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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만든 사람들 - 아르키메데스부터 괴델까지, 수학자 50인에게서 배우는 수학의 역사와 원리
알프레드 S. 포사멘티어 외 지음, 강영옥 옮김 / 동아엠앤비 / 2026년 2월
평점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삶을 다룬 연극 튜링머신을 관람했어요. 극 중 튜링의 고뇌와 업적을 보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세상을 바꾼 또 다른 수학자들은 누구일까? 그들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호기심의 끝에 집어 든 책이 바로 [수학을 만든 사람들]입니다.
학창 시절 이른바 수학을 썩 좋아하지 않았기에 다소 두꺼운 수학 역사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우였습니다. 그림이 적절히 삽입되어 있어 공식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고, 읽다 보니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내용이 서서히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수학자의 삶과 역사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누리는 현대 문명 중 수학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결국 우리는 살면서 수학을 완전히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탈레스, 피타고라스부터 튜링, 에르되시, 미르자하니 등 총 50인의 수학자가 등장합니다. 특히 저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피보나치 파트였습니다. 얼마 전 아이가 호주의 토끼 전쟁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토끼가 얼마나 빨리 번식하기에 나라 전체가 골머리를 앓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엔 대략 표를 그려가며 설명해 주었지만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 책에서 피보나치의 토끼 번식 문제 도표를 마주하는 순간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시각화된 도표를 이용해 토끼 번식부터 피보나치 수열까지 한 번에 재미있게 설명해 줄 수 있겠더라고요. 수학 공식을 넘어 실생활의 궁금증까지 해결해 주는 수학의 쓸모를 발견한 기분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또한, 현대 수학계의 전설적인 괴짜 에르되시의 이야기도 매우 재미있었어요. 평생 집도 없이 배낭 하나만 메고 전 세계 수학자들을 찾아다니며 공동 연구를 했다니 정말 독특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흥미로웠던 건 그와 함께 논문을 쓴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에르되시 수 개념이었습니다. 에르되시 본인은 0, 그와 직접 논문을 쓴 학자는 1, 다시 그 학자와 협업한 사람은 2가 되는 방식인데요. 마치 현대의 인맥 네트워크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게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이 궁금해 더 찾아보니 뛰어난 업적을 남긴 수학자일수록 에르되시 수가 작은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장난처럼 얼마나 뛰어난 수학자인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미국의 케빈 베이컨 게임이 생각이 났어요. 헐리우드 배우들이 6단계 이내에 케빈 베이컨과 연결된다는 베이컨 넘버처럼, 수학계에도 에르되시를 중심으로 촘촘한 지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구나 싶었어요. 천재 아인슈타인조차 에르되시 수 2를 가졌을 정도라고 하니, 에르되시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수학자들이 이런 위트 있는 방식으로 서로의 유대감을 확인하며 학문을 발전시켜 왔다는 점이 무척 신선했어요.
이 책에는 수많은 공식이 등장하지만, 모든 수식을 완벽히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위대한 수학자들의 삶과 그들의 업적이 현대 문명에 어떤 발자취를 남겼는지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을 읽다가 유독 마음이 가는 수학자나 흥미로운 공식을 발견한다면, 그 지점부터 가지를 뻗어 나가듯 추가 정보를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바로 수학사에 관심을 두게 되는 가장 즐거운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말씀드린 수학자들 말고 다른 수학자들의 이야기도 읽어 보시면서 수학의 매력을 발견해보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