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야기 내맘쿵짝 1 : 네 마음을 알고 싶어! - 삐야기 오리지널 스토리북
몽담 지음, 삐야기 원작 / 서울문화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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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도 MBTI는 빼놓을 수 없는 대화 주제죠. 단순히 '너는 어떤 유형이야?'를 넘어,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친구와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아이의 눈높이로 답해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삐야기 내맘쿵짝]인데요. MBTI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아이와 함께 읽으며, 성격 차이를 이해하고 관계의 기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책 초반, 삐야기가 전학을 간 첫날의 어색함, 그리고 이틀째 반 대항 피구 경기를 통해 ‘우리’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와닿았어요. 낯선 환경 속에서 조금씩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학기 초의 변화를 낯설어하는 아이의 현실과도 겹쳐 보였습니다. 또 모둠 활동 중 서로 의견을 고집하며 다투는 친구들 사이에서, 잠시 상황을 지켜보고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삐야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설정이지만 생각이 꽤 깊고 차분한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삐야기가 자신 역시 쿵짝 요정에게 짜증만 내고 제대로 대화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이후 쿵짝 요정과 화해한 삐야기는 우정의 레인보우 씨앗을 찾아내고, 함께 잃어버린 씨앗을 찾아 세상을 다시 따뜻하고 알록달록하게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합니다. 이야기가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서 관계의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책 속 ‘소곤소곤 마음 쪽지’ 파트도 인상적이었어요. 시합에서 져서 속상한 마음에 공감해 주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통해 우리의 마음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었어요.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 의견이 달라 고민되는 상황 역시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인데,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라는 조언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내맘쿵짝 마음 상담소’였습니다. 친구가 자꾸 하기 싫은 부탁을 해서 고민이라는 사연이었는데, 거절하면 관계가 멀어질까 걱정되는 마음이 참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책에서 억지로 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고, 친구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실제 대사로 제시해 주는 부분도 나와서 같은 고민을 하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레인보우 씨앗을 찾기 위한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2권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정말 예뻐서 아이가 직접 따라 그리고 싶어 할 정도로 마음에 들어 했어요. 그림이 적고 글이 많은 편이라 차분히 앉아 읽을 수 있는 초등학생 3학년 이상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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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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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성형 AI가 일상이 되면서 궁금한 것이 생기면 AI를 바로 찾게 됩니다. 물론 그 답이 항상 맞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어느 순간 무심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독학이라는 세계]를 읽으며 생각이 꽤 많아졌습니다.

저자는 서문부터 꽤 직설적인 말을 던집니다. "해야 할 말과 행동을 모두 AI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그 순간 당신이 존재할 이유는 사라진다." 처음엔 조금 과한 표현처럼 느껴졌는데, 읽다 보니 그냥 넘길 말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스스로 찾아보고 헤매는 과정이 있어야 내 생각이 생긴다는 뜻이니까요. 책은 5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부분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독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은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실제로 방해가 되는 것은 시간 부족이 아니라 감정의 기복과 건강하지 못한 몸이라고 지적합니다. 감정 조절, 꾸준한 운동이 아이의 학습 능력뿐만 아니라 어른의 독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다음으로 책의 세계 파트에서 고전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읽기 어려운 고전을 책장에 꽂아두기보다, 그냥 식탁이나 소파 위에 툭 던져두라는 이야기였는데요. 실제로 해보니 확실히 다르긴 하더라고요. 눈에 계속 보이니까 괜히 한 장이라도 넘겨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고전을 펼치기까지 마음먹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그 문턱이 훨씬 낮아진 느낌입니다.

