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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몰입 - 평범한 소년은 어떻게 수학사의 난제를 해결한 위대한 수학자가 되었을까?
오카 기요시 지음, 정회성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3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비율이 20% 가까이 된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습니다. 아이의 친구들은 대부분 수학 학원에 다니지만, 저는 여전히 집에서 아이를 직접 가르치기에 종종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앞으로 아이에게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수학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이런 갈증 속에서 일본의 천재 수학자 오카 기요시의 저서 [수학자의 몰입]을 만났습니다.
1963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 고전이 60년이나 지난 지금 한국의 교육 현실에 어떤 울림을 줄지 설레는 기대감을 안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 책은 학습의 기술보다 본질적인 마음가짐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조급함에 쫓기던 저에게 잠시 멈춰 서서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를 건네주었습니다.
저자는 학문이란 머리가 아닌 정서로 하는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정서가 인간의 발육을 좌우하며, 그런 맥락에서 정서를 함양하는 교육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오늘의 정서가 내일의 머리를 만든다"라는 문장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역시 정서가 불안정하면 깊은 몰입에 도달할 수 없겠구나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일관된 기준을 가진 양육, 따뜻한 가정환경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야말로 몰입하는 머리를 만들어내는 바탕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한, 저자는 초등학교 시기는 정서를 잘 조화시켜 한 사람의 인격 형성을 도와주는 때라고 말합니다. 무엇이든 흡수하는 이 시기에는 문화적 친화력을 키워주고, 정서 그 자체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요. 또한, 아이가 지닌 고유한 장점에 주목할 것을 권합니다. 적절한 시기에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여 북돋아 주지 않으면 그 기회를 영원히 놓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아이의 정서적 토양을 비옥하게 다져주는 것, 그리고 장점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그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대목은 저자가 어린 시절 잡지 '일본소년'을 대하던 태도였습니다. 그는 잡지를 손에 넣고도 곧장 읽지 않았어요. 가방에 넣지도 않고 소중히 들고 오면서 표지와 삽화, 목차만 반복해서 살폈습니다. 내용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되어도 꾹 참은 이유는,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그 설렘이 수증기처럼 증발해 버리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 자체를 귀하게 여긴 저자의 모습을 보며, 그의 학문적 호기심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자극적이고 짧은 영상이 뇌를 지배하는 오늘날, 기다림을 즐기는 저자의 태도를 보며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표지, 삽화, 목차만 보면서 그 안에 담길 내용을 추측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며 두뇌에 강력한 자극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 기다림의 시간 동안 상상력은 무한히 확장되었을 것이고, 마침내 본문을 읽어 내려갈 때 몰입은 극치에 달했을 것입니다. 또한 예상과 실제의 차이를 확인하며 사고의 근육 또한 단단해졌겠지요.
저 또한 책을 펼치기 전,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유추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답을 확인하는 독서가 아니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사고의 근육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즐거운 과정이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오늘날의 교육 현장이 인간이라는 나무가 바르게 자라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빨리 자라기만 하면 좋다는 사고방식이 퍼져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저 자라는 일에만 치중하다 보면 결국 떫은 감이 열리기 십상이라면서요. 무려 60년 전에 쓰인 이 비유는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영글 시간을 기다려주고, 아이의 정서가 더욱 깊어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