꾸밈없는 적극적인 사랑 표현 덕분에 저도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저자인 이금희 아나운서는 서문에서 "모두 행복해지는 말이란 하는 사람이 행복한 말"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책은 말이 가진 힘과 그 이면에 담긴 마음의 소중함을 알려주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어른들의 무뎌진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아이와 남편이 귀가를 하면 더욱 다정하게 인사를 하고 반기며, 우리 가족 모두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따뜻하고 진심 어린 말을 건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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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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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데미안, 싯다르타를 읽은 후 그의 작품을 찾아 읽고 싶어졌습니다. 특히 그의 초기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하던 참에, 그가 20대 초반에 집필한 [자정 너머 한 시간]이라는 산문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출간 당시에는 무명의 작가였기에 겨우 몇 권 정도밖에 팔리지 않은 채 절판되었지만 그가 유명해진 이후 사람들이 그의 초기 작품까지 찾게 되면서 약 40여 년 만에 재간을 했다고 합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그의 전 작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듯이, 과거에도 사람들이 그렇게 했구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정 너머 한 시간]에는 총 아홉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중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와 '왕의 축제'였습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의 화자는 깊은 우울감 속에 침잠되었다가 불가해한 존재를 만나, 심연에서 벗어나며 새로운 자아를 찾고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에서 고통이란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였는데요. 이 이야기 속의 화자 역시 심연 속에서 겪은 고통을 통해 인생을 이해하는 통찰을 얻으며, 영혼의 구원, 혹은 내면의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어요.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자체가 값진 재산과 같은 것이기에 그는 스스로가 재산의 주인이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화자가 재산의 주인임에도 왜 가장 값진 것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며 글이 마무리된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책을 덮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간신히 깨달을 수 있었어요. 진정한 깨달음이란 단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견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요. 그러니 가장 값진 것은 아직 모르는 상태인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어요. 불과 3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산문임에도 이렇게 여러 번 곱씹으면서 계속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헤세의 필력에 계속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다음 '왕의 축제'는 20페이지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왕자는 형에 대해 "예술에 대한 조예는 그림 가격을 아는데 그치고, 캔버스 한 장을 사려면 금화를 몇 개 치러야 하는지를 아는 게 형한테는 모든 역사보다 중요해요"라고 묘사를 합니다. 이때 왕자의 숙부는 대답 없이 근심 어린 눈으로 그런 말을 하는 왕자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왕자의 형과 숙부는 예술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의미에는 관심이 없고, 예술을 재산적 가치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도구로만 활용하는 속물적인 인물을 상징합니다. 왕자는 형의 이러한 태도를 비판하고, 진정한 예술적 감수성을 추구하는 방랑자 같은 인물로 나오고요. 


이들의 대비를 통해, 세속적인 기준에 갇혀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어쩐지 그의 작품 싯다르타가 생각났습니다. 이렇게 초기작에서도 그의 후기 작품과의 연관성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옛날 사람들이 절판된 초기작을 찾으려 노력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세가 스무 살 무렵에 쓴 글에서조차 이렇게 단단한 사유와 성찰이 느껴진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의 내면이 얼마나 일찍부터 예민하게 깨어 있었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초기 작품인 이 책을 꼭 읽어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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