교양의 세계 파트에서 저자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그리스 신화라고 서술한 평론가의 사례를 들며 기초 교양의 부재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출판사와 저자 사이의 권력관계 때문이든 무관심 때문이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활자화되어 독자에게 전달되는 현실은 AI가 내뱉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과도 닮아 보였습니다. 스스로 교양의 기초를 다지지 않으면 오류를 진실로 믿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다음으로 언어의 세계 파트에서 외국어 공부법에 대한 조언은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었습니다. 특히 '하나의 구문으로 30개의 문장을 만들어 보는 방법'은 문장의 구조와 논리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아이에게 바로 적용해 볼 계획입니다. 문장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하는 과정에서 언어에 대한 감성이 자연스럽게 다듬어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의 세계 파트에서 강조된 "기존 이론을 의심하고 다른 가능성을 사유할 여지는 언제나 남겨 두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는 얼마 전 읽은 [과학자의 태도]와 맥을 같이 하여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스승 탈레스를 존경하면서도 그의 오류를 과감히 지적했던 아낙시만드로스처럼, 명저라 해도 그것을 진리로 믿지 않는 균형 감각이 필요합니다. 비판하는 용기가 과학을 전진시키듯, 독학 역시 당연함에 질문을 던질 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제자리에 머물지 말고 계속해서 독학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를 주었습니다. AI 시대일수록 질문을 고도화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독학은 나만의 고유한 창의력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교육 방향을 고민하는 학부모님은 물론, 끊임없이 배우는 삶을 지향하는 모든 어른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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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볼란텐
채기성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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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남편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그가 몸담았던 회사에 아내가 직접 취업해 사건을 파헤친다는 설정에 이끌려 책을 펼쳤습니다. 책을 보기 전 표지 속, 고개를 돌린 채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가 끝내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무엇일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어쩌면 이 일러스트는 타인에게 드러내지 못했던 그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레아 모로와 크리스티안 볼란텐. 두 사람은 모두 어린 시절 해외로 입양되었다는 공통된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조금씩 얄팍하게 표면에만 머무를 뿐, 자신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기에 한국에서 뿌리를 찾고 싶다"던 남편과의 마지막 대화. 이후 남편은 회사 건물에서 추락하여 사망합니다.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했던 이의 마지막이 모국에서의 추락사라니 너무나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레아는 남편의 죽음이 자살이라 믿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했던 사람, 끝까지 살아보려 했던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을 리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한국으로 들어와 남편의 흔적을 따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이 알지 못했던 남편의 여러 얼굴과 마주하게 됩니다.

가장 강렬하게 남은 장면은, 남편의 동료였던 권아진의 잘린 손이 회사로 배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평소 스릴러를 즐겨 읽지 않는 저에게는 꽤 충격적인 장면이었고, 일상적인 공간이 한순간에 공포로 바뀌는 그 대비가 소름 끼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하는 레아의 대담한 선택은, 무모하다기보다 오히려 절박하게 다가왔습니다.

사건의 실체는 결국 단순한 자살이 아닌 살인이었고 그 뒤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후반부 레아가 범인에게 쫓기는 장면이나 자동차 추격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주었고, 자연스럽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었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또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언어였습니다. 한국에서 먼 타국으로 입양된 레아에게 한국어는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싶은 상처의 언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어 덕분에 그녀는 크리스티안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고,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상처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밀어내려 했던 언어가 오히려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해 완전히 알아갈 수 없듯이,

나 역시도 그렇게 존재하면 그만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책의 마지막에서 레아가 남긴 이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한때 레아는 한국인들을 보며 자신만이 정상의 궤도에서 이탈한 것처럼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건의 끝에서 깨달았습니다. 어떤 것도 완벽한 것은 없기에,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위로를 받으며 비로소 마음의 평온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릴러의 긴장감 속에서도 정체성, 타인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않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인물의 고뇌와 내면을 세밀하게 따라가고 싶은 분들, 그리고 나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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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정이화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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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의 이면을 읽어내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아메리고]를 워낙 재밌게 봤던 터라, 이번 [메리 스튜어트] 평전 역시 큰 기대를 안고 읽어 나갔습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었지만 몰입력이 대단해서 3일 만에 읽을 수 있었어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메리의 위태로운 행보에 가슴이 서늘해졌고, 다 읽은 뒤에는 그녀가 잘못된 선택이 낳은 거대한 비극의 표상 그 자체였다는 생각에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메리의 삶이 본격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한 지점은 그녀가 총애하던 신하 리치오 살해 사건 이후입니다. 남편 단리 경의 배신과 기만은 메리를 극단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그녀는 남편 살해라는 음모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보스웰과 재혼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죠. 일련의 과정만 놓고 보면 자극적인 치정극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츠바이크는 이를 그렇게 단순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감정이 이성을 압도할 때 그 선택이 얼마나 쉽게 파국으로 이어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정치든, 인생이든 어정쩡한 행동과 진실하지 못한 선택은

언제나 단호하고 명확한 결정보다 더 큰 해를 가져온다.

p. 53

슈테판의 이 문장은 메리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그녀는 이혼이라는 선택 대신, 남편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도박을 택합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권력의 공고화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이었습니다. 이 선택을 기점으로 메리는 여왕이라기보다는 각종 사건에 휘말려 흘러가는 수동적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메리의 비극은 숙명의 라이벌인 잉글랜드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의 대비 속에서 더욱 선명해집니다. 엘리자베스는 메리를 왕권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그녀의 초상화에 입을 맞추는 모순된 태도를 보입니다. 메리의 처형을 오래도록 결정하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직접 승인해 놓고, 처형 이후에는 신하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게 했어요.

하지만 엘리자베스에게 있어 진실하지 못한 태도는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권력을 지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장치였습니다. 그녀는 결정을 유보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어정쩡한 선택을 반복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고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결국 똑같이 진실하지 못한 길을 걸었음에도, 한 명은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고 한 명은 대영제국의 기틀을 닦은 여왕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었어요.

메리는 정치적으로는 스코틀랜드를 위한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실패한 통치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죽음의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여왕다웠습니다. 단두대 앞에서의 의연함은 생전의 모든 과오를 덮을 만큼 강렬했습니다. 권력을 쥐고도 끝내 지켜내지 못한 인간, 그러나 마지막 순간만큼은 스스로의 존엄을 선택한 인간. 그 모순된 모습이 메리를 더욱 강렬한 인물로 기억하게 합니다.

이 책을 덮으며 오래 남는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중요한 순간마다 얼마나 진실한 선택을 하고 있는가. 메리 스튜어트의 삶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로 다가옵니다. 인간의 선택과 책임, 인간 심리의 본질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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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몰입 - 평범한 소년은 어떻게 수학사의 난제를 해결한 위대한 수학자가 되었을까?
오카 기요시 지음, 정회성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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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비율이 20% 가까이 된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습니다. 아이의 친구들은 대부분 수학 학원에 다니지만, 저는 여전히 집에서 아이를 직접 가르치기에 종종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앞으로 아이에게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수학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이런 갈증 속에서 일본의 천재 수학자 오카 기요시의 저서 [수학자의 몰입]을 만났습니다.

1963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 고전이 60년이나 지난 지금 한국의 교육 현실에 어떤 울림을 줄지 설레는 기대감을 안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 책은 학습의 기술보다 본질적인 마음가짐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조급함에 쫓기던 저에게 잠시 멈춰 서서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를 건네주었습니다.

저자는 학문이란 머리가 아닌 정서로 하는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정서가 인간의 발육을 좌우하며, 그런 맥락에서 정서를 함양하는 교육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오늘의 정서가 내일의 머리를 만든다"라는 문장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역시 정서가 불안정하면 깊은 몰입에 도달할 수 없겠구나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일관된 기준을 가진 양육, 따뜻한 가정환경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야말로 몰입하는 머리를 만들어내는 바탕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한, 저자는 초등학교 시기는 정서를 잘 조화시켜 한 사람의 인격 형성을 도와주는 때라고 말합니다. 무엇이든 흡수하는 이 시기에는 문화적 친화력을 키워주고, 정서 그 자체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요. 또한, 아이가 지닌 고유한 장점에 주목할 것을 권합니다. 적절한 시기에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여 북돋아 주지 않으면 그 기회를 영원히 놓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아이의 정서적 토양을 비옥하게 다져주는 것, 그리고 장점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대목은 저자가 어린 시절 잡지 '일본소년'을 대하던 태도였습니다. 그는 잡지를 손에 넣고도 곧장 읽지 않았어요. 가방에 넣지도 않고 소중히 들고 오면서 표지와 삽화, 목차만 반복해서 살폈습니다. 내용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되어도 꾹 참은 이유는,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그 설렘이 수증기처럼 증발해 버리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 자체를 귀하게 여긴 저자의 모습을 보며, 그의 학문적 호기심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자극적이고 짧은 영상이 뇌를 지배하는 오늘날, 기다림을 즐기는 저자의 태도를 보며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표지, 삽화, 목차만 보면서 그 안에 담길 내용을 추측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며 두뇌에 강력한 자극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 기다림의 시간 동안 상상력은 무한히 확장되었을 것이고, 마침내 본문을 읽어 내려갈 때 몰입은 극치에 달했을 것입니다. 또한 예상과 실제의 차이를 확인하며 사고의 근육 또한 단단해졌겠지요.


저 또한 책을 펼치기 전,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유추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답을 확인하는 독서가 아니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사고의 근육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즐거운 과정이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오늘날의 교육 현장이 인간이라는 나무가 바르게 자라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빨리 자라기만 하면 좋다는 사고방식이 퍼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저 자라는 일에만 치중하다 보면 결국 떫은 감이 열리기 십상이라면서요. 무려 60년 전에 쓰인 이 비유는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영글 시간을 기다려주고, 아이의 정서가 더욱 깊어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